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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천연염색, 남들이 가지 않은 길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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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염색, 남들이 가지 않은 길로 간다

김민희 기자 minheek@ysnews.co.kr 입력 2016/01/26 10:50 수정 2016.01.26 10:43
북정동에서 천연염색 공방 운영하는 이정화 씨

울 소재에 염색하고 해외에서 배운 기법 선보여

“천연염색도 화려하고 개성 있다는 걸 알리고파”

자연 소재를 통해 색을 뽑아내고 그 색을 입던 ‘천연염색’은 이제 더 이상 우리에게 낯선 분야가 아니다. 천연염색 공방부터 천연염색 동아리 등 천연염색을 배울 수 있는 곳도 쉽게 찾을 수 있고 천연염색한 옷은 고가라는 인식을 넘어 생활 의복으로 자리 잡았다. 천연염색에 관심을 가지는 연령대도 점차 낮아지며 천연염색에 대한 관심도는 높아졌다.


하지만 이런 천연염색이 일상에 자리 잡은 만큼 천연염색에 대한 대중의 시각 역시 정형화되기 시작했다. 천연염색을 통해서는 푸른 쪽빛과 나무와 같은 고동색 등 단정하고 차분한, 그러나 조금은 칙칙하다고 느끼는 색만 얻을 수 있다는 틀이 생긴 것이다.


이런 사람들의 생각을 깨주고 싶어 천연염색 공부에 몰두한 사람이 있다. 북정동에서 공방 ‘정각원’을 운영하는 이정화(52) 대표가 그 주인공. 이 씨는 천연염색으로도 충분히 원색적이고 화려한 표현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이 씨 작품을 보면 화려하고 남들이 도전하지 않은 길을 걷는다는 느낌이 강하다.


“요즘 천연염색을 보면 비슷한 느낌이 많아요. 그래서 저는 저만의 색과 저만의 기법을 만들려고 해요.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아! 이런 색이 천연염색을 통해서 나올 수 있구나’하도록 말이에요”

다도 시작으로 규방공예, 천연염색까지

이 씨는 원래 다도를 배우던 사람이었다. 우리 전통 차를 익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전통의 미(美)가 담긴 규방공예에 관심이 갔다. 규방공예를 배우고 소품을 만들다 보니 소품 재료가 되는 염색 천에 흥미가 생겼다. 남들이 다 쓰는 천이 아닌, 나만의 색을 담은 천으로 작품을 만들고 싶어졌다.


“염색을 본격적으로 하게 된 건 6년쯤 됐어요. 강의를 통해 배우기도 했지만 제가 가장 많은 도움을 받는 곳은 전문 서적이죠. 전문가도 많이 만나러 다녔지만, 책에서 무엇보다 정확한 이론을 배웠어요. 그래서 알게 됐죠. 사람들이 ‘물이 잘 빠진다’고 생각한 빨간 빛이 실제로는 천을 씻고 말리고 염색하는 과정, 시간과 물 온도 등을 제대로 알지 못해서라는 걸요”


책에서 큰 도움을 받은 이 씨는 자신만의 색을 찾기 위해 해외로 나가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일본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인도를 방문해 천연염색 원료를 수출하는 전문가를 찾아 새로운 염색 기법을 배우기도 했다.
그렇게 발견한 그만의 염색법이 바로 ‘친환경 쪽 환원법’. 파란빛을 내는 식물인 쪽을 추출했을 때 추출물이 공기와 만나면 불용성(액체에 녹지 않는 성질)이 되는데, 이를 수용성(물에 잘 녹는 성질)으로 바꾸기 위해 천연 효모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를 한 달에 한 번, 특강 형식으로 대중에게 알린다. 내 기법이라고 해서 나만 가지고 있기보다, 다른 사람과 공유해야 천연염색이 더 발전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 이 씨가 인도에서 직접 공수한 염색 재료들. 이 재료로 인도풍 염색 기법을 연구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6개월간 연구한 끝에 천연염색 울 니트를 완성해 주목을 받았다. 울은 마찰에 약하고 세탁에 의해 변형될 위험이 큰 소재라 염색을 시도했다가 성공한 사람이 거의 없는데, 이 씨가 울 염색에 성공한 것이다.
“실 자체를 염색해서 니트를 짰어요. 여러 방식으로 도전해봤지만, 실에 직접 염색을 해 옷을 편집하는 것이 방법이더라고요. 수차례 실패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나만의 것을 완성했을 때 그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죠. 앞으로도 이런 색다른 도전을 이어갈 겁니다”

↑↑ 이 씨가 공방에서 자신의 제자에게 염색 기법을 전수하고 있다. 매달 진행하는 특강을 비롯해 1대 1 수업 등으로 자신의 색을 전파하고 있다.

이 씨는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는 말이 있듯이, 천연염색에도 왕도가 없다며 앞으로 계속 연구하고 발전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제 색을 좋아해 주는 분을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공부해 화려하고 아름다운 천연염색을 선보일 것”이라며 “기회가 생긴다면 해외에서도 제 작품을 선보이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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