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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희 기자 minheek@ysnews.co.k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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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일각에서는 기성 가수, 특히 아이돌 가수를 불러 축하 무대를 여는 것에 대해 비판적이고 회의적으로 보기도 한다. 축하 무대에 가려 본 축제가 주목을 받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이유도 이해는 한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방송 행사 취재가 가장 신난다. 왜? 나는 ‘아이돌 덕후’니까.
지난 1일 진행한 양산시 승격 20주년 기념식도 ‘가요베스트’ 공연 일정이 뜬 순간 누가 시키기도 전에 당연히 내 일이라고 생각했다. 왜? 아이돌 B.A.P가 오니까. 물론 오빠들(?)을 만나기까진 긴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다. 녹화 마지막 무대에 오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3시간을 버텼다. 10분도 안 되는 짧은 무대를 보기 위해서! 순식간에 지나간 공연이 아쉽긴 했지만, 화려하고 멋있는 춤과 노래를 생생하게 느낀다는 것 자체로 힘을 얻은 기분이었다.
기분 좋게 공연을 보고 나가는 길, 무리 지어 나가는 팬들을 보며 무심코 던지는 어른들의 말이 귀에 들어왔다. “아침부터 죽치고 기다려가 뭐하는 짓이고”, “자들 부모님은 저러는 거 아나”, “저럴 만큼 자들이 좋나”…. 어르신들의 염려와 우려의 시선 속에 실내체육관을 빠져나오니 문득 억울해졌다. 대체 아이돌 덕후인 게 무슨 잘못이라고 이런 시선을 받고 이런 말을 들어야 하는 걸까.
‘아이돌 덕후’라고 하면 대부분 10대 청소년을 생각하지만, 최근에는 20대를 비롯해 30~4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팬이 존재한다. 남덕(남자가 남자 아이돌을 좋아하는 것), 여덕(여자가 여자 아이돌을 좋아하는 것)을 비롯해 찍덕(사진을 찍는 팬) 등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의 ‘덕질’(좋아하는 분야를 좋아해서 하는 일)이 있음에도, 20대 후반 나이에 아이돌을 좋아하는 나를 보면 주변 사람들은 ‘왜 그러고 사니’하는 눈빛을 보낸다. 하지만 나는 당당히 말할 수 있다. 예나 지금이나 내 영혼을 가장 위로해 주는 것은 ‘아이돌’이라고.
중학교 때는 신화 노래에 관해 친구들과 열띤 토론(?)을 벌였고, 입시로 지칠 때는 슈퍼주니어 오빠들 목소리를 들으며 힐링했다. 과제와 시험으로 바쁜 대학 시절에도 2PM의 무대와 영상을 보는 것은 삶의 낙이었고, 현재 내 똑같은 일상에서 유일한 탈출구는 위너를 ‘영접’하는 일이다.
좋아하는 데 이유가 있냐만은, 무대 위에서 반짝이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 순간만큼은 일상에서 느끼지 못했던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척박한 땅에 피어난 예쁜 꽃 한 송이를 보는 느낌이랄까. 이런 감정을 ‘한순간의 치기’라고 비웃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신경 쓰지 않는다. 덕질은 마이웨이(my way, 내 마음대로 하는 것)니까.
그래도 이 기회를 통해 꼭 한 번 말하고 싶은 게 있다. 아이돌 덕후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 말이다. 아이돌 덕후는 각종 언론에서 속히 ‘빠순이’라고 불리며 아이돌에 관해 맹목적이고 삐뚤어진 사랑을 하며 도를 넘는 과소비를 하는 모습으로 비춰진다.
하지만 같은 입장에서 말할 수 있다. 그들은 일부 언론에서 표현하는 비이성적이고 판단 능력이 없는 바보가 아님을 말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나온 문화를 즐기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관한 콘텐츠를 만들고, 관련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로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는 존재다.
세상은 넓고 덕후는 많다. 물론 아이돌을 비롯한 애니메이션, 영화를 비롯해 캠핑까지 다양한 덕질 세상이 있다. 직업을 가지고 사회생활을 잘해가면서 정성과 열정을 들여 덕질까지 성공적으로 해내는 이들이 ‘덕후’다. 아이돌 덕후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말한다.
“덕후에게 함부로 하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