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사람

취미가 직업으로… 리본공예 전문가 한창숙 씨 “공예하며 잊었던 자아 찾았죠”

김민희 기자 minheek@ysnews.co.kr 입력 2016/02/29 10:07 수정 2016.02.29 11:08
평범한 전업주부에서 4년차 공예 강사로 활동

공예 관련 자격증만 14개 취득, 자기계발 앞장






“취미였던 리본공예가 새로운 삶 선물해 줘”

↑↑ 한창숙 씨는 웅상을 비롯해 서부양산, 부산 등에서 다양한 공예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30일, 양산시립도서관 방학특강으로 ‘펄러비즈’ 수업을 진행하는 모습.


아이가 있고 시간이 없어서 자신을 돌보지 못했던 예전 엄마들이 아니다. 이제는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자신이 좋아하는 일도 배우고 돈 벌며 삶의 활력을 찾는 엄마들이 늘어나고 있다. 좋아서, 재미있어서 시작한 취미생활이 열심히 하다 보니 자신의 새로운 인생 지도까지 그리게 된 영리한 주부, 한창숙(34, 평산동) 씨를 만났다.

“의상제작을 전공했어요. 그래서 손으로 만드는 걸 좋아했죠. 육아로 한동안 제 생활은 꿈도 못 꾸다가 아이들이 유치원, 학교에 들어가고 생긴 여유 시간에 제 일을 찾게 됐죠. 제가 몰두할 수 있는 취미 말이에요. 그게 바로 리본공예였어요”

자신의 전공과 연관 있는 일이었기도 했고 무엇보다 두 딸에게 작품을 선물로도, 또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었다. 한 씨는 자신의 작품을 하나 둘 완성할 때마다 운영하던 블로그(dasomdur.blog.me)에 짧은 글과 함께 사진을 올렸다.
↑↑ 한 씨가 만든 작품들, 왼쪽부터 리본공예 모자, 칼라클레이 컵케이크, 우드아트 액자.

집에 있을 때 하는 일이 공예라 매일 작품을 올리게 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사람이 그의 작품을 보게 됐고, 블로그는 물론, 주변에서도 ‘배우고 싶다, 가르쳐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호응에 용기를 얻어 동네 카페에서 수업을 시작했다. 리본공예를 하기 시작한 지 4년 만에 소규모 클래스를 열게 된 것이다. 주변 성화로 얼떨결에 수업을 시작하게 됐지만 잘해보고 싶은 마음은 누구보다 컸다.

수업으로 수입과 활력을 얻다


그저 좋아서 하는 취미인데 한 씨는 주변 사람들이 예쁘다고 손뼉을 치고, 가르쳐달라고도 하니 신기하면서 신바람도 났다. 가장 좋았던 것은 즐기며 하는 취미가 수입까지 안겨준 점이다. 남들보다 어린 나이에 결혼하고 빨리 육아전선에 뛰어 들었던 그에게 나만의 일이 생긴 것은 큰 기쁨이었다.

“남을 가르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즐거웠어요. 무엇보다 ‘나’를 인정해주는 느낌이 좋았죠. 누구나 인정받고 싶은 욕심은 있잖아요. 내가 좋아하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가르치는 그 시간도 좋았고요. 집안일, 육아를 함께해야 했지만 마냥 신났어요. 육아는 잘 안 도와줬지만 남편도 응원해줬고요. 무엇보다 집에서 아이 키우면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어서 더 만족스러웠죠”

단순한 취미에서 그치지 않고 본격적인 ‘내 일’로 만들기 위해 한 씨는 자격증 취득에 몰두했다. 리본공예, 패션리본, 리본자수 등 리본과 관련된 것부터 냅킨, 와이어, 우드아트, 포장공예, 칼라믹스 등 다른 공예분야도 손을 넓혔다.

“최근에는 양말, 한지, 모자이크 공예 자격증도 땄고요. 아동심리, 미술심리, 아동미술 자격증도 땄어요. 지난해에만 6개를 딴 거죠. 그동안 늘 실기로만 시험을 봤던 자격증 말고 필기시험을 치려니 어렵더라고요. 오랜만에 공부했더니…. 저한테는 큰 도전이었어요”

↑↑ 지난 4년간 한 씨가 취득한 자격증. 주 종목인 리본공예를 비롯해 포장공예, 칼라믹스, 아동심리 등 14개 종목 자격증을 땄다.


이렇게 취득한 자격증 종목으로만 14개, 급수와 지도자 자격증 등을 다 합치면 모두 26개에 달한다. 아이들 대상 강의부터 주부, 어르신과도 수업을 진행하다보니 더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하나하나 공부해 온 결과물이다.

다양한 자격증 가운데 가장 뿌듯했던 자격증을 물으니 한 씨는 다름아닌 ‘운전면허’를 꼽았다.

“평생 운전할 일이 없을 줄 알았어요. 서부양산이나 부산 해운대에서 강의가 있을 때도 재료를 짊어지고 버스를 타곤 했죠. 그러다 너무 힘들어서 운전면허에 도전했는데 완전 신세계더라고요. 제 활동 영역이 늘어나니까 제 시야도 더 넓어진다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제일 잘한 일인 거 같아요”


공예하는 노후를 꿈꾸다


배우고 싶은 것은 끝이 없다. 한 씨는 지금 배우고 있는 캘리그라피 외에도 목공예와 금속공예 등에 꼭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여유만 생긴다면 자신만의 공방을 차리는 게  꿈이기도 하다. 매일같이 만드는 작품을 예쁘게 꾸며놓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다는 것이다. 

“취미로 제 삶이 많이 바뀌었어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게 삶에 있어 얼마나 긍정적인 부분인지도 알게 됐고요.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것도 많아서 좋은 것 같아요. 다른 엄마들에게도 꼭 취미를 가지라고 말하고 싶어요. ‘나를 위한 시간’은 누구 엄마로서의 삶이 아닌, 제 삶을 살게 해주는 힘이 되거든요”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