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을 통해 달달한 연애를 표현하지만 연애는 즐기지 않는다. 실제 연애보다 글로 쓰는 작품 속 연애가 훨씬 흥미진진하다. 사랑을 하지도 않으면서 무슨 ‘로맨스’를 논하냐고 누군가는 묻는다. 하지만 벌써 세 작품을 대중에게 선보인 로맨스 소설가 변해인(24, 물금읍) 씨는 당당하게 말한다. ⓒ
“연애를 많이 한다고 해서 연애 감정을 잘 표현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작품 속 주인공 연애 모습이 제 모습은 아니거든요. 특수한 상황에 처해있는 주인공이 된 듯한 상상을 하며 그 감정을 풀어나가기 때문에 다른 작가들과 차별화되는 저만의 매력이 있어요. 그래서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 거 같고요”
고등학생 때부터 캠퍼스의 싱그러움 대신 연애소설 작가의 길을 택했다. 남들이 누리는 것을 누리지 못함에도 상관없다며 그는 오히려 자신의 꿈을 펼치고 있는 지금이 더 행복하다고 말했다.ⓒ
2013년 첫 책을 출간한 후로 1년에 한 번, 꾸준히 작품을 쓰고 있는 변 씨는 지난해 10월, 세 번째 작품인 ‘술이 웬수다’(Renee)를 세상에 선보였다. 직장 상사와 하룻밤을 보낸 여주인공 이야기를 다룬, 조금은 파격적인 내용인 이번 소설은 작가가 된 이후에 언젠가 꼭 써보고 싶었던 노골적인 연애 이야기를 써보겠다는 다짐 하에 쓰인 책이다.
“‘노골적으로 써보자’고 매달렸지만 출판 과정에서 편집된 부분이 있어 조금 아쉬운 작품이에요. 호불호가 갈리는 소재지만, 저는 만족하고 있어요. 6개월 가까이 매일 밤 3~4시간을 투자해 쓴 만큼 독자들에게 자신도 있고요”
아버지 끼 이어받아 글 쓰는 재미에 빠져
아무리 소설을 좋아한다고 해도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글쓰기를 진정으로 즐기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기자의 질문에 변 씨는 아버지의 끼를 물려받았을 지도 모른다고 답했다.
변 씨 아버지는 故 변수경 작가로, 학생운동을 하며 시를 쓰는 등 문학에 조예가 깊은 분이었다. 항상 문학가들과 어울려 지냈던 아버지와 다양한 문학 작품으로 가득했던 집에서 지내다보니 그런 환경이 변 씨에게 영향을 준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어릴 때 책과 지냈던 환경이 제 꿈을 만들어 줬을 수도 있어요. 물론 아버지가 제 책을 보셨다면 그다지 좋은 평가는 하지 않으실 거 같아요. 문학 중에서도 연애소설은 상업적이라는 이유로 인정받지 못하는 분야잖아요”
실제로 변 씨의 처녀작 ‘첫사랑의 법칙’이 나왔을 때 변 씨 아버지 동료였던 문인들에게 책을 보낸 적이 있었는데, 이런 것도 책이냐며 아주 혹독한 평을 받은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그래도 제 책을 정말 자랑스러워 하셨거든요. 그래서 자랑하기 위해 보낸 건데 그런 평을 들으니 마음 아프긴 했어요. 하지만 언젠가는 제 글을 인정해 줄 날이 있을 거라 믿고 계속 쓰는 거죠”
비록 주변에서 좋지 않은 소리를 해도 변 씨에게는 든든한 지원군인 엄마 홍경미 씨가 있다. 철부지에 문제아라고만 생각했던 딸이 어엿한 작가로 꿈을 펼치는 걸 보면서 깨달은 바도 많다고 했다.
홍 씨는 “내 딸이지만 공부를 못하니까 ‘쟤는 할 줄 아는 게 뭔가’하는 시선을 보내기도 했는데, 소설을 쓰고 출판까지 해내는 모습을 보니까 ‘공부만 못하는 아이였구나, 공부 빼고 다 재능 있는, 다 잘하는 아이였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라며 “그때부터는 아이의 장점만 보였고, 지금은 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말해요”라고 변 씨를 자랑했다.
자신만의 개성 있는 로맨스 작가 되고파
로맨스 소설가 중에서도 변 씨는 상당히 어린 편이다. 대부분 30대 이상인 작가들인지라, 스스로가 느끼기에 작품에서의 깊이는 부족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다른 작품이나 다른 장르 책을 읽기도 하지만, 읽으면 오히려 새로운 작품 주제가 생각나 난감하기도 하다며 웃었다.
“소재가 생각날 때마다 메모하면서 머릿속에 떠오른 이야기를 정리해요. 그걸 풀어가는 게 재미있어요. 로맨스 소설이 다 비슷한 소재로 쓰여지기 때문에 그 속에서 저만의 개성을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그래서 더 과감한 주제, 노골적인 표현을 쓰려고 하는데 어떤 분은 그런 제 방식을 불쾌해 하기도 하더라고요”
때로는 원색적인 비난의 화살이 변 씨에게 오기도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처음 글을 썼을 때만 하더라도 악플에 상처도 받았지만, 그런 공격보다 자신의 글을 좋아해주는 사람의 응원에 힘을 내 글을 쓰고 있다.
“여성들의 환상을 채워주는 게 로맨스 소설이지만, 요즘은 소설 속 남자 주인공 행동 하나에도 시비를 거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 분들이 늘어나다보니 로맨스 소설이 더 저평가 받고 있는 상황이에요. 쉽고 가볍게 읽으면 되는 분야인데 그렇게 접근하니 로맨스 소설 시장이 불황이기도 하고요. 저는 이런 상황을 저만의 개성으로 이겨내고 싶어요. 독특한 소재와 제 표현 방법으로 소설을 쓰고 독자에게 인정받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