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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가슴 속 이야기 꺼내는 수필,
내게 남은 ..
사람

“가슴 속 이야기 꺼내는 수필,
내게 남은 인생의 마지막 꿈”

김민희 기자 minheek@ysnews.co.kr 입력 2015/11/03 10:00 수정 2015.11.03 09:55
주변인과문학 공모전

수필부문 본상으로 등단한 김응숙 씨

“위로가 되는, 공감 되는 글 쓰고파”




손이 가는 대로 시와 소설 등 다양한 책을 읽던 문학소녀가 있었다. 책장마다 현실에서 접할 수 없는 찬란한 세계에 빠져 책을 탐닉하던 10대 소녀. 소녀는 공부도 곧잘 했으나, 어려운 가정형편이 소녀를 가혹한 현실로 내몰았다. 그래도 소녀에게 책은 희망이었고 휴식이었다. 소녀는 가정을 꾸리고, 가계를 이끌면서도 책을 놓지 않았다. 그렇게 소녀는 문학을 사랑하는 여인으로, 또 문학을 쓰는 작가로 성장했다.


지난 7월 열린 ‘제1회 미래에셋생명ㆍ주변인과문학 공모전’에서 수필부문 본상을 받은 김응숙(56, 덕계동) 씨 이야기다. 김 씨는 공모전에서 ‘신문’이란 작품으로 본상을 받아 등단했다.

“놀랐어요. 기대를 안 했는데, 이런 큰 상을 받으니 얼떨떨했죠. 책이 좋고 글이 좋아서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던 게 5년 전인데, 제가 등단하는 날이 올 줄은 생각도 못 했네요”


인생 돌아보고 정리할 수 있는
수필 성격이 매력적이라 시작


다양한 문학 갈래 중 수필을 고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김 씨는 수필이야말로 자신의 나이와 딱 맞는 문학이었기 때문에 다른 글을 쓸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크게 보면 문학에서 시와 소설, 수필을 이야기할 수 있어요. 시는 생각을 짧은 문장으로 함축해야 하고, 소설은 제 뜻을 전하기 위해 장대한 이야기를 펼쳐야 하죠. 두 장르 다 큰 에너지와 열정이 필요해요. 그런데 수필은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하지만 특별한 이야기로 써내는 문학입니다. 살면서 숱한 경험을 한 저를 돌아보고 정리할 수 있는 글이었죠. 그야말로 수필은 제 운명이에요”

하지만 수필 역시 쉽게 쓰이는 글은 아니다. 행복했던 기억보단 힘들던 시절 이야기에서 느꼈던 생각을 전하려다 보니 소재를 찾는 것부터 어려울 때가 많다. 잊고 싶었던, 묻어버리고 싶던 일을 가슴 속에서 꺼내니 마음의 고통이 따라오는 것. 김 씨는 글 소재를 찾고, 마음으로 경험을 가다듬는 과정도 자신을 성숙하게 하는 과정이라며 웃었다.

“누구나 인생에 어려움이 있잖아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가난한 어린 시절을 겪었고 평생 아프게 살아가는 어머니를 보고 자랐어요. 결혼하고 나서는 IMF로 모든 걸 잃는 경험도 했고요. 지금이야 다 지난 일이지만, 그래도 그때는 아팠잖아요. 그 일을 다시 떠올리기란 쉽지 않죠. 솔직히 아직도 어머니 이야기는 잘 못하겠어요”

김 씨가 신인상을 받은 ‘신문’ 역시 지금은 돌아가신 아버지와의 일화를 토대로 쓴 글이다. 그의 아버지 인생에서 신문은 삶의 지도이자 나침반이었다. 동네에선 ‘김 선생님’으로 통하며 마을 사람들 일을 곧잘 처리해주지만, 정작 집에서는 집안 살림에 관심 없어 어머니를 고생만 시키던 아버지.

세월이 흘러 병상에 누운 아버지는 김 씨에게 방에 있는 신문을 치워달라고 부탁했다. 김 씨는 방 곳곳에 쌓인 신문을 정리하며 그 신문에 스며든 아버지 인생을 회상하며 아버지에 대한 감정을 표현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얼마 지나지 않아 쓴 글이에요. 그리고 완성하고 나서 바로 공모전에 응모했고요. 제가 작품을 많이, 자주 쓰는 편이 아니에요. 경험과 생각을 정리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에요. 그런데 이 글은 제가 평소에 글 쓰는 시간보다 적게 걸렸고 또 완성하고 바로 공모전에 응모했죠. 아버지 병간호할 땐 거기에 시간을 다 보내 글 쓸 시간도 없었는데…. 어쩌면 아버지가 준 선물이 아닌가 싶어요”


삶의 희망이었던 수필,
그 희망 독자에게 돌려줄 것


그래도 자신 마음에 드는, 글다운 글을 쓰기까지 5년이 걸렸다. 가계를 위해 국밥 장사를 하면서도 부산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 수업을 들어가며 글 쓰는 법을 배웠다. 새벽부터 음식 준비를 하고 늦은 밤까지 장사하는 것이 힘들었지만, 일주일에 한 번, 수필을 배우러 가는 길은 김 씨에게 삶의 낙이자 가장 마지막으로 찾은 꿈이었다.

“20대에 꿨던 꿈을 지금 펼칠 수는 없잖아요. 그렇게 30대, 40대를 지나 제게 마지막으로 남은 것이 수필이라고 생각해요. 가족도 제 선택을 존중해주니 복 받은 거죠. 제게 수필을 알려주신 정약수 교수님, 문경희 수필가님을 비롯해 효원수필문학회 회원들과 인연이 없었다면 저는 꿈 없이 살아가는 재미없는 사람이 됐을 거에요”

꿈을 한창 펼치고 있는 김 씨에게 이루고 싶은 목표는 단 하나. 독자에게 읽히고 싶은 글을 쓰는 것이다. ‘작가’로 등단한 만큼, 무조건 작품만 발표하는 작가가 아니라 독자가 그의 이름을 들었을 때 ‘이 사람 작품은 읽어봐야지’라는 마음을 갖게 하고 싶다는 것.

“그 정도로 독자에게 인식되려면 제가 먼저 공감 가면서 흥미로운 글을 써야겠죠. 읽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는 글을 쓰고 싶어요. 나이는 있어도 작가로서는 이제 첫 걸음을 뗀 아이니까, 지금처럼 한 걸음 한 걸음 꾸준히 걸으면 제 이름이 독자 마음에 자리 잡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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