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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박성진 논설위원 칼럼] 인구 30만이 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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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논설위원 칼럼] 인구 30만이 넘으면

김민희 기자 minheek@ysnews.co.kr 입력 2015/10/27 12:53 수정 2015.10.27 12:48



 
↑↑ 박성진
본지 논설위원
 


인구 30만 중견 도시 꿈 부푼다
고위공직, 예산 늘어나 좋다지만
공직사회 잔치로 끝나선 안돼
시민에게 줄 과실은 무엇인지
중견도시의 지속적 성장동력을
어떻게 조성할지 비전 내놓아야


신도시 한 켠, 새로 착공하는 대단지 아파트 분양 사무실 앞에 길게 늘어선 인파를 봤다. 며칠째 계속된 행렬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사라지지 않고 있는 국내 사정에도 우리 양산의 아파트 분양 열기만 보면 안도가 된다. 미분양 사태가 해소되면서 공동주택 건설이 활기를 띠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인구 30만 중견 도시로 발돋움하려는 양산시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1996년 시 승격 당시 양산시 인구는 16만8천명에 불과했다. 그전 해에 지금 기장군 지역을 부산시에 넘겨준 탓에 인구가 5만명이나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불과 20년 사이에 양산 인구는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양산시 발표에 따르면 이제 30만 인구에 1천명 정도가 부족한 상황이란다. 바야흐로 카운트 다운이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도시 인구 30만이 갖는 의미가 무엇이길래 거시적으로 범시민추진위원회까지 결성해 야단법석을 떠는 걸까. 이미 양산시는 몇 가지 지표를 제시하고 있다. 행정 서비스 제고와 재정규모 확대가 대표적이다. 시청에 국이 하나 추가되면서 인력이 늘어나고, 신도시 조성으로 크게 팽창되고 있는 물금읍 읍장 직제가 상향 조정된다고 한다. 또 정부 교부세 증액에 따라 예산규모가 200억원 이상 증가할 거라고 전망하고 있다. 

전국 200여 기초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인구가 30만이 넘는 도시는 30곳이 채 되지 않는다. 수도권 16곳을 제외하면 지방에는 10개 남짓한 실정이다. 경남에서는 창원, 김해, 진주에 이어 네 번째가 된다. 중견 도시로 도약의 발판이 되는 것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현재 양산 브랜드 인지도는 그리 높지 않다. 행정 중심 계획 도시 창원과 문화ㆍ예술의 고장 진주, 괄목 성장하고 있는 김해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이름이다. 통도사를 제외하고 나면, 전국 규모 랜드 마크나 산업이 전혀 없는 실정이다.

이는 지방자치제 20년 동안 인구 팽창에 비례하는 동반 성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결과다. 결국 역대 단체장들의 부적절한 운신 탓이기도 하지만 안정된 목표 설정과 지속적인 추진 동력이 모자란 것은 공직자들의 소명의식이 부족했다는 반증이 될 수도 있다.

민선 6기 나동연 시장은 운 좋게도 양산 발전의 결과물을 누릴 기회를 얻게 됐다. 지정학적인 배경에 의해 인근 대도시 팽창정책 부산물로 시작해 이제는 자체 도시 경쟁력을 키워갈 기회와 동기를 갖게 됐다는 사실이다.

태생적인 행운은 부러움의 대상이지 질시의 그것이 아니다. 역사를 돌아보더라도 난세의 영웅이 있고 태평성대의 주인공도 있다. 고사처럼 한 지도자 역량이 역사를 뒤바꿀 만큼 영향력을 발휘하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최소한 도시 미래를 가늠하는 전망은 해 볼 수가 있다.

양산시는, 몇 가지 신조를 통해 인구 30만 시대 청사진을 발표했다. 거기에는 교통과 기업, 관광과 문화, 복지 건강이 모두 어우러진 선진행정도시라는 장밋빛 목표가 제시돼 있다. 하나같이 희망적인 구호이지만 늘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그래서 새로운 것이 없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많은 사람이 기대하고 있는 중견 도시의 실상이 과연 무엇일까. 고위직 공무원 자리가 늘어나고 예산이 늘어난다니 무조건 박수를 치며 좋아해야 하는가. 도시 규모 확대가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효과만 가져오는 걸까. 지금 시 행정부는 목표의 구체성과 실효적인 추진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미 드러난 몇 가지 중요한 정책 추진에서 느닷없는 제동이 걸린 사례는 사전 준비가 철저하지 못한 결과다.

반값 주택 건설 계획 무산, 삼장수 빵 추진 실패 등 큰 소리 치다가 중도 하차한 사업은 물론이고 최근 감사원에서 지적된 회야강 생태조성사업 부실시공도 큰 예산 낭비사례가 될 전망이다. 중견 도시 운영은 미래지향적이어야 하지만 더욱 합리적인 정책 수립과 추진이 요구된다.

양산시 인구 30만 돌파는 크게 축하할 일이지만 이것이 공직사회 잔치로 끝나서는 안 된다. 늘어난 인구만큼 시민 삶이 윤택해질 수 있도록 실질적인 방향과 비전이 정립돼야 한다. 잘 자란 나무의 맛난 과실만 따먹고 그 본체가 시들어가게 한다면 역사의 죄인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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