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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희 편집국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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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지나 건강한 청년으로
성장하길 간절한 마음으로 기대
장밋빛 희망에 취해 있기보다
필요한 실천과제부터 고민해야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나이. 스물이라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기다려지는 나이이자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는 나이다. 아직 스물을 맞이하지 못한 이들에게는 성인으로 자신의 생각과 꿈을 펼칠 수 있을 것 같은 나이이며, 스물을 넘긴 이들에게는 그 희망의 흔적이 오늘을 살아가는 힘을 주기도 한다.
3월 1일은 양산이 군(郡)에서 시(市)로 승격한 지 꼭 스무 해가 되는 날이다. 스무 번째 생일을 맞아 성인이 된 양산의 오늘은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 이미 지난해 11월 20일 인구 30만을 넘어섰고, 올해 4월 예정된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을 1명 더 선출하게 됐다. 양산의 눈부신 발전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한때 경남의 변방, 부산ㆍ울산의 베드타운이라는 표현이 낯설기까지 하다. 인구 30만을 넘어 50만 자족도시로, 경남ㆍ부산ㆍ울산을 잇는 중심도시가 되겠다는 목표가 곧 손에 잡힐 듯하다.
무엇이든 될 수 있을 것 같은 스물의 꿈과 희망은 늘 우리를 설레게 한다. 비록 세상살이에 지쳐 꿈과 희망을 놓아버린 채 방황하기도 하지만 스물에 우리가 꿈꾸었던 이상은 가슴을 뛰게 만드는 힘이다.
10년 전 양산에서 처음 기자생활을 시작했을 때 누군가 양산을 ‘사춘기’에 비유했던 일이 기억난다. 1980년대 이후 개발열풍에 힘입어 양산이 성장하면서 겉으로는 발전을 거듭했지만 발전 이면에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을 빗댄 표현이다. 사춘기는 무한한 가능성과 좌절이 공존하는 시기다.
양산은 신도시 개발과 산단 조성 등에 힘입어 인구 유입이 크게 늘어나는 동안 ‘발전’이 최선의 목표였다. 하지만 문화적으로 불모지에 가까웠고, 역사적인 정체성은 외면받기 일쑤였다. 외적 성장 못지않게 내적 성장을 고민해야 할 시기였지만 번번이 ‘발전’에 대한 구호가 이를 압도하는 상황이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큰 양산’이라는 구호는 이러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필자는 기자 생활을 하는 동안 양산이 어떤 도시인지 묻는 이들에게 양산을 다이아몬드 원석에 비교하곤 했다. 신입기자들이 들어올 때면 먼저 지도를 보여준다. 양산 지도를 들여다보면 마름모꼴처럼 생겨 다이아몬드처럼 보이지 않냐고 물어보곤 한다. 원석이라는 표현은 아직 양산이 다이아몬드는 아니라는 뜻이다. 다듬지 않은 채 내버려두면 그저 돌맹이일 뿐인 원석.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양산과 닮은꼴이다.
‘버킷 리스트(bucket list)’란 말이 있다.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과 보고 싶은 것들을 적은 목록을 말하는 것으로 자신만의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는 일은 비단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몫이 아니다. 오히려 젊은 세대일수록 자신만의 버킷 리스트를 작성해 그 목표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가는 일이 중요하다.
우리가 인생에서 가장 많이 후회하는 것은 살면서 한 일들이 아니라, 하지 않은 일들이라는 말처럼 버킷 리스트는 ‘스물’에 가장 어울릴지 모른다.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는 일에서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은 ‘나’를 돌아보는 것이다. 다른 이들의 시선을 의식해서는 제대로 된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기란 쉽지 않다.
그럼 스물을 맞이한 양산시가 작성해야할 버킷 리스트는 무엇일까?
기본과 원칙의 안전제일도시, 사각지대가 없는 건강복지도시, 일자리가 많은 첨단기업도시, 고향같이 편한 선진정주도시, 최고 경쟁력의 교육지식도시, 여유와 품격의 문화체육도시…. 양산시가 내세우고 있는 시정목표를 들여다보면 어느 하나 빠짐없는 최고의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모두 우리가 함께 응원해야 할 목표지만 과연 우선순위는 무엇일까? 모든 일을 하고 싶다는 욕심은 때로 어떤 일도 제대로 할 수 없게끔 한다는 말을 새겨볼 때다.
스무 살을 맞은 양산시가 질풍노도의 시기였던 사춘기를 거쳐 어엿한 성인으로 새로운 꿈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람들은 잘 안다. 스물에 꿈꿨던 찬란한 희망이 곧 현실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눈물겨운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장밋빛 미래를 펼쳐 보이는 일이 잘못은 아니다. 하지만 허황된 희망에 사로잡혀 당장 필요한 실천을 게을리 한다면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스물이라는 시기를 놓쳐버릴지도 모른다. 양산이 건강한 청년으로 성장하길 진심으로 바라며 보여주기식 버킷 리스트가 아니라 양산시만의 버킷 리스트를 만들어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