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로 외국인노동자 편견 깨고
‘함께하는 기쁨’ 배우고 있어↑↑ 사진 왼쪽부터 호윤지, 김민주, 김주희, 박정현, 최다혜, 서미연 학생 ⓒ 양산시민신문
“올해, 올해가 무슨 뜻인지 알아요? 그러니까 this year! 그럼 작년은 뭘까요?”
매주 일요일 오후 2시면 양산시근로자종합복지관에는 작은 학교가 문을 연다. 바로 양산외국인노동자의집(공동 대표 안덕한ㆍ김덕한, 이하 외노집)에서 운영하는 ‘외국인노동자 한글교실’이 열리기 때문이다. 한글을 배우러 온 외국인노동자들과 자원봉사자가 조를 이뤄 저마다 공부를 이어간다.
많은 사람 사이에 앳돼 보이는 학생들 여럿이 외국인노동자들과 대화를 나눴다. 외국인노동자들은 학생들이 말하는 단어를 따라 하기도 하고 책에 글도 쓰며 한글을 익혔다.
2년째 한글교실에서 봉사하고 있는 김민주(양산여고3) 학생은 한글교실 봉사를 하던 같은 학교 선배 말을 듣고 외노집을 찾았다. 민주 학생은 “다른 봉사활동보다 의미 있을 것 같아 호기심에 시작하게 됐는데 해보니 재미있어서 친구들에게도 알려주고 지금까지 계속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 학생을 따라 외노집에 온 호윤지(양산여고3) 학생은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됐는데 저를 의지하며 공부하는 외국인노동자분들을 보니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 열심히 나오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들에게도 외국인노동자는 낯선 존재였다. 외노집에 오기 전, 길을 가다 무리 지어 있는 외국인노동자를 보면 ‘무섭다’, ‘겁난다’는 생각도 많이 했었다. 하지만 직접 만나 이야기하니 이들도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김주희(양산여고3) 학생은 “서툰 한국어로 저와 이야기하려고 하는 분들을 보니 다 큰 어른이지만 귀엽다고 느낄 때도 있었다”며 “이제는 지나가다 외국인노동자를 보면 ‘저분들도 혹시 외노집 식구인가?’하고 궁금해진다”며 웃었다.
외국인노동자와 만나며 배우는 것이 더 많아
고3이지만 활동할 수 있을 때까지 봉사할 것
매주 봉사활동을 한다는 게 부담될 수 있겠지만, 이들은 입을 모아 “즐겁지 않았다면 2년이 다 되도록 활동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웃었다.
서미연(양산여고3) 학생은 “아무 생각 없이 써왔던 한글인데 한글교실에 오면서 글자 한 글자 한 글자 의미를 다시 되새겨보고 말하는 버릇이 생겼다”며 “무엇보다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노력하는 분들을 보면서 내가 가르치고 있지만 배우는 게 더 많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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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현(물금고3) 학생은 “학생들이 할 수 있는 봉사는 한정적이고 대부분 일회성으로 그치기 때문에 봉사활동에 대한 애정을 가지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외노집은 학생 봉사자도 식구처럼 따뜻하게 대해줘 자꾸만 오고 싶다”고 웃었다.
정현 학생의 말을 들은 다른 친구들도 입을 모아 외노집의 소속감이 봉사를 계속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덧붙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고3이지만 나올 수 있을 때까지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외노집에서 봉사한 선배들이 그랬듯, 학교 후배들에게도 한글교실 봉사활동을 꼭 소개해 주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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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을 통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최다혜(물금고3) 학생이 말을 꺼냈다. 다혜 학생은 “피부색만 보고 그 사람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무시하고 차별하는 사람들이 아직 많은 게 우리 사회 현실”이라며 “다르다고 무조건 차별하는 시선으로 볼 게 아니라 넓은 마음으로 외국인노동자나 다문화가정을 받아들이려는 노력을 꼭 해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