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손님에게 자랑하고 싶은 것..
오피니언

손님에게 자랑하고 싶은 것

이현희 기자 newslee@ysnews.co.kr 입력 2016/04/26 09:21 수정 2016.04.26 09:21
29일부터 경남도민체전 시작
경남 변방 아닌 중심도시로
양산이 자랑해야 할 모습은
외적 성장이 아닌 내적 성숙













 
↑↑ 이현희 편집국장
ⓒ 양산시민신문 
양산 곳곳에서 손님맞이 준비가 한창이다. 오는 29일부터 열리는 제55회 경남도민체전 때문이다. 양산시는 이번 도민체전이 인구 30만 달성과 시 승격 20주년을 맞아 함께 열리는 대회인 만큼 바깥으로 양산 발전의 눈부신 성과를 알리고, 안으로는 시민 화합을 이끌어 새로운 발전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내달 2일까지 양산종합운동장을 중심으로 36개 경기장에서 열리는 도민체전에 도내 18개 시ㆍ군 선수와 임원 1만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양산시는 선수단뿐만 아니라 시ㆍ군 응원단을 비롯한 많은 관광객 역시 양산을 찾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많은 손님이 양산을 찾는 만큼 준비도 소홀할 수 없다. 양산시는 도민체전 준비를 위해 47억여원을 들여 양산종합운동장과 부대경기시설 개ㆍ보수 작업을 마쳤다. 손님에게 깨끗한 인상을 주려고 주요간선도로 재포장과 보수 작업 역시 마무리했다. 행여 손님이 불편하지 않도록 숙박업소와 음식점 등 편의시설을 대상으로 위생과 서비스 교육을 물론 안전 점검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손님맞이를 양산시 공무원만 준비한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집에 손님이 올 때 우리는 미리 집을 깨끗이 청소하고, 정성스레 음식을 준비하곤 한다. 손님이 첫 걸음일 때 집까지 오는 길을 상세히 알려주고, 집 앞에 마중 나와 손님을 반기는 일도 당연하다. 그리고 손님맞이를 준비하는 일에 모든 가족이 함께 한다.


누구나 알듯이 손님맞이에 중요한 것은 ‘정성’이다. 정성은 자연스러운 마음에서 비롯된다. 집을 단장하고, 음식을 준비하는 일을 억지로 한다면 손님에게 이내 그 마음이 들키게 마련이다.


본지는 지난 3월 4회에 걸쳐 비양심이 새긴 문신 ‘낙서’, 24시간 쓰레기 무단투기 현장, 사라진 장애인전용주차구역, 공공기물 해치는 ‘나쁜 손’이라는 주제로 시민의식 부재를 취재ㆍ보도했다. 도민체전을 앞두고 기획한 보도에서 우리는 눈부신 발전 이면에 숨은 초라한 시민의식을 볼 수 있었다. 다른 이를 배려하지 않는 입장이 모여 불편함을 만들고, 그 불편함이 또 다른 이기심으로 이어지는 현상을 반복하고 있었다.


굳이 도민체전 때문에 시민의식 문제를 꺼내는 것은 아니다. 평소 잊고 있던 집안 정리도 손님이 온다는 이야기가 들리면 한 번 돌아보는 것처럼 잊고 지내던 우리 모습을 돌아보자는 말이다.


양산 발전을 말할 때 상징처럼 일컫는 곳이 바로 신도시다. 빽빽하게 늘어선 아파트 단지는 과거 농촌사회였던 양산이 도시로 변모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증거기도 하다. 반면 많은 사람이 모여 사는 만큼 농촌사회에서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이해관계와 문제가 얽힌 곳이기도 하다. 그만큼 서로 배려가 필요한 곳이다.


하지만 ‘배려’라고 표현할 수 있는 시민의식이 도시 성장처럼 따라오지 못한 것도 현실이다. 거리 곳곳 넘쳐나는 쓰레기, 차도ㆍ인도를 가리지 않는 불법 주ㆍ정차, 도시 미관을 해치는 불법현수막…. 여기에 어린이와 노약자를 위협하는 운전자, 내가 가는 곳이 바로 길이라는 듯 무단횡단을 일삼는 사람들, 안전을 무시한 채 진행하는 공사, 내 잇속만 챙기면 된다는 듯 인도를 점령한 상인들.


양산 주인은 바로 시민이다. 도시 얼굴은 도시에 사는 시민이 책임져야 할 몫이다.


도민체전을 앞두고 우리를 되돌아보는 일은 양산을 찾는 손님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없는 것을 있는 것으로 꾸미고,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보이게 만드는 허풍이 아니다. 손님을 초대해놓고 행여 넉넉지 못한 살림을 비웃을까 주제에 맞지 않는 비싼 음식을 내놓는 일과 같은 허세는 더더욱 아니다.


도민체전을 맞아 양산시는 경남 변방에서 새로운 중심도시로 떠오른 시세(市勢)를 자랑하고픈 마음이 보인다. 양산이 지자체 발전 기준으로 삼고 있는 인구나 세수 규모에서 다른 지역을 빠른 속도로 앞서가고 있는 만큼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 있다.


양산을 자랑하고픈 마음이 잘못일 수 없다. 하지만 단지 외형적 성장을 자랑하는 일이 마치 새 장난감을 자랑하려고 친구를 집으로 초대하는 아이처럼 철부지 같은 마음이라면 곤란하다.


우리가 양산을 찾는 손님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은 화려한 경기장과 공연이 아니라 바로 서로 존중하며 부족한 부분을 메워가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되길 바란다.


여행을 다니다보면 기억에 남는 도시가 있다. 돌이켜보면 여행책자에서 소개한 멋진 경관과 맛있는 음식을 찾아 떠난 여행이지만 정작 그 도시를 기억 남게 하는 것은 그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진지한 삶이라는 사실을 떠올려 본다.


이번 도민체전이 많은 것을 쏟아 붓고 사라지는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손님맞이 준비에서부터 대회를 마무리할 때까지 양산시민이 주인으로 ‘양산다움’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겨난 힘이 새로운 양산 발전을 함께 꿈꾸는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