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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안정된 직장 그만두고 베이킹 창업에 도전한 심선자 씨
“젤리에 꽃이 피었습니다!”

김민희 기자 minheek@ysnews.co.kr 입력 2016/03/08 14:00 수정 2016.03.08 01:53
중부동에서 수제 베이킹 공방 운영, 시민에게 ‘젤리플라워’ 알려

5월부터는 ‘한국핸디크라프트협회’ 구성해 자격증 발급도 할 예정




투명한 젤리에 카네이션, 국화 등 알록달록한 꽃이 활짝 폈다. ‘먹어도 되는 식용 꽃을 안에다 넣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지만 알고 보면 꽃도 젤리로 만들어 낸 작품이다. 대체 어떻게 젤리 안에 꽃을 피워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어 찾은 곳은 중부동 수제 베이킹 공방 ‘에쇼쁘’. 공방 주인인 심선자(27) 씨는 “그리 어려운 과정을 거치는 건 아니다”라며 젤리플라워에 대해 설명했다.

“젤리의 둥근 부분이 아닌, 평평한 부분에 홈을 파서 식용 색소로 색을 낸 젤리를 주입해요. 그리고는 젤리플라워용 도구를 이용해 꽃잎의 모양을 만드는 거예요. 아직 우리나라에서 제작한 젤리플라워용 도구는 없고 미국이나 일본에서 사와야 하죠. 대신 집에서는 빨대를 활용해 만들 수 있어요”

젤리플라워는 베이킹이 발달한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분야다. 젤라틴 아트, 젤리 아트라고 불리는 젤리플라워는 지난해 말부터 우리나라에 들어와 유행하고 있다. 서울과 부산에서는 수업도 여러 번 진행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는데, 양산에서는 심 씨가 유일하게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거꾸로 뒤집은 채 꽃잎을 만들다 보니 초보자에겐 쉽지 않은 작업처럼 보였다. 심 씨는 수강생들도 어려워 보인다며 볼멘소리를 하기 일쑤라며 웃었다. 하지만 그는 처음 배우는 사람도 1시간 정도만 해보면 작품 하나를 완성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다고 말했다.

“저도 처음에는 ‘거꾸로 보면서 꽃잎을 어떻게 만들지?’ 싶었는데 직접 해보니 그리 어렵진 않았어요. 그래서 수강생들에게도 자신감을 갖고 하면 저보다 예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해주죠”


왼손잡이지만 오른손으로 기술 익혀 강의해


심 씨가 수강생에게 자신보다 더 잘 만들 수 있다며 용기를 북돋워 주는 이유는 또 있다. 그가 바로 왼손잡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가르쳐야 하는 입장이라, 젤리플라워 기술을 익힐 때 오른손으로 연습했다. 평소 사용하지 않던 손이라 같이 배우던 사람들보다 작업 속도도 느리고 힘들기도 했지만 빨리 다른 사람들에게 젤리플라워를 알리고 싶다는 열정으로 불편을 이겨냈다.

“글도, 밥도, 일상생활 대부분을 왼손으로 하는데 오른손으로 뭔가를 하려니 어렵더라고요. 베이킹이 좋아 다른 선생님께 배울 때는 왼손으로 해도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공방에서 남을 가르칠 때 저 편한 대로 할 수가 없잖아요. 오히려 새로운 도전이라 더 즐거웠어요”


병원 그만두고 꿈 찾아 베이킹 공방 열어


오른손으로 베이킹을 하는 것도 도전이었지만, 심 씨가 공방 문을 열게 된 것 자체가 그에게는 가장 큰 도전이었다. 방사선과를 졸업해 단번에 취업도 했고 병원에서 남부럽지 않은 대우를 받으며 일했는데, 갑자기 그만두고 창업하는 것을 부모님은 물론, 주변 사람 모두가 이해하지 못했다.

“흰 가운 입고 월급도 잘 나오고 부모님이 보기엔 번듯한 직장이었는데 왜 그만두냐고 혼도 많이 났어요. 고등학생 때 진로를 결정할 시기에는 딱히 꿈이 없어 전망이 좋다는 방사선과에 지원했거든요. 방사선과를 나왔으니까 당연히 병원에 취직해야겠다 생각했고요. 근데 막상 일하니 좀 답답했어요. 재미도 없고”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근무하고 남는 일요일, 하루를 이용해 오직 베이킹을 배우겠다는 일념으로 전국 곳곳을 다녔다. 그러다 보니 심 씨에게 자연스럽게 ‘베이킹 공방’의 꿈이 생겼다. 병원을 그만두고 그동안 모아뒀던 월급과 퇴직금으로 차린 것이 지금의 공방. ‘에쇼쁘’(echoppe, 프랑스어로 구멍가게)라는 이름처럼 크진 않아도 삼삼오오 모여 수업을 할 수 있는 정도라 마음에 든다는 심 씨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지금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아직 주변에 취업도 못 한 친구들도 있어요. 그게 비하면 저는 직장 생활도 해봤고 하고 싶은 일로 창업도 했잖아요. 남들보다 좀 빠르게 제 길을 찾은 거 같아요”


‘핸디크라프트협회’로 젤리플라워 알릴 계획


오는 5월에는 또 다른 도전을 할 계획이다. 양산 내 다양한 공방 운영자들이 주축이 된 ‘한국핸디크라프트협회’를 창립해 베이킹 분과장을 맡게 되는 것이다.

“손으로 하는 모든 분야를 한곳에 모은 협회고, 협회에서 민간자격증도 발급해 줄 예정이에요. 양산은 아직 베이킹와 관련한 민간자격증을 발급받을 수 있는 곳이 없거든요. 자격증 발급이 되면 시민에게 젤리플라워를 더 알리기 좋아질 거 같아요. 많이 관심 가져 주셨으면 좋겠어요”

심 씨는 아직 창업에 성공했다고 하긴 이르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공방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더 배우고 실력을 키울 것이라며 앞으로 성장할 심 씨와 공방을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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