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집 ‘거미의 전술’은 1부 나무배꼽, 2부 얼음 소녀, 3부 밀서, 4부 냄새를 수리한 저녁 등 모두 4부로 구성돼 있다. 이 시집에 김 시인은 지난해 8월 ‘제17회 전국계간지협의회 인천대회’에서 문예지 작품상을 받은 ‘공중그네’를 비롯해 ‘달의 법칙’, ‘유리문 위의 지도’, ‘해부’, ‘감리사의 저녁’ 등 서정시 60편을 수록했다.
‘임대아파트 바닥에 물이 샌다/ 담쟁이 넝쿨 말라있는 줄기처럼 금이 쩍쩍 갔다// 오랜 시간은 소리 없는 힘을 가졌나// 독거노인 누웠다 일어난 자리에/ 임시로 누수를 막겠다는 사회복지사/ 박수액 바르고 벌어진 틈 사이 신문을 붙였다/(중략)/ 거미도 그 틈에 집을 짓고 있다/ 무심코 지나친 시간도 삶의 무게를 싣고/ 볼 수 없던 힘은 허공에 시간은 불끈 쥐고 있다/ 시간의 불 켜고 비 피한 나이가 캄캄한 터널도 집이 될 수 있는 틈이다/(후략)’(‘거미의 전술’ 중)
![]() |
ⓒ |
김 시인은 눈에 보이는 것을 마음의 심성으로, 또 그가 가진 삶에 대한 따뜻한 시각으로 풀어내고 있다. 물이 새는 임대아파트 바닥으로 표현한 우리 시대의 안타까운 단면과 함께 사람의 온기가 없는 막막한 시간을 살아가는 독거노인. 하지만 그가 사는 삭막한 곳에도 거미는 갈라진 틈에 집을 지으며 ‘재생의 힘’이 있음을 알리고 있다. 우리 삶의 비극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을 그만의 따스한 시어로 감싸 안는 것이다.
유성호 문학평론가는 작품해설을 통해 “김 시인의 시는 자신이 겪은 절실한 경험 가운데 가장 뿌리 깊은 기억의 지층이 녹아 있고, 그 안에는 오래전부터 상상해온 그만의 기원이 마디마디 박혀 있다”며 “첫 시집임에도 다채롭고 구체적인, 또 충격과 감동을 주는 시편을 기대하게 한다”고 김 시인의 작품을 설명했다.
한편, 김하경 시인은 전북 익산에서 태어나 2012년 ‘열린시학’으로 등단하고 ‘공중그네’ 외 1편으로 전국계간지 우수작품상을 받았다. 현재 지역 여성 시인 동인인 ‘이팝시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