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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MTB로 백두대간을 정복한 여성..
사회

MTB로 백두대간을 정복한 여성

김민희 기자 minheek@ysnews.co.kr 입력 2015/08/25 09:31 수정 2015.08.25 09:26
강원도에서 전라도까지… 1천80km 달린 김미경 씨

‘백두대간 MTB 랠리’서 여성 유일 완주 기록 달성



가만히 있어도 땀이 절로 흐르는 8월, 전국에 연일 폭염 경고가 울리던 그때, MTB 하나로 백두대간을 8박 9일 동안 달린 여성이 있다. 험한 산길을 하루에 100km 이상, 12시간 넘게 달려 1천80km를 완주한 주인공은 바로 김미경(52, 상북면) 씨.

김 씨는 12년 전, 산악자전거와 인연을 맺은 후 4대강 자전거길 450km 국토종주, 380km 울트라랠리 등 각종 MTB 대회에 출전하며 동호인 사이에서 ‘양산하면 김미경’이라고 인정받을 정도로 유명한 인물이다.

그런 그가 3년 전부터 꿈꿔왔던 ‘백두대간 종주’에 성공했다. 지난 1일부터 9일까지, 8박 9일 동안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출발해 지리산 성삼재에 도착하는 1천80km을 완주한 것. 김 씨는 그때를 ‘천국과 지옥을 넘나드는 환상의 랠리’라고 회상했다.

“우리나라 곳곳을 산악자전거로 누비니 아무나 볼 수 없는 절경과 마주하게 되더라고요. 그 순간 밀려오는 환희와 감동, 그 행복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공감할 수 없을 거예요. 몸의 고단함을 대자연이 주는 감동과 맞바꾼 거죠”

김 씨의 도전이 더욱 대단한 이유는 ‘제3회 백두대간 MTB 랠리’에 여성 유일 참가자일 뿐만 아니라, 전체 도전자가 10명이 채 되지 않는 대회였기 때문이다.

“이 대회에 도전하려고 했는데, 이상하게 접수 시기를 놓치는 등 인연이 닿지 않았어요. 올해는 꼭 놓치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1등으로 참가를 신청했죠. 대회 준비를 하고 있는데 주최측에서 연락이 왔어요. 여자인데 가능하겠냐고요. 그래서 지금까지 제 MTB 경력을 읊었어요. 그러니까 ‘그 정도면 되겠다’며 응원해주시더라고요”

김 씨는 도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지 다른 건 아무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웃었다. 좋아서 하는 일에 성별과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

“많은 사람이 걱정했어요. 여자인데 험한 운동을 하니까요. 하지만 제가 준비된 상태라 문제 될 건 없죠. 이번 랠리에서도 부상 없이 완주했잖아요. 오히려 여자고 중년이기 때문에 이런 도전이 더 소중하달까요”

이번 랠리에서 김 씨를 애먹인 것은 불볕더위도, 험난한 산세도 아니었다. 랠리 거리를 알려주는 GPS가 가장 큰 문제였다. 진행요원이나 다른 참가자와 함께 가는 랠리가 아니라, GPS에 의지해서 스스로 길을 찾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기계를 제대로 익히지 못한 제 탓이었어요. 그 덕에 잘못된 길을 갔다가 돌아오기도 수차례였죠. 그때마다 눈앞이 깜깜해지고 왜 이러고 있나 힘들기도 했어요. 그래도 그 고난을 다 이겨내니 인생에서 어떤 어려움이 와도 다 이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김 씨는 MTB 랠리를 하는 사람이면 꼭 한 번 백두대간을 다녀와야 한다고 추천했다. 자연의 위대함과 자신에 대한 믿음을 쌓고, 극한을 경험하면서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것. 그는 내년에도 백두대간에 또 도전할 것이라며 웃었다.

“백두대간을 완주하고 마지막 도착 지점에서 지는 노을을 바라봤을 때, 그때의 벅찬 마음은 설명할 방법이 없네요. ‘해냈다’는 생각으로 정말 많이 울었고 그간의 힘든 여정이 주마등처럼 지나갔어요.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몸이 허락하는 한 또 달릴 겁니다. 도전하는 삶이 아름답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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