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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근대 역사에 ‘문화’라는 옷을 입히다..
기획/특집

근대 역사에 ‘문화’라는 옷을 입히다

김민희 기자 minheek@ysnews.co.kr 입력 2015/09/01 17:29 수정 2016.04.21 17:29

‘박물관’하면 우리는 수많은 유물과 유적이 유리 상자 너머에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을 떠올린다. 하지만 오늘날에 있어 ‘박물관’은 더 이상 옛 문화와 역사자료를 감상하기 위한 곳이 아니다. 사람들은 박물관에서 볼 것은 물론 ‘무엇을 하는 것’을 기대하고 찾는다. 그곳에서만 할 수 있는 ‘무엇’이 없으면 관람객이 박물관을 찾을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이다.

국내를 비롯해 해외 박물관 중 ‘전시 공간’을 넘어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은 사례를 통해 양산시립박물관이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박물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갖춰야 할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글 싣는 순서>

①  지역 문화를 선도하는 ‘군산근대역사박물관’
②  역사ㆍ체험 있는 지역민 공간 ‘일본 오사카역사박물관’
③  자연, 역사, 문화를 넘나드는 ‘제주민족자연사박물관’
④  인종, 세대를 뛰어넘다 ‘싱가포르 아시아문명박물관’
⑤  시립박물관, 살아있는 양산 문화의 중심이 되려면?

↑↑ 군산근현대사 박물관 전경

군산근대역사박물관(관장 김중규, 이하 박물관)은 지난 2011년 9월 30일 개관해 지난 2월, 누적관람객 100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많은 이가 찾는 박물관이다.

박물관은 2015년 전국 5대 공립박물관으로 선정될 정도로 알차고 볼거리가 많다. 군산지역의 고고학적 그리고 역사적인 유물과 유적뿐 아니라 일반인이 누리고 즐겼던 예술과 민속자료 등을 수집, 보관하고 있다. 작은 그릇과 돌조각, 작은 세간과 의복 그리고 군산 섬 지역의 짚으로 만든 임시 무덤까지,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호흡을 불어넣었다.


↑↑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은 1930년 일제강점기 당시 군산의 모습을 담아낸 ‘근대생활관’을 비롯해 당시 물류유통의 중심지였던 과거를 담은 ‘해양물류역사관’, 기획전시실, 어린이체험관, 기증자전시실 등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2012년부터 근대생활관을 배경으로 자원봉사자들이 관람객을 위한 시대극 ‘1930년 시간여행’을 진행하고 있다. 수탈의 현장과 서민들의 삶, 3.5 만세운동 발생지인 군산의 역사까지 알리며 관람객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선사시대부터 근대 거쳐 현대까지 모아


박물관은 크게 선사시대부터 현재까지 서해안 물류 중심지로 자리 잡아 온 군산항의 역사를 시대별로 담아낸 해양물류역사관과 일제강점기 군산의 모습을 재현한 근대생활관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1930년대 군산의 생활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근대생활관은 일제강점기 시절, 성장과 수탈의 모순된 역사를 살던 군산의 아픔과 비참한 현실에서 희망의 빛을 찾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도록 그 시절 그대로를 보여준다.

전시실 입구로 들어서면 1930년대 군산의 영동상가를 재현한 거리가 펼쳐진다. 개성상인이 많아 송방골목으로 불린 거리에 있던 잡화점, 인력거차점, 형제고무신방, 조선주조주식회사 등이 이어진다. 특히 인력거차점 앞에서는 당시 남학생 교복과 여학생의 치마저고리를 입고 인력거에 앉아 기념사진을 촬영할 수도 있다.
군산 내항을 재현한 공간에는 수탈한 쌀을 일본으로 실어가기 위해 배를 정박한 모습, 수위에 따라 오르내려서 ‘뜬다리’라 불린 부잔교 모형을 전시했다.

희망의 공간도 있다. 군산좌는 군산 최초 극장인 군산극장의 전신으로, 각박한 현실에 즐거움을 주고 민족운동 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공연이 열리던 문화 공간이다. 군산좌를 재현한 작은 다다미방에서는 관람객을 위한 흑백영화 ‘심청전’을 상영하고 있다. 군산 최초 한국인 중등교육 기관인 영명학교와 군산역을 재현한 공간, 1930년대 군산의 모습을 담은 모형도 볼 수 있다.



군산 근대 역사를 생생한 연극으로


단순히 관람만 하는 것이 아니다. 박물관 곳곳에 관람객이 직접 의상 등을 체험할 수 있다. 특히 토요일에는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연극팀이 선보이는 ‘1930년 시간여행’ 연극 공연도 만날 수 있다.

시간여행 공연은 군산지역 극단인 ‘둥당애’가 연출하고 자원봉사자들이 출연, 지난 2012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비전문가인 자원봉사자들이 출연하지만, 연기력만큼은 전문가 못지 않다. 그 비결은 군산 역사를 배우고 끊임없이 연습하기 때문. 이들은 근대역사관 곳곳을 돌며 군산을 배경으로 소설 ‘탁류’의 미두장 앞 정주사 장면, 소설 ‘아리랑’의 부둣가 노동자의 삶과 쌀 수탈 장면, 군산 영명학교와 3ㆍ5 만세운동 등을 재현, 군산의 근대 역사를 알리고 있다.

김중규 박물관 관장은 “정형화된 박물관 이미지를 과감히 깨고 관람객과 함께 호흡하고 살아 숨 쉬는 체험형 박물관을 만들고자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며 “여느 박물관에서도 볼 수 없는, 전시실을 무대 배경으로 연극 공연을 하는 등 전시와 체험 그리고 교육을 담아내 관람객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 매달 둘째, 넷째주 토요일에 열리는 박물관 근대문화장터.

지역 인물 알리고 시민과 함께하는 박물관


1년 내내 이어지는 기획전시도 박물관 활성화를 이끈 하나의 이유로 꼽을 수 있다. 이들은 1년에 4회, 분기마다 다양한 주제로 기획전을 진행한다. 올해는 ‘역전의 명수 군산 야구’와 지역 인물 조명 시리즈로 기획한 ‘포도의 명인 낭곡 최석환 展’을 전시하면서 지역 인물을 발굴하고 알리는 데 소임을 다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박물관 주변에 ‘차 없는 거리’를 조성해 박물관 거리문화공연과 근대장터를 운영하고 있다. 거리문화공연은 군산시민이 직접 참여해 문화예술을 보여주는 것으로 박물관 내부 볼거리뿐만 아니라 ‘근대문화도시 군산’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해 기획됐다.

근대 장터는 매월 둘째, 넷째 주 토요일에 정기적으로 열린다. 프리마켓 형태로 운영되며 집에서 이용하지 않는 물건이나 직접 만든 수공예품, 농산물 등 다양한 물품을 판매할 수 있다. 이외에 장돌뱅이 악극 공연 등 문화 공연, 인력거와 근대한복 입어보기 체험 등 1930년대 근대 장터 분위기를 조성, 볼거리와 먹거리가 결합한 특화 장터로 운영하고 있다.

이정아 사회문화프로그램 담당은 “박물관의 다양한 프로그램은 근대문화유산과 관광을 접목한 특화된 문화공간 조성으로, 유동인구 확보와 활성화에 이바지하고 있다”며 “근대문화유산이 복원되면서 관광자원이 된 만큼 일제 수탈의 아픈 역사를 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희 기자 minheek@ysnews.co.kr
조여정 기자 hisahiburi@y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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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명동 일대는 근대역사박물관을 중심으로 군산세관, 진포해양공원 등을 하나로 묶어 관광자원화 하고 있다. 이외에도 이곳에는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식 가옥, 건축물, 유적 등을 보존해 역사교육의 장으로 만들었다. 사진은 근대미술관과 적산가옥(일본인들이 남기고 간 주택).

‘근대문화벨트’로 원도심 활성화까지

박물관 중심으로 일본강점기 시절 건물 관광자원화

전북 군산시가 일제강점기 당시 건축된 건축물 보존에 나선 것은 지난 2008년. 일제강점기 시절, 군산시는 군산시청과 관공서가 밀집해 있던 월명동 일대 중심으로 발전했다. 1996년 시청이 조촌동으로 이전하면서 월명동은 쇠락의 길을 걸었다. 이 시기에 일본식 가옥 170여채 가운데 100여채가 헐리는 등 근대문화유산의 일부가 훼손됐다.

2009년 근대문화유산을 자산으로 인식하고 보존을 위한 도심재생사업이 시작됐다. 군산시는 일제강점기 건축물과 유적 등을 복원해 역사교육의 장으로 만드는 근대산업유산벨트화사업을 추진했다. 수탈과 항거의 역사를 도시재생에 담아내는 게 사업의 취지였다.

이 사업의 중심에는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이 있다. 박물관에는 근대문화유산 유물 4천점을 소장하며 일제강점기 생활상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박물관 인근의 옛 조선은행과 18은행, 진포해양공원, 옛 군산세관 등 8개 건물을 테마단지로 만든 것도 원도심인 월명동을 부흥하게 만들었다.

특히 박물관 인근 근대문화유산과의 연계성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2014년 7월부터 진포해양공원, 조선은행, 18은행 등을 연계한 통합 유료화를 시행해 수익 창출에도 앞장섰다. 여기에 ‘군산 시간여행 스탬프 투어’, 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하는 ‘주말 근대문화투어’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이런 시도로 지난해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을 찾은 유료 관람객은 41만8천명. 군산 시민뿐만 아니라 외부 관광객에도 큰 호응을 얻으며 근대문화사업을 이끌어가고 있다.

김민희 기자 minheek@ysnews.co.kr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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