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차 전문 찻집 운영하며 노반장 차 알려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맛을 내는 게 특징”
ⓒ 양산시민신문 |
“계기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살기 위해 중국 차를 마셨어요. 40대 때 꿈은 ‘50살까지만 살게 해달라’였을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았죠. 일흔을 바라보는 지금은 차가 준 선물 같은 세월을 살고 있습니다”
중부동에서 ‘포랑산 전통찻집’을 운영하는 김헌경(68) 씨는 처음부터 중국 차 전문가는 아니었다. 건강을 위해 마셨던 차는 30년이 가까운 시간 동안 김 씨와 함께했다. 그렇게 그는 자연스럽게 중국 차 전문가가 돼 있었다.
김 씨는 중국에서는 기름기가 많은 음식을 먹을 때마다 차를 즐겨 마시곤 한다고 설명했다. 식전이나 식후 차를 즐겨 마시기 때문에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고도 뚱뚱한 사람이나 고혈압, 중풍 환자가 적다는 것. 중국인은 차를 많이 마시기 때문에 내면 의식이 정화된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빨리 빨리는 절대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느긋하게 대륙의 질긴 기질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차가 왜 좋고 무엇이 좋은가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차를 많이 마시면 우리 몸이 이완되고, 고요해지며 내면 의식이 정화되죠. 정화되면 자연히 차의 효능을 보게 되고 이 일련의 것이 ‘행다법’(차를 마시는 방법)입니다. 차 문화는 지루하고 따분해 익히기 어려운 분야죠. 하지만 다양한 차를 알고 차의 맛과 멋을 아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면 자연스럽게 내 것이 됩니다”
중국 차 중 ‘노반장’차를 주로 마시고 전파보이차 중 최고라 불리는 노반장 차. 노반장은 자연에서 숙성될 수록 맛과 향이 짙어지며 그 가치도 높아진다.
중국 차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차는 ‘보이차’다. 김 씨는 보이차 중에서도 최고라 불리는 ‘노반장’을 주로 마신다.
‘노반장’ 보이차는 차의 산지인 포랑산 노반장 마을에서 이름을 따온 차다. 수령이 100년 이상 된 고차수에서 나는 것으로, 독특한 쓴맛과 단맛을 가지는 풍미, 강한 향기로 최근 주목받고 있는 차다.
“노반장은 고차수인 만큼 영양도 뛰어납니다. 일반적으로 재배된 대지차와는 차원이 다르죠. 또 자연 숙성한 청차와 인공 발효한 숙차가 주는 느낌도 다릅니다. 우리나라는 숙차가 많이 유통됐는데, 최근에는 청차가 인기를 끌고 있어요”
늦바람이 무섭다는 말처럼, 그는 폭포수처럼 중국 차에 빠져들었다. 각종 진귀한 다구는 물론, 중국 차와 관련해 투자한 돈도 엄청나다. 중국에 직접 가서 귀한 차를 사서 들고 오는 경우도 많았다. 진귀한 차를 구하기 위해서 좋은 차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다녔고 누구든 만났다.
“좋은 차를 사기 위해서라면 어디든 다녔죠. 제가 못 마셔본 차니까 너무 먹어보고 싶은 거예요. 궁금함을 이기지 못해 산으로 들로 다녔죠. 귀한 차를 가지고 있는 분을 알게 되면 인간적으로 친해지려고 노력도 하고요. 그렇게 직접 먹고 발로 뛰어가며 살아있는 차 공부를 했죠”
중국 차는 자연 발효될수록 그 풍미가 짙어져 차로서의 가치가 높아진다. 청차가 5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났을 때, 20년이 지났을 때 얻는 가치는 천문학적으로 달라진다. 그 때문에 차를 재테크 수단으로 가지는 사람도 많다.
노반장 차로 우려낸 차 |
“중국 차 가격은 천차만별입니다. 오랫동안 잘 보관된 자연산 고차수 차는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을 호가하죠. 제가 가진 차 중에도 오랜 시간 숙성돼 가치가 높은 차가 많아요. 이런 차는 어디서 구경하기도 힘들죠. 그래서 제 차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도 많아요. 하지만 직접 와서 먹어보면 다들 사과하기 바쁘죠. ‘이런 귀한 차는 처음봤습니다’ 하고요”
그렇다고 김 씨가 차로 일확천금을 얻거나 할 생각은 없다. 차를 진정으로 즐길 줄 아는 사람들과 함께하며 앞으로도 계속 차를 연구하는 게 마지막 꿈이다.
“귀한 차라면 멀리서도 달려오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 분과 계속 교류하며 중국 차를 연구하고 싶죠.
중국 차에 관심 있는 분이면 중국 차와 관련한 강의도 하고 싶어요. 다른 차보다 중국 차가 덜 알려졌기 때문에 많은 사람과 함께하고 싶죠. 일단 한 번 마셔본 분이면 다른 차들과 달리 독특한 차 맛에 혹할 겁니다. 그만큼 매력 있는 맛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