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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박물관에서 뛰어다녀도, 떠들어도 괜찮아”..
기획/특집

“박물관에서 뛰어다녀도, 떠들어도 괜찮아”

김민희 기자 minheek@ysnews.co.kr 입력 2015/09/22 17:28 수정 2016.04.21 17:28
박물관은 싱가포르 교육의 핵심
교육 요소 더한 전시방식으로
관람객 스스로 역사, 문화 배워

‘박물관’하면 우리는 수많은 유물과 유적이 유리 상자 너머에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을 떠올린다. 하지만 오늘날 ‘박물관’은 더 이상 옛 문화와 역사자료를 감상하기 위한 곳이 아니다. 사람들은 박물관에서 볼 것은 물론 ‘무엇을 하는 것’을 기대하고 찾는다. 그곳에서만 할 수 있는 ‘무엇’이 없으면 관람객이 박물관을 찾을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이다.
국내를 비롯해 해외 박물관 중 ‘전시 공간’을 넘어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은 사례를 통해 양산시립박물관이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박물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갖춰야 할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글 싣는 순서>

① 지역 문화를 선도하는 ‘군산근대역사박물관’
② 역사ㆍ체험 있는 지역민 공간 ‘일본오사카역사박물관’
③ 자연, 역사, 문화를 넘나드는 ‘제주민족자연사박물관’
④ 인종, 세대를 뛰어넘다 ‘싱가포르 아시아문명박물관’
⑤ 양산시립박물관, 살아있는 양산 문화의 중심이 되려면?


싱가포르는 다양한 민족만큼이나 박물관 모습도 다양하다. 특히 그 나라의 탄생에서부터 현재에 이르는 모든 역사의 순간을 담아놓은 역사박물관이 여러 곳이라 ‘박물관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내 중심부를 비롯해 외곽지역까지 역사의 현장이 고스란히 잘 보존돼 있고 박물관은 민족, 인종, 종교 등 차별과 편견 없는 사고를 배울 수 있는 공간이다.

↑↑ 싱가포르 3대 문명 박물관 중 하나인 아시아문명박물관은 싱가포르 학생들이 체험학습을 위해 꼭 찾는 박물관 중 하나다. 아이들은 박물관 이곳저곳을 누비며 질문지에 답을 적고 스스로 공부할 수 있게 배려한다.

싱가포르 3대 문명 박물관 중 하나인 ‘아시아문명박물관(Asian civilizations museum, 이하 박물관)’은 싱가포르 역사에서부터 중국, 동남아시아, 서아시아, 중동 등 다양한 문명까지 아우르는 1천300여종의 전시품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 싱가포르 아시아문명박물관 전경.

박물관은 100년 전 세워진 고전주의 풍 건축물로 싱가포르 주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중국 등 각 나라 주제별로 유물 전시와 함께 컴퓨터 시뮬레이션, 멀티미디어 프로그램으로 옛 전통과 풍습을 쉽게 배울 수 있는 흥미로운 공간이다.


가르치기보다 아이들 스스로 역사 깨우쳐야


싱가포르의 뿌리에 대해 알리고 있는 박물관인 만큼, 박물관 관람객은 학생이 많은 편이다. 기자가 박물관을 찾은 이 날도 한 학교에서 체험학습을 왔다. 아이들은 저마다 박물관 내 유물에 대한 질문지를 하나씩 들고는 이곳저곳을 누볐다. 우리나라 아이들이 박물관을 관람할 때 인솔교사 뒤를 따라 줄지어가는 모습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싱가포르 아이들은 교사 없이 유물 설명을 읽으며 스스로 문제를 풀어갔다. 친구들과 소리 내 토론도 하고 유물 앞에 앉아 그림을 그렸다. 사진을 찍고 박물관 안을 뛰어다니기도 했다. 하지만 박물관 관리인과 교사들은 그런 아이들을 지켜볼 뿐, 제재하거나 주의를 주지 않았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은 역사와 문화를 스스로 배우고 있었다.

박물관 서비스 담당 테오 창 씨는 “싱가포르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박물관을 다니며 자기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보고 느끼는 교육이 잘 이뤄지고 있다”며 “특히 아이들 대상의 박물관 교육은 누군가 억지로 가르치기보다 아이들 스스로 보고 깨우쳐야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박물관을 놀이터처럼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그는 “박물관 교육은 다양한 문화를 습득해 편견 없는 사고를 익히는 방법”이라며 “그렇기에 박물관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간이자 자유롭게 뭔가를 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박물관은 나이별 교육 프로그램을 구성해 학교에서 박물관을 편하게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유아들은 전시관을 둘러보며 퀴즈를 푸는 방식으로, 그 외 초ㆍ중ㆍ고등학생 연령대 학생들은 그들 수준에 맞는 문제지를 준비해 직접 박물관 곳곳을 탐방하도록 하고 있다.


파티부터 가족을 위한 프로그램, 강의까지 다채

박물관과 파티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곳은 대규모 파티를 통해 관람객에게 새로운 문화를 선사하기도 한다. 오는 26일 박물관에서 진행하는 ‘시크릿 파티’가 그 예다.

↑↑ 박물관은 과거의 역사와 문화만을 아리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공연으로 현재 세대가 즐기는 문화까지 공유하며 진정한 문화의 장을 꾀하고 있다.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파티는 칵테일과 DJ 공연이 어우러진다. 일반적으로 박물관에서 개최하는 음악 공연과는 성격이 조금 다른 셈이다. 이외에도 기타, 색소폰, 가수 공연 등 다양한 공연을 열며 박물관을 ‘문화가 있는 곳’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

박물관 프로그램 담당 스테파니 수 씨는 “박물관이라고 해서 늘 교육적인 부분만 강조하는 것도 옛날 발상”이라며 “박물관이 과거의 것을 보존하고 소개하는 역할을 넘어 현재 세대가 즐기는 문화도 시민과 공유해야 진정한 문화의 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 매달 둘째 주 일요일마다 박물관 테마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 박물관 전시물부터 박물관 내 페라나칸 미술관을 탐방하는 프로그램이다.

싱가포르 인구 중 중국계가 많다 보니 박물관 내 강의는 중국과 관련한 부분이 많다. 현재 싱가포르가 있기까지 앞장선 중국 개혁가들의 삶, 영국의 식민지 페라나칸 공동체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 등 깊이 있는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싱가포르는 국가적 차원에서 박물관끼리 연계한 다양한 패키지 프로그램을 운영, 박물관을 유기적으로 홍보한다. 국가에서 문화관광이라는 요소에 박물관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스테파니 씨는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 문화시설이 가까이 있는 경우가 많아 한 곳을 방문하면 다른 곳도 방문하게끔 유도하는 프로그램이 많다”며 “국가에서 각 시설에 그런 프로그램을 유치하도록 해 문화시설이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민희 기자 minheek@ysnews.co.kr
조여정 기자 hisahiburi@y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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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언어로 알리는 싱가포르 역사

한국어, 영어, 일어 등 도슨트 투어
국외 관광객에게 역사 이해도 높여


싱가포르는 전 세계인에게 관광지로서 인기가 많은 만큼, 아시아문명박물관을 찾는 이들 중 외국인 비율도 높다. 그래서 박물관은 관광서비스의 일환으로 요일마다 국가별 다양한 언어로 도슨트(박물관과 미술관 등에서 교육을 받은 뒤 관람객을 상대로 전시물과 작가 등을 두루 안내하는 사람)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도슨트 투어는 영어는 물론, 일본어, 중국어, 프랑스어, 한국어 투어까지 이뤄지고 있다. 특히 한국어 투어는 싱가포르에서 활동하는 한인 도슨트들이 자발적으로 한국어 투어를 만들어 지난 2013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한시적 이벤트가 아닌, 정규 프로그램으로서 첫째 주 목요일마다 진행한다.

한국어 투어를 진행하고 있는 팽수진(42) 씨는 “전시작품 관련 자료가 모두 영문이라 열심히 해석하고 와 닿을 때까지 정리해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해설할 수 있다”면서 “어렵게 정리한 전시 해설을 모국어로 한인과 한국 관광객에게 전달하고 교감하며 의미 있는 시간을 공유하게 돼 보람 있다”고 말했다.

스테파니 수 씨는 “도슨트는 국외 관광객에게 박물관을 알리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유물에 대한 설명이 모두 영어로 돼 있어 관람에 불편을 느끼는 이들에게 각국 언어로 진행하는 투어는 지금까지 큰 호응을 얻고 있으며 앞으로는 지금보다 더 자주 투어가 열리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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