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석양을 서정적인 가사와 멜로디로 표현
“로컬송으로 양산시민 자부심 느끼는 노래되길”
기나긴 오후 지나 가만히 잠들면 나도 모르는 그 곳에 닿게 돼. 기약 없는 눈물과 네 바람에 실려 익숙하지 못한 곳에 닿게 돼. 꽃잎은 휘날리고 바람은 눈부시며 강물은 곱게 물들어 이젠 내 눈에 흩어지네. 응어리져 있었던 미련을 놓고서 이젠 그 곳에게 인사하네. 꽃잎은 휘날리고 바람은 눈부시며 강물은 곱게 물들어 이젠 내 눈에 흩어지네. - 문센트 ‘호포에 가면’ 가사
눈을 감고 가사를 음미하면 낙동강 석양이 떠오른다. 잔잔하게 흐르는 기타 리프는 조용히 흐르는 강을, 청명한 목소리는 바람의 흐름을 따라 움직이는 갈대밭의 풍경을 떠오르게 한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인디밴드가 부르는 이 노래가 와 닿는 이유는 바로 ‘호포’를 노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 도시철도 2호선 호포역에 내려 마주하는 낙동강 석양, 그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호포에 가면’은 부산에서 주로 활동하는 3인조 밴드 ‘문센트’의 곡이다.
봉봉(33, 보컬, 본명 김봉현), 김기훈(31, 리드기타), 이종기(26, 리듬기타) 세 명으로 구성된 문센트는 ‘달의 향기’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달의 잔잔함을 노래하듯, 서정적인 음악을 하겠다는 다짐이 담긴 이름이다. 이들 멤버는 부경대, 경성대, 부산예대 재학 시절 음악을 시작해 5년 동안 동고동락하고 있다.
부산이 주 무대인 이들이 어떻게 양산의 호포를 노래하게 됐을까. 4년 전, 김기훈 씨가 처음으로 보게 된 호포역의 풍경 때문이었다.
“경성대ㆍ부경대역에서 지하철을 탔는데 깜빡 잠이 들었어요. 정신을 차렸을 때는 금곡역에서 호포역으로 가고 있었고, 호포역에 내리게 됐죠. 처음 듣는, 또 처음 와보는 곳이라 어리둥절했는데 지하철역 밖에 낙동강이 펼쳐져 있더라고요. 저도 모르게 역에서 나와 그 아름다운 풍경을 눈에 담았고 그때의 기억과 감동을 풀어낸 곡이에요”
4년 전 일을 본격적으로 음악으로 풀기 시작한 때는 2013년. 김 씨와 봉봉 씨가 작업에 돌입했다. 봉봉 씨는 다른 지역 이야기였으면 아무 감흥이 없었을 것이라며 말을 시작했다.
“제가 물금읍에 살고 있거든요. 그래서 매일같이 2호선을 타고 출ㆍ퇴근을 해요. 양산시민으로서, 호포역을 매일 지나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공감할 수밖에 없었어요. 저도 낙동강에 내리는 석양을 보며 일과를 마감했고 그로부터 위안을 받았으니까요”
무엇보다 ‘호포에 가면’이 이들에게는 첫 디지털 싱글앨범이기에 그 가치와 의미는 더 컸다. 공연장에서 관객에게만 이들의 음악을 선보였던 것과 달리, 대중에게 노래를 선보일 기회였기 때문이다.
봉봉 씨는 “특히 저는 양산시민으로서 더 뿌듯한 감이 있죠. 대중에게 저희를 알리는 첫 노래가 제가 사는 곳 이야기니까요. ‘나중에는 우리 노래가 호포역에 나오지 않을까’하는 이야기를 멤버들과 하는데 언젠가는 이뤄지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김기훈 씨 역시 “저는 부산 토박이지만 ‘호포에 가면’을 통해 저희가 부산과 양산, 경남을 잇는 밴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노래를 계기로 해서 주변 친구들에게 호포 알리미가 되기도 하고요. 물론 저희가 뜨면 자연스럽게 호포도 널리 알려질 테니 저희가 열심히 해야겠네요”라고 덧붙였다.
2월 미니앨범 발매 앞두고 있어
양산에서도 공연 기회 있었으면
이들은 ‘호포에 가면’을 계기로 양산에 대한 관심도 많아졌다며 지난해 양산시에서 진행한 양산시민 노래 공모전에도 참가했다.
이종기 씨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말 밤낮 할 것 없이 열심히 작업했어요. 저희 음악 스타일이 조금 어둡고 칙칙한 편인데, 밝고 희망찬 느낌으로 양산을 위한 노래를 완성했죠. 물론 공모에선 떨어지긴 했지만요”라며 웃었다.
↑↑ 호포 인근 낙동강 일대를 배경으로 한 문센트 ‘호포에 가면’ 동영상. ⓒ
문센트는 오는 2월 4곡이 수록된 미니앨범 발매를 앞두고 있다. 이번 앨범 발매와 함께 지난해 11월에 나온 ‘호포에 가면’ 방송 심의도 받을 계획이다. 방송 심의를 통과하게 되면 TV와 라디오 등에서 문센트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만큼, 공연뿐만 아니라 방송에서도 열심히 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 활동무대가 부산이라 그렇지, 불러만 주신다면 양산에서도 꼭 공연하고 싶습니다. 아직 양산에는 밴드나 거리공연 문화가 자리 잡지 못해 한 번도 공연해 본 적이 없거든요. ‘호포에 가면’을 꼭 양산시민에게 들려드리고 싶어요. 또 앞으로 방송에서도 저희 노래를 자주 접할 수 있도록, 저희 노래를 통해 양산이 유명해 질 수 있도록 열심히 활동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