‘팥죽’하면 추운 동짓날 집에서 끓인 동지팥죽이 떠오른다. 걸쭉한 팥죽 안에 동글동글하고 하얀 새알을 숟가락으로 휘휘 저어 찾아내던 팥죽 한 그릇의 추억. 그래서 팥죽은 대표적인 ‘겨울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꼭 팥죽을 겨울에만 먹어야 하는 건 아니다. 여름철, 열과 땀이 많은 사람에게 팥은 그야말로 보약. 팥이 해열제 작용을 하고 이뇨작용을 도와 열독을 내려준다. 또 비타민 B1이 많아 수면장애, 식욕부진, 피로감 회복에 도움을 주고 여름날 먹는 팥죽은 몸에 무기질을 공급해 활력까지 준다. 이런 ‘팥’의 유익함을 알리고자 북부동 ‘통실네 팥칼국수’(대표 김화숙)에는 사시사철 고소한 팥 삶는 향이 가득하다.
↑↑ 통실네 팥칼국수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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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에서 배운 팥죽으로
경상도 사람 입맛 사로잡아
김화숙(55) 대표는 “시댁이 전라남도 구례인데 시댁에서 전라도 팥죽을 배워 장사까지 하게 됐다”며 “전라도에서는 ‘팥죽’이 우리가 아는 ‘팥칼국수’고, 새알이 들어간 팥죽을 ‘새알죽’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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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산 팥을 사용해야 그 맛이 더 깊어진다고 하는 김 대표는 한 번에 팥죽을 쑤기보다 팥물을 내려놓은 뒤 손님이 주문하면 그때부터 음식을 만든다. 시간은 조금 걸릴지라도 바로바로 만들어야 새알이 퍼지지 않는다.
구수한 팥에 통통한 새알로 씹는 맛을 더한 동지팥죽과 함께 인기 있는 메뉴는 ‘팥칼국수’. 김 대표 역시 시집을 오고 나서야 팥칼국수를 처음 접하게 됐다. ‘팥에 무슨 국수야?’ 싶었지만, 달콤한 팥 국물에 쫄깃한 국수가 더해진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김 대표는 깊은 맛을 내는 법을 배웠다. 전라도 별미인 팥칼국수는 초벌로 삶은 쓴맛의 팥물은 버리고 두번 삶은 팥을 채로 걸러 내린 후 주문이 있을 때마다 적당량의 팥물을 은근하게 끓여 칼국수와 함께 삶아낸다.
김 대표는 “7년 전 북부시장에서 장사했을 때는 줄을 서서 먹기도 했다”며 “4년 전에 이 자리로 옮겨오고 나서 테이블도 많이 늘리고 손님께 선보이는 요리도 늘리게 됐다”고 말했다.
명곡에 밭 두고 채소 키우며
손님상에 신선한 음식만 올려
김 대표는 명곡에 밭을 두고 배추와 파, 고추 등 갖가지 채소를 직접 키운다. 가게를 열지 않는 일요일마다 밭을 돌보고 때가 되면 수확해 손님상에 밑반찬으로 올리기도 한다. ‘건강한 음식’을 올리고 싶은 만큼 재료 또한 신경 써서 고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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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화순 대표가 가꾸는 텃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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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조미료도 최소한으로 써 말 그대로 건강하고 착한 음식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비빔밥 상차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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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깨수제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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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콩국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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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가격 지금까지 그대로
“싸면서도 맛 좋은 음식 추구”
김 대표는 “손이 커서 양이 조절이 잘 안 된다”며 그릇 가득 팥죽이며 비빔밥, 들깨수제비와 콩국수까지 선보인다. 기자가 와서 특별히 많이 주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손사래를 친다.
↑↑ 김화순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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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싸고 양 많은 음식이 아니다. 정성 가득한 맛과 넉넉한 인심이 담긴 푸짐한 음식들은 가격이 6천원을 넘지 않는다. 4년 전, 이곳으로 옮겨왔을 때부터 한 번도 가격을 올리지 않은 것.
김 대표는 “다들 힘든데 먹는 것까지 비싸져야 되겠냐”며 “내 그릇만 된다면 계속 이 가격으로 오래오래 좋은 음식을 만들고, 좋은 사람들에게 대접하는 게 소원”이라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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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치: 양산시 중앙로 227
■ 연락처: 388-2254, 385-7700
■ 운영시간: 오전 11시~오후 9시 (매주 일요일 정기휴무)
■ 가격: 동지팥죽(6천원), 팥칼국수(5천원), 들깨수제비(5천원), 들깨칼국수(5천원), 산채비빔밥(5천원), 국수(4천원), 만두(3천원), 콩국수(5천원), 열무국수(5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