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위반 건수 537건, 2013년보다 2배 늘어
지난달 31일 오전 11시. 평일 오전인데도 대형마트 주차장에는 쇼핑객 차량이 계속 들락거렸다. 평일이라 그런지 주차장은 생각보다 한산했다. 하지만 마트 입구 앞, 장애인 주차구역은 주차된 차량으로 다 찼다.
장애인만을 위한 이곳에 ‘비양심’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사)경상남도지체장애인연합회 양산시지회 부설 지체장애인편의시설 양산시지원센터 이재영 실장과 함께 현장을 살폈다.
차량 대부분에 장애인 주차 표지가 있지만, 이들 중에도 단속할 것이 있다며 이 실장은 차량 하나하나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눈에 들어온 차량. 장애인 차량 표지가 세로로 세워져 있다.
이 실장은 위반 차량 사진을 찍으며 말했다. “이것도 장애인 표지이긴 해요. 다만 장애인 등급이 낮거나(5~6등급), 보행에 불편함이 없는 장애인을 위한 것이죠. 그래서 ‘주차 불가’라고 찍혀있는데 그걸 교묘하게 가려뒀어요”
주차장 곳곳을 누비며 단속을 하던 중 일반 차량 한 대가 장애인 주차구역으로 들어오더니 단속 장면을 보고 슬며시 차를 뺐다. 또 다른 차량이 장애인 주차구역으로 들어왔다. 주차 표지는 있지만, 차에서 내린 일가족 중 장애인으로 보이는 사람은 없다.
이 실장이 뛰어가 이들에게 이곳은 장애인 주차구역이라는 설명을 하니 언짢은 표정으로 장애인 주차표지를 가리켰다. “선생님이 장애인이 아니잖아요” 타이르듯 말하는 이 실장에게 운전자가 말했다.
“다른 차들은 다 단속했어요? 왜 내 차만 확인합니까? 다른 차부터 먼저 확인하고 말하세요” 주차장 전체를 단속 중이라고 몇 번이고 말하고 나서야 이들은 장애인 주차구역에서 차를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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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곳에 주차한 후에도 분이 풀리지 않는 듯 운전자는 이 실장에게 “왜 차를 빼라고 하냐”며 따졌다. “주차 표시가 있다고 해도 그건 본인만 사용할 수 있지 가족이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장애인이시면 증을 보여달라” 는 이 실장의 말에 ‘내가 장애인’이라며 화를 내던 운전자는 한숨을 쉬더니 자리를 떴다.
이 실장은 “단속한다고만 하면 사람들 전부 아니꼽게 보면서 왜 나만 단속하냐고 화를 내세요. 지난번엔 주차 표시 없는 차량이 장애인 주차장에 주차했기에 과태료 부과를 했더니 제게 전화를 해 당장 나오라며 화를 내시더라고요. 전화를 받고 현장에 나갔더니 그분은 자리에 안 계셨고요. 정말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조금만 양보하면 좋을 텐데 아쉬워요”라며 씁쓸해했다.
나보다 불편한 이를 위한 ‘배려의 마음’ 절실
양산시가 지난 2014년에 장애인 주차구역 위반으로 단속한 건수는 537건. 이중 과태료 부과 건수는 411건, 나머지는 경고 조치를 내렸다. 2013년에 단속 259건, 과태료 부과 228건에 비하면 2배가량 높아진 것.
양산시는 “장애인 단속반을 운영하며 꾸준히 단속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건강한 시민의식이 앞서야 하는 부분”이라며 시민 협조를 부탁했다.
조금 덜 걷자고, 나와 내 가족 편하자고 원칙을 무시하면, 결국 꼭 필요한 사람은 불편함을 겪게 된다. 불편함을 넘어 장애인에게는 고통이 될 수도 있다. 역지사지(易地思之), 이웃을 위한 배려의 마음이 절실한 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