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거리 있는 하북 만들기 위해 꿈꾸던 전시관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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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기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만큼, 사람마다 세상을 보는 방식도 다르다. 누군가는 뉴스로, 누군가는 인터넷으로, 누군가는 영화나 드라마로, 누군가는 종교로 그들만의 세상을 마주한다.
김지욱(51, 물금읍) 씨는 중학생 때부터 우표를 통해 세상을 만나고 있다. 증명사진보다 작은 종이 안에 정치와 경제, 역사와 문화, 인물, 자연 등이 모두 담겨 있는 것이다.
“제 나이 또래면 누구나 한 번쯤은 우표를 모아 봤을 겁니다. 처음에는 별 의미 두지 않고 모았던 것인데 쌓이고 나서 보니 의미가 생겼죠”
김 씨는 꾸준하게 우표를 수집한 편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중학교 때 잠깐, 또 군대 갔다 와서 잠깐, 생각날 때마다 모아두다 공무원이 되고 난 후부터 본격 수집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기념우표를 통신 판매하기 시작한 후에는 꾸준하게 모으고 있어요. 1년에 15만원 정도 넣어놓고 때 되면 우표가 오는 거예요. 그렇게 모은 게 지금은 양이 꽤 돼요”
김 씨는 우표와 함께 세계 화폐와 동전도 모으고 있다. 우표와 마찬가지로 작은 화폐와 동전 안에 각국 역사와 문화 등을 담고 있는 게 매력적이었다.
“일단 모으고 이게 뭔지 배우는 거예요. 인터넷 찾아가면서요. 그러다 보면 제가 처음 보는 나라, 처음 보는 화폐 단위, 처음 보는 그림 등 알아가는 거예요. 이 작은 종이 하나로 역사도 배우고 세계도 여행하는 거죠”
농산어촌사업 담당하며 은퇴 후
시골에서 박물관 여는 꿈 꿔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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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우표와 화폐를 한 장 두 장씩 모으며 김 씨는 은퇴 후를 생각했다. 양산시 건설과에서 농산어촌개발사업을 담당하며 양산 내 농촌을 다니다 보니 한적한 시골에서 그동안 모은 우표를 전시할 공간을 마련해 노후를 보내고 싶었다.
“원동에 작은 카페와 전시관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카페도 운영하면서 오신 김에 손님들이 제 수집품을 구경하면 좋겠다 생각했죠. 나이가 들고 여행을 다니면서 우표와 화폐, 동전도 모으고 있었는데 이것들도 같이 모아서 말이에요”
은퇴 후가 될 것 같았던 김 씨만의 전시관은 예상보다 빨리 생겼다. 농산어촌개발사업으로 진행하던 하북면소재지 사업을 진행하며 통도아트센터가 문을 열었고, 지역주민을 통도아트센터로 어떻게 모여들게 할까 고민하던 김 씨가 하북면소재지 종합정비사업 운영위원장인 김상걸 위원장에게 우표ㆍ화폐ㆍ동전 전시관을 제안한 것이다.
“먼저 제안했으면서도 고민이 많았어요. 준비도 안 됐는데 해도 될까 하고. 그래도 김상걸 운영위원장이 같이 담양우표박물관, 파주화폐박물관 답사도 동행하면서 적극적으로 추진해줬고 거기에 자신감을 얻었어요”
김 씨는 이왕 열게 된 만큼, 전시관이 하북을, 통도아트센터를 제대로 알리는 창구가 됐으면 하는 마음에 많은 고민을 했다. 고민 끝에 김 씨는 아이들이 전시관을 방문했다가 기념촬영을 할 수 있도록 지폐와 우표 모형을 만든다든가, 그동안 모은 동전을 기념품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등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하나씩 실행하고 있다.
통도아트센터, 하북면 알리는 관광지는 물론
방문객에게 지식도 알려주는 장소가 됐으면
“태국동전박물관을 갔다가 태국 동전, 아시아 동전, 유럽 동전 이런 식으로 묶어서 기념품을 판매하는 걸 봤어요. 그걸 응용해서 우리 전시관에서도 동전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죠. 기념품과 함께 통도아트센터 사진이 담긴 인쇄물을 넣어놓는 방식으로요. 그럼 한 번쯤은 통도아트센터를, 하북면을 다시 생각해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요. 기회가 되면 우표와 화폐, 동전을 좀 시민에게 알려줄 수 있는 봉사자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지금까지 모은 우표가 몇 종이나 되는지, 우표수집책자는 몇 권이나 되는지, 화폐와 동전은 몇 종이나 모았는지 “세어보지 않아 모르겠다”는 그는 앞으로도 계속 이 취미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한다.
“하는 데까지 해야죠. 더 열심히 모아서 전시관을 풍성하게, 더 볼 게 많게 만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