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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관람객 참여 유도하며 끊임없이 진화하는 박물관..
기획/특집

관람객 참여 유도하며 끊임없이 진화하는 박물관

김민희 기자 minheek@ysnews.co.kr 입력 2015/09/08 17:29 수정 2016.04.21 17:29

‘박물관’하면 우리는 수많은 유물과 유적이 유리 상자 너머에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을 떠올린다. 하지만 오늘날 ‘박물관’은 더 이상 옛 문화와 역사자료를 감상하기 위한 곳이 아니다. 사람들은 박물관에서 볼 것은 물론 ‘무엇을 하는 것’을 기대하고 찾는다. 그곳에서만 할 수 있는 ‘무엇’이 없으면 관람객이 박물관을 찾을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이다.

국내를 비롯해 해외 박물관 중 ‘전시 공간’을 넘어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은 사례를 통해 양산시립박물관이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박물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갖춰야 할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글 싣는 순서>

① 지역 문화를 선도하는  ‘군산근대역사박물관’
② 역사ㆍ체험 있는 지역민 공간  ‘일본오사카역사박물관’
③ 자연, 역사, 문화를 넘나드는  ‘제주민족자연사박물관’
④ 인종, 세대를 뛰어넘다  ‘싱가포르 아시아문명박물관’
⑤ 양산시립박물관, 살아있는 양산 문화의 중심이 되려면?

↑↑ 오사카역사박물관의 근현대관 내부. 실물 크기의 모형과 마네킹을 활용해 전시공간과 관람공간의 경계를 따로 두지 않았다. 그런 덕분에 다이쇼 시대부터 쇼오와 시대까지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박물관에 대한 보편적 개념은 오래된 유물, 문화 또는 학술적으로 가치가 높은 자료를 수집해 보존ㆍ전시하는 장소다. 또 소장하고 있는 자료 대부분이 연구 자료로서 활용가치가 높다는 점에서 연구와 교육 역시 박물관이 수행하는 중요한 기능에 포함된다.

이런 특성 탓에 전문 지식이 없는 일반인은 박물관을 ‘접근이 어려운 공간’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일본 오사카역사박물관(이하 박물관)은 이런 고정관념을 깨기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전시 공간을 활용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으로 지역민의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박물관에서는 1천500년 역사를 가진 오사카시 변천사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부지 1만3천㎡에 연면적 7천415㎡, 지하 3층~지상 10층의 규모다. 이중 7층에서 10층을 상설전시실로 사용하고 있다.
↑↑ 오사카역사박물관 전경.


전시와 관람의 경계 없애 관람객 호기심 충족시켜


넓은 전시면적에 비해 소장하고 있는 유물 수는 적지만, 고대, 중세, 근ㆍ현대 등 시대별로 층을 나눠 당시 생활상과 유적을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 실물 크기 모형 제작과 대형 3D를 동원해 단점을 보완하고 있다.

10층은 고대층으로 일본 나라시대 나니와노미야(難波宮, 난파궁)를 복원해 둔 공간이다. 실물크기 관인들이 줄지어 있어 관람객을 압도하며 고대 유물 전시관에는 일본어를 비롯한 한글, 영어 등 다양한 언어로 유물을 설명하고 있다.

9층은 중ㆍ근세층으로 에도시대를 만날 수 있다. ‘물의 도시’라고도 불렸던 이때는 서양과 교역이 활발했던 때로, 당시 활발한 항구 모습과 시대상을 그리고 있다. 7층 근ㆍ현대관은 다이쇼 말기부터 쇼오와 초기를 재현한 곳으로 당시 번화가 분위기와 규모를 그대로 살렸다.

박물관을 둘러보면 다른 곳과 다르게 전시공간과 관람공간 경계가 모호하다. 관람객과 전시물 사이 장벽을 없애거나 극단적으로 간격을 좁혀 관람객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 덕에 관람객은 전시물에 더 집중할 수 있다. 

또한 층마다 스탬프 투어를 할 수 있도록 해 관람객이 전시를 관람하며 스스로 답을 찾고 공부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박물관은 해설사가 모든 관람객에게 역사와 유물에 대한 설명을 할 수 없는 것은 기술로 보완했다. 박물관 소장 유물에 대한 설명을 녹음한 기기를 대여할 수 있어 언제라도 전문 해설사 설명을 들을 수 있다.

↑↑ 박물관 10층은 일본 나라시대 나니와노미야(難波宮, 난파궁)를 복원했다. 실물크기 관인들이 줄지어 있다.
↑↑ 9층은 에도시대를 재현한 곳으로, 당시 활발한 항구 모습과 시대상을 그린다.
↑↑ 박물관은 관람객이 전시 유물을 더 가까이서 볼 수 있도록 관람 장벽을 최소한으로 했다.


자연스러운 놀이와 체험은 박물관을 학습 공간으로


발굴조사를 주제로 고고학 연구를 체험할 수 있는 8층 전시공간도 관람객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요소 중 하나다. 이곳은 박물관 부지에서 발견된 발굴현장을 재현했다. 발굴 당시 현장을 묘사해 관람객이 직접 유물 발굴에 참여하도록 부스를 만들어 놨다.

어린이와 초ㆍ중ㆍ고 학생은 물론, 고고학에 관심 있는 성인의 관심을 끌 정도로 생생한 현장감을 자랑한다. 또 관람객이 당시 현장 분위기를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도록 곳곳에 모니터와 스피커를 설치한 섬세함도 눈여겨볼 만하다.

같은 공간 한쪽에는 토기를 비롯한 각종 유물 파편을 복원하는 모형퍼즐이 놓여있다. 이곳 역시 다양한 연령대를 아우르는 학습 체험공간으로 인기다. 박물관 운영 목적이 체험을 유도하는 단순한 수준을 뛰어넘어, 자연스러운 놀이를 통해 역사를 배울 수 있는 학습공간으로 활용하려는 의지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 발굴조사와 유물 복원 체험 등을 할 수 있는 박물관 8층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인기 있는 공간이다.


이외에도 상설전시장 각 층에서 ‘핸즈온(Hands-on, 접해보다)’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각 층에 있는 전시와 관련한 내용을 관람객이 직접 체험하며 배우는 것이다. 나라시대 관인 옷과 기모노를 입어보는 것부터 에도시대 환전상 체험, 메이지 시대를 탐험해보는 주사위 놀이, 토센쿄(投扇興, 에도시대 중기부터 유행한 놀이로, 부채를 펼쳐 표적을 향해 던져 맞추는 실내 놀이) 등으로 각 층에서 한 전시를 놀이로 승화한다.

박물관 기획홍보과 마츠모토 유리코 씨는 “박물관은 전시된 것을 눈으로만 보며 연구와 사색에 몰입하는 곳에서 체험을 비롯해 직ㆍ간접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오감을 자극하는 다양한 기법을 동원해 누구나 쉽게 찾고, 즐길 수 있는 문화복합시설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물관은 연구, 전시, 교육, 유물보관이라는 4대 기능 가운데 ‘교육’ 기능에 주력하면서, 최신 연구 성과를 관람객에게 알기 쉽게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민희
기자 minheek@ysnews.co.kr
조여정 기자 hisahiburi@ysnews.co.kr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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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박물관은 놀이터여야 한다”

독서실과 평생학습실로 문턱 낮추고
연간 특별전으로 새로운 역사 알려

오사카역사박물관 기획홍보과 마츠모토 유리코 씨는 관람객 발길이 계속 이어지는 박물관이 되기 위해선 시민이 역사에 친숙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에 근거한 상설 전시 내용 갱신뿐만 아니라 연간 계속 이어지는 특별전시를 통해 관람객이 언제 찾아와도 새로운 지식을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올해 박물관은 1615년 일어난 오사카 전투(에도 막부가 도요토미 가문을 공격해 멸망시킨 전투)에 대한 400주년 기념 전시를 비롯해 오사카를 통해 들어온 야마모토 하츠지로 섬유(천) 전시, 에도시대 중기 때 활발했던 미술사와 작품 전시 등 특별전 10개를 연달아 진행,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 인물이나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마츠모토 씨는 “오사카에 대해 별로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어도 현지 역사와 문화를 올바르게 알릴 수 있도록 특별전부터 관람객을 위한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박물관 2층에는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평생학습실’(나니와 역사학원, 사진)이 있다. 이곳에는 무료 독서실과 각종 도서가 비치돼 있고 역사 강좌를 비롯한 다양한 교육을 진행한다.

마치모토 씨는 “박물관은 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하고 모두에게 유용한 지식을 놀면서 배우는 놀이터 같은 공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사카시민은 물론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세계에 오사카 역사를 알릴 계획을 세우고 있고, 그 중심에 박물관이 있을 것”이라며 “그런 노력의 하나로 유물 설명부터 스탬프 투어, 놀이 프로그램 등에 영어, 한글, 정체자, 간체자도 적극적으로 적용해 방문객 누구나 쉽게 박물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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