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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직접 내려먹는 커피와 야생화 속에서 ‘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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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내려먹는 커피와 야생화 속에서 ‘힐링’

김민희 기자 minheek@ysnews.co.kr 입력 2015/08/25 10:50 수정 2015.08.25 10:46
상북면 무인카페 ‘꽃밭에 앉아서’ 운영하는 김성미 씨

우리나라 자생꽃 키우며 시민에게 휴식 장소 제공




아직 알려지지 않아서일까, 인터뷰를 한 날 카페는 조용했다. 김 씨는 그래도 찾아와 휴식을 즐긴 손님들이 포스트잇에 남겨주는 응원의 글 한 마디가 카페 운영에 원동력이 된다며 포스트잇으로 꾸며진 유리창을 자랑했다.

상북면 충렬로를 따라가다 상삼마을을 지날 때쯤, 우거진 푸른 나무 사이에서 형형색색 바람개비가 돌아가고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바람개비가 반가워 걸음을 멈추면 그 사이로 얼핏 보이는 파란 지붕의 빨간 건물이 있다. 홀린 듯 건물에 들어서니 ‘꽃밭에 앉아서’라는 샛노란 명패와 함께 정원 곳곳에 쉽게 볼 수 없는 야생화가 널려있었다. 여유롭게 야생화를 즐기고 싶어 주위를 살피니 ‘무인카페’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무인카페’라는 말처럼 가게 안에는 손님이 직접 커피를 따라 마시고 자신이 머문 자리는 정갈하게 치운다.
보는 사람은 없지만, 손님들은 저마다 이용한 요금도 잊지 않고 냈다. 꽃의 아름다움과 양심이 공존하는 공간, ‘이런 공간을 만든 사람은 누굴까?’라는 고민이 들 때 수수한 차림의 한 중년여성이 들어왔다.


이것도 좀 먹어보라며 자연스럽게 가게 안을 누비는 그의 모습에 이곳의 주인장임을 알아차리고는 인사를 건냈다. 꽃이 좋고 차가 좋아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많은 이와 함께 누리기 위해서 무인카페를 차린 김성미(54) 씨. 그는 이곳을 어떻게 알았냐며 해맑게 웃었다.

“이제 카페 문을 연 지 세 달 정도 됐는데,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을 줄 몰랐네요. 저는 그냥 제가 키우는 야생화를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키운 꽃 보여주기 위해 무인카페 운영


김 씨는 부산에서 오래 살았다. 카페가 자리한 상북면에 6년 전, 황토집을 짓고 정원을 가꾸긴 했지만, 꽃을 키우기 위한 장소였을 뿐이었다.

야생화 키우기가 취미였던 김 씨의 정원은 점차 화려해졌고, 꽃을 보러 상북까지 오는 지인들이 ‘이런 곳에서 차 한 잔 마시면 정말 좋겠다’고 말을 한 것이 김 씨가 카페를 연 계기가 됐다.

“제가 워낙 커피와 차를 좋아해요. 그래서 꽃을 좋아하는 지인을 이곳에 초청해 차를 마시곤 했죠. 그게 좋아서 카페를 할까 생각하다가 부산 강서구에 있는 무인카페 ‘금빛노을’에 가본 뒤 이거구나 싶었죠. 이름도 바로 나왔어요. 야생화 꽃밭 한가운데 있잖아요. 그래서 ‘꽃밭에 앉아서’죠”


정원만큼이나 카페 안에도 야생화로 곳곳이 꾸며져 있다. 말린 꽃부터 화분, 꽃 작품까지. 이 모든 것은 김 씨 손에서 나왔다. 사실 그는 부산꽃예술작가협회 소속 작가로 활동하며 전시회도 수차례 참여했을 만큼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꽃 예술가다.

부산에서 주로 활동했던 그가 양산에 터를 잡게 된 건 양산과 인연이 깊은 것 같아서라고 했다. 아무것도 모른 채 꽃을 좋아하기만 했던 그가 야생화 세계에 인연을 맺게 해준 곳이 바로 양산이기 때문이다.

“야생화를 배우게 된 계기도 통도사 서운암 들꽃을 보러 갔다가 였죠. 마침 서운암에 간 날 ‘우리꽃사랑연구회’가 전시를 하고 있었죠. 그 길로 저도 연구회에 가입해 야생화를 키우기 시작했고 오늘날까지 오게 됐네요”



돈 벌기보단 여유를 주는 곳이었으면


무인카페라서 돈을 내지 않고 이용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는 기자의 질문에 김 씨는 그저 웃었다. 어차피 돈을 버는 게 목적이 아니었다며 김 씨가 호탕하게 말하더니 사람들이 이곳에서 힐링하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돈을 벌려면 본격적으로 장사했겠죠. 그런데 그것보다는 베풀자는 마음이 컸어요. 이곳에 상주하면서 카페를 운영하기엔 제가 할 일도 많고요. 지금 꽃꽂이 봉사도 다니고 요양병원이나 이곳저곳 봉사하러 다니는 곳이 많아요. 이것도 그런 것의 일종이랄까요.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사람들에게 치유와 여유를 주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요”

김 씨는 카페 운영에 대한 걱정이 전혀 없는데 오히려 손님들이 운영은 잘 되냐며 걱정해주는 것을 보고 신기했다고 말했다. 또 양심적인 손님이 많아 아직까진 카페 운영에 있어 어려움이나 애로사항도 없다고 했다.


“다들 양심적으로 카페를 이용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에요. 저희 카페에 오신 분들이 포스트잇에 한 마디씩 남겨주시는데, 저는 그 글에서 행복을 얻죠. 다들 카페가 ‘예쁘다’, ‘와서 힐링하고 간다’, ‘좋은 시간’ 보냈다 등 예쁜 말만 해주시니까요. 앞으로도 이런 날이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좋은 분들이 와서 예쁜 꽃들 사이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거요. 그게 카페를 운영하는 이유이자 제 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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