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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자연ㆍ문화ㆍ역사… 제주의 모든 것을 한눈에..
기획/특집

자연ㆍ문화ㆍ역사… 제주의 모든 것을 한눈에

김민희 기자 minheek@ysnews.co.kr 입력 2015/09/15 17:28 수정 2016.04.21 17:28

‘박물관’하면 우리는 수많은 유물과 유적이 유리 상자 너머에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을 떠올린다. 하지만 오늘날 ‘박물관’은 더 이상 옛 문화와 역사자료를 감상하기 위한 곳이 아니다. 사람들은 박물관에서 볼 것은 물론 ‘무엇을 하는 것’을 기대하고 찾는다. 그곳에서만 할 수 있는 ‘무엇’이 없으면 관람객이 박물관을 찾을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이다.
국내를 비롯해 해외 박물관 중 ‘전시 공간’을 넘어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은 사례를 통해 양산시립박물관이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박물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갖춰야 할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글 싣는 순서>

① 지역 문화를 선도하는 ‘군산근대역사박물관’
② 역사ㆍ체험 있는 지역민 공간 ‘일본오사카역사박물관’
③ 자연, 역사, 문화를 넘나드는 ‘제주민족자연사박물관’
④ 인종, 세대를 뛰어넘다 ‘싱가포르 아시아문명박물관’
⑤ 양산시립박물관, 살아있는 양산 문화의 중심이 되려면?


↑↑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전경.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관장 김영수, 이하 박물관)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제주도의 모든 것을 담은 곳’이다. 제주도의 자연과 인문 환경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민속, 자연사, 해양으로 전시실을 구분해 제주 자연의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다.

박물관은 만장굴을 본떠 만든 자연사전시실로 시작한다. 자연사전시실은 제주도의 지질 암석이나 동식물 등 자연사 자료를 입체적으로 전시하고 있다. 세계자연유산전시관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을 비롯한 한라산, 성산 일출봉 등 세계자연유산 등재 과정과 내용을 동영상 등으로 쉽게 설명하고 있다.
↑↑ 박물관에는 4천여점이 넘는 자연ㆍ역사ㆍ문화 자료가 있어 제주도의 모든 것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아래는 제주도의 돌을 주제로 한 야외전시장.

민속전시실은 1ㆍ2관으로 나뉘는데 제주 변천사와 제주인의 일생, 해녀 등 제주의 생업을 주제로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도 아열대와 한대 생물이 공존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바다를 가지고 있어 제주 바다에서 볼 수 있는 어류와 해조류, 조개류를 전시한 해양종합전시관, 돌을 가공한 생활 용구 등이 있는 야외전시관으로 나뉜다. 제주의 자연, 역사, 문화를 넘나드는 다양한 자료만 4천점이 넘을 정도로 박물관은 제주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박물관은 전시에만 그치지 않고 사라져 가는 제주 고유의 문화를 살리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제주어 아카데미, 제주학박물관 아카데미, 자연생태교실, 감물염색체험, 바다생물체험 등 올해만 해도
13개 박물관 사회교육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전통문화와 자연 체험하고 제주어로 동요 만들어


특히 이들은 아이들에게 사라지는 제주 역사와 문화를 가르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제주 땅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인 만큼, 자신의 선조에 대해 폭넓고 깊이 있는 가르침이 필요하다는 것. 그래서인지 박물관은 기발하면서도 재미있는 콘텐츠로 아이들 호기심을 자극한다.

↑↑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은 사라지는 제주어를 보존하기 위해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중 가장 큰 관심이 쏠렸던 ‘촐람생이의 숨비소리 도전!’은 아이들이 제주 역사와 생태, 문화를 게임과 체험으로 경험한 후 노래로 표현했다. 특히 가사를 제주어로 써 선인의 지혜를 체험하는 동시에 제주어를 지키기 위한 시도를 했다. 사진은 제주어 창작 동요를 녹음하는 모습

가장 큰 호응을 얻은 것이 ‘촐람생이의 숨비소리 도전!’ 프로그램이다.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의 일환으로 진행한 이 프로그램은 2년여에 걸쳐 진행됐다. 매주 토요일마다 아이들이 박물관에 와 소장 유물자료를 활용한 제주 전통민속문화와 자연생태문화를 체험했다.
↑↑ 제주어로 쓴 동요 악보

체험과 함께 아이들에게 사라지고 있는 제주어를 교육하고, 아이들은 자신이 한 체험을 바탕으로 제주어 창작 동요를 만들었다. ‘고망낚시(구멍낚시)’, ‘재열이(매미)’, ‘생이총(새총)’, ‘바당이영 한라산이영(바다랑 한라산이랑)’ 등 아이들이 체험하며 느낀 감정을 제주어로 표현하고 20곡의 동요를 직접 녹음까지 해 의미를 더했다. 

지난 1월, 20곡의 음원과 악보집을 수록한 CD를 제작해 도내 초등학교와 관련 단체에 무료로 배포했다. 또 박물관 홈페이지에서 체험활동 영상과 음원 듣기, 내려받기가 가능하게 만들어 아이들이 제주어와 친해질 기회를 제공했다.

특히 이 프로그램은 지난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전국 공립박물관을 대상으로 시행한 공공문화기반시설 활성화 우수 사례 평가에서 ‘우수 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고순여 학예사는 “‘촐람생이의 숨비소리 도전’은 어린이들이 즐겁게 뛰어놀면서 창의성에 도전한다는 일로, 아이들에게는 생소한 일을 게임을 통해 친숙하게 만들어 가는 내용”이라며 “박물관과 연관된 놀이체험을 통해 박물관을 인식하게 되고, 선조가 지나온 삶을 아이들에게 알리는 유익한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제주어ㆍ제주학 아카데미 등 전통 보존 위해 앞장


제주어 아카데미는 제주어 인사말, 제주 지명, 제주어 연극, 제주어 노래, 제주어 속담 배우기 등으로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다. 자라나는 어린 세대가 소멸 위기의 제주어를 배움으로써 제주의 정체성을 깊이 생각하게끔 유도한다는 것이다.

올해 처음 추진하는 제주학 박물관 아카데미는 도민에게 제주의 인문과 자연을 융합한 제주학에 대한 이해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제주의 돌 문화’, ‘제주의 집’, ‘제주의 음식과 유배문화’, ‘제주 해녀의 삶’ 등을 강좌와 기행으로 진행한다.

고성범 학예사는 “박물관은 제주도민에게 제주 문화에 대한 교육을 해 제주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전승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특히 올해는 제주학 아카데미, 제주학 캠프, 제주어 말하기 대회 등 제주어 보존을 위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계속해서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어린이 문화해설사 양성, 관광객 ‘신선하다’ 호평


↑↑ 박물관은 주말마다 어린이 문화해설사를 투입해 관람객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매주 토ㆍ일요일 오후 1시부터 4시에는 박물관 곳곳을 누비는 어린이 문화해설사를 만날 수 있다.

박물관은 지난 4월부터 10주간 어린이 문화해설사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 프로그램에 모두 22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이들은 박물관의 자연사전시실과 민속전시실에서 제주에 대한 강의를 듣고, 자연 생태와 민속 탐방 등으로 현장 감각을 키웠다.

프로그램을 마친 후, 수료 학생을 대상으로 현장 능력 검증과 시험을 거쳐 9명의 어린이 문화해설사를 선발했다. 현재는 7명의 어린이가 박물관 전시실에 배치돼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어른에 비하면 다소 서툴지만, 아이들은 초등학교 6학년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실력으로 능숙하게 제주의 역사와 문화를 설명하고 있다. 아이들 목소리에 내국인 관광객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까지 발걸음을 멈추고 이들의 설명에 귀를 기울인다. 이들 중 일부는 영어 해설까지 하며 호평을 받고 있다.

어린이 문화해설사로 활동하는 김나영(13) 학생은 “10주간 진행된 해설사 양성 교육 일정이 빡빡해 공부하는 데 힘이 들었지만, 막상 현장에서 해설사로 활동하니 발표하는 데 자신감도 생기고 말하기 능력도 키워지는 것 같아 학습에도 많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고 학예사는 “아이들이 제주를 설명한다는 사실만으로 관람객 시선을 끄는 게 사실”이라며 “방학에만 활동하려 했지만, 반응이 좋아 학기 중에도 아이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했으며 꾸준히 어린이 문화해설사를 양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물관은 제주만의 독특한 민속 유물과 자연사 자료를 바탕으로 그들만의 언어와 생활상을 후손에게 전승ㆍ보전하기 위해, 또 제주를 한눈에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민희 기자 minheek@ysnews.co.kr
조여정 기자 hisahiburi@y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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