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유리창 법칙’이란 게 있다. 어떤 건물의 깨진 유리창 하나를 그대로 방치하면, 사람들이 죄책감 없이 다른 유리창을 파손하게 되고, 점차 주변으로 확대해 결국 범죄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이론이다. ‘시민의식’도 마찬가지다. 비(非)양심 행동 하나를 방치하면 결국 다수가 비양심 행동에 동참하게 된다. 이는 도시 전체를 병들게 한다. 더 나빠지기 전 우리 지역의 ‘깨진 유리창’을 들여다보고, 우리 시민의식 수준에 대해 한 번 고민해 보자.
<글 싣는 순서>
① 비양심이 새긴 문신 ‘낙서
② 24시간 쓰레기 무단투기 현장
③ 사라진 장애인전용 주차구역
④ 공공기물 해치는 ‘나쁜 손’
# 양주공원 화장실을 찾은 김아무개(25) 씨는 망가진 변기 커버와 휴지걸이, 휴지통에 깜짝 놀라 제대로 볼일도 보지 못했다.
# 아이와 함께 양산타워를 방문한 박아무개(35) 씨는 3D가상현실체험 VR기기와 3D안경이 망가진 탓에 아이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물해 주려던 계획이 물거품이 됐다.
공공기물 내 것 아니라고 함부로 다뤄
모든 시민이 함께 사용하도록 만든 공공시설을 함부로 다루는 사람 때문에 시설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시민이 늘고 있다.
양산시 환경관리과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시설 유지ㆍ보수비용으로만 3천9백만원이 들었다. 특히 양산타워 등 공공시설 파손에 따른 교체ㆍ보수비용이 530만원에 달한다.
양산타워는 3D가상현실체험 VR기기, 3D안경, 책 등이 자주 파손된다. 특히 3D가상현실체험 VR기기는 200만원 상당의 고가 물품으로 한 번 수리비용만 약 20만원이 든다.
양산시자원회수시설 조봉수 관리팀장은 “보통 아이와 부모가 함께 오는 등 가족 단위로 많이 방문하는데, 부모는 5층에서 커피를 마시고 6층에 아이들을 방치해두는 경우가 많아 파손이 잦다”며 “아이들이 VR기기 도난방지 선을 잡아당겨 끊어지거나 기계를 떨어뜨려 비치한 지 3개월 만에 세 번이나 수리해야 했다”고 말했다.
양산타워는 전망도 좋고 잠깐 쉬었다 가기 적합해 아이와 함께 방문하는 부모가 많다. 하지만 부모들이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않아 물품 파손이 잦다.
조 팀장은 “3년 전에는 책 분실이 많았는데 지금은 칩을 달아 1층에 가면 소리가 나게 돼 있어 분실이 줄었다”며 “하지만 여전히 인기가 많은 책은 보통 한 달 만에 파손된다”고 말했다. 이어 “‘내 아이가 노는데 왜 뭐라 하느냐’며 오히려 화를 내는 부모도 있다”며 시설관리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비(非)양심 깨버린 소중한 우리 자산
물금ㆍ호포역 공공자전거도 수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자전거 안장, 벨, 자전거 바퀴 가림 등이 망가져 다음 이용자에게 불편을 주고 있다.
ⓒ 양산시민신문 |
양주공원 공공화장실 역시 어린이용 변기 뚜껑이 파손돼 공원을 이용하는 어린이에게 불편함을 주고 있다. 휴지걸이와 휴지통마저 망가져 사용이 어렵다.
양산시는 “시민 부주의로 공공시설 교체ㆍ보수비용이 많이 들고 있다”며 “다 같이 사용하는 기물인 만큼 소중하게 다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처럼 지난 4주 동안 ‘시민의식’을 주제로 살펴본 우리의 모습은 거리의 쓰레기와 공공시설에 재미로 그린 낙서, 사회 약자를 배려하지 않은 불법주차, 공공기물 파손 등 결코 자랑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이제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고 ‘깨진 유리창’이 아닌 깨끗한 새 유리창으로 우리 시민의식 수준을 높여가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