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인 1975년 7월 25일, 양산천에서 물놀이하던 중 급류에 휩쓸린 두 제자를 구하기 위해 희생한 교사가 있었다. 고작 23세인, 게다가 임신까지 한 엄마의 몸으로 제자를 구하려 한 故 김인자 교사 이야기다.
검은 단발머리에 단아한 외모, 조용한 성격이었지만 제자를 위해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물에 뛰어든 김 교사. 비록 양산천은 김 교사와 학생 둘을 그대로 삼켰지만, 그를 기억하는 옛 제자들은 김 교사의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해마다 양산초등학교에서 추모제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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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양산초등학교(교장 박춘자) 교정에 세워진 김 교사의 추모비 앞, 스승을 그리워하는 제자들이 모였다. 1975년 당시 5학년이었던 64회 동기회뿐만 아니라 양산초 총동창회, 김 교사 가족, 양산초 교직원과 재학생 등이 함께 모여 40주기 추모제를 진행했다. 이들은 그리운 스승을 떠올리며 고개를 숙였다.
양산초는 40주기를 맞아 김 교사의 추모비를 정비했다. 지난해 양산초를 방문한 김 교사의 여동생이 그동안 추모제를 지내온 것에 감사를 표하며 150만원을 전달한 것. 이에 양산초는 김 교사 추모비를 정비하고 올해 추모제에 가족을 초대했다.
추모제는 추모비 정비 경과보고를 시작으로 참석자 소개, 추모비 제막, 추모사 등으로 이어졌다. 또 한국시인협회 고안나 씨가 추모 시로 김소월 시인의 ‘초혼’을 낭송했으며 전교생을 대표해 박정원, 김한사랑 학생이 헌화해 추모의 마음을 전했다.
양산초 총동창회 박원현 회장은 추모사를 통해 “1만5천 양산초 동문이 거룩한 김인자 선생님의 뜻을 잊지 않기 위해 추모제에 동참했다”며 “40년 전 어린 제자들이 지금은 성인이 돼 선생님을 그리워하고 있고, 우리 마음속에 아름다운 스승으로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64회 동기회를 대표해 이향님 동문은 스승에게 보내는 편지를 보냈다. 이 씨는 현재 뉴질랜드에 살고 있어 그를 대신해 박선남 씨가 편지를 낭독했다.
이 씨는 편지를 통해 “대학을 갓 졸업한, 또 막 결혼을 한 예쁜 선생님, 5학년 4반 담임이셨던 그분이 김인자 선생님”이라며 “중학교 다닐 때 교생실습을 나온 한 분이 살신성인으로 제자를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김인자 선생님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줬고, 그때 시간은 흘렀지만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은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남겼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동그랗고 반짝반짝 빛나던 얼굴, 선생님과 함께했던 열 두살 그때를 아직도 기억하며 선후배와 선생님을 그리워한다”고 전했다.
올해 처음으로 추모식에 참여한 김 교사의 오빠 김병국 씨는 “지난해 동생이 양산초를 방문한 뒤 이런 추모제를 지내온 것을 알았고, 40주기를 맞아 가족도 이런 뜻깊은 자리에 참석하게 해줘 감사하다”며 “아직도 동생을 그리워하는 제자들이 있기에 동생이 외롭지 않을 것”이라고 인사를 전했다.
한편, 김 교사는 1975년 국민훈장 목련장이 추서됐으며, 같은 해 양산초 교정에 제자 사랑을 기리기 위한 사도비가 건립됐다. 이후 해마다 스승의 날이면 교사와 학생들이 김 선생을 애도하는 추모식을 진행했다. 지난 2011년부터 사고 당시 5학년이었던 64회 동기회가 뜻을 같이해 제사를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