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3년 차에 6개월 된 아이를 둔 평범한 부부.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25살 나이 차에 다문화가정이자 재혼가정인 특별한 부부, 이배완ㆍ호앙 티뚜엣 씨의 평범하지만 특별한 사랑 이야기를 들어봤다.
ⓒ 양산시민신문 |
한국과 베트남, 직선 비행 거리로만 3천578km에 달하는 거리에 살던 두 사람이 있었다. 각자 나라에서 가정을 꾸리며 살았지만, 사정으로 혼자가 된 후 다시 결혼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 했던 이들이 운명처럼 한 가족이 됐다. 2013년 10월 결혼해 두 번째 가정을 꾸린 이배완(56)ㆍ호앙 티뚜엣(31) 씨 부부 이야기다.
현재 상북면에서 삶터를 꾸리고 있는 이들은 지난해 12월, 아들 상덕이까지 세 식구가 됐다. 평범하기 때문에 매일이 더 소중하다는 부부는 “주변 시선도 함께이기에 이겨낼 수 있다”며 웃었다.
결혼할 짝 찾아 삼만리…
베트남서 소개로 아내 만나
이배완 씨는 17년 전 이혼했다. 살다 보니 이런저런 일로 부딪쳐 헤어졌지만 10여년간 ‘외롭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한 번 헤어짐을 경험하고 나니 다시 가족이란 틀에 들어가는 게 힘들었기도 했고 필요성을 못 느끼기도 했죠. 그런데 5년 전 문득 ‘이 좋은 세상에 혼자 살면 뭐하겠나’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계기도 없었는데 말이죠. 그래서 두말하지 않고 해외로 떠났죠”
이 씨는 재혼하겠다고 결심한 뒤 필리핀, 몽골,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로 홀로 떠났다. 한국에서는 많은 나이도, 그렇게 넉넉지 않은 형편도 문제가 된다고 생각했다.
“단순하게 국제결혼을 생각한 거죠. 인연이 있으면 만나리라 생각하고 떠났는데 집사람 만나기까지 2년이 걸렸고요. 이리저리 떠돌다 간 베트남에서 지인 소개로 만나게 됐죠”
두 사람은 처음 보고 ‘이 사람’이라는 것을 딱 느꼈다. 이 씨는 이후 한국과 베트남을 오가며 티뚜엣 씨를 만났다. 이 씨는 베트남어를, 티뚜엣 씨는 한국어를 배우며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했다.
“집안에서 반대한 결혼이지만
고향보다 남편, 한국이 좋아”
물론 이런 그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많았다.
당장 티뚜엣 씨 가족부터 이 씨를 반대했다. 티뚜엣 씨는 “베트남 집에서 남편 나이며 국제결혼이며 여러 가지로 별로라고 반대했다”고 말했다. 이 씨처럼 이미 한 차례 이혼한 아픔을 갖고 있던 띠뚜엣 씨는 가족 반대에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니 내가 알아서 하겠다고 싸운 끝에 이 씨와 결혼하게 됐다고 웃었다.
“한국이 살기 좋다 그래요. 물론 사는 환경이 달라지니 처음에는 엄청 고생했죠. 언어부터 문화 등 모든 게요. 아내 SNS에서 결혼 초기에 쓴 글을 봤는데 ‘베트남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적혀 있더라고요. 최근에는 제가 ‘더 늙어서는 베트남에서 살자’고 했더니 싫다 그래요. 혼자 가라면서요. 말이 서투른데도 요즘에는 장날이면 혼자 구경하러 다녀요. 그런 게 재미있고 좋데요”
다문화가족이기에 받은 혜택
지역에 다시 돌려주는 게 꿈
이 씨는 양산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없었으면 적응해서 살아가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받은 혜택만큼, 다시 지역에 돌려주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아내도 센터에서 한글을 더 배우게 됐고 친구들도 만났어요. 그것만으로도 큰 도움이었죠. 그래서 센터에서 하는 거라면 무조건 참여합니다. 활동하다 보면 다른 다문화가족도 도울 수 있을 테고요”
티뚜엣 씨는 나중에 아이가 좀 더 큰 후에는 한국 음식을 배우는 게 꿈이라고 했다. 이 씨는 음식 솜씨가 좋은 아내가 손맛을 여러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도록 가게를 차려줄까도 고민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다문화가정, 재혼가정, 25살이라는 나이 차 등 우리 가족을 설명하는 모든 조건이 사람들 시선에 편견이 섞일 수밖에 없다는 걸 압니다. 그 시선을 버티는 것도, 편견을 깨는 것도, 더 행복하게 사는 것도 저희 몫이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복덩이까지 굴러왔는데…. 저는 이 행복을 끝까지 지킬 자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