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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이름값

이현희 기자 newslee@ysnews.co.kr 입력 2016/06/28 09:30 수정 2016.06.28 09:30
정체성 찾지 못한 양산웅상회야제
이름부터 시작한 태생적 한계
웅상주민만을 위한 축제 아닌
양산 대표하는 새로운 축제 고민

“아이고,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아!”














 
↑↑ 이현희
본지 편집국장
ⓒ 양산시민신문 

옛날 돈 많은 부자영감에게 자식이 없었는데 환갑이 되던 해 아들이 태어났다. 영감은 너무 기쁜 나머지 아이가 오래 살길 바라는 마음에 한 스님을 찾아가 이름을 부탁했다. 스님은 목숨이 끝나지 않고 오래오래 산다는 의미로 수한무(壽限無)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돌아오는 길에 한 선비를 만난 영감은 거북이가 오래 사니 아이를 거북이라 부르라고 했다. 또한 어느 농부는 두루미는 천년을 산다고 하니 두루미가 좋다고 했다. 영감 사연을 들은 마을 훈장은 환갑을 삼천 번 지냈다는 삼천갑자 동방삭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영감은 결국 모든 의견을 받아들여 ‘김수한무거북이와두루미삼천갑자동방삭’이라고 아들 이름을 정했다. 동네 사람들은 이름이 너무 길다며 수군댔지만 영감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이름을 줄여 부르는 동네 사람들에게 화를 내며 제대로 이름을 불러달라고 말했다. 세월이 흘러 어느 날 친구들과 놀다 물에 빠진 아이는 긴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구해달라고 외친 탓에 시간이 지나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 그제야 영감은 자신 욕심으로 아이를 잃을 뻔했다며 후회했다.


지난 24일 양산웅상회야제 평가보고회가 웅상출장소에서 열렸다. 5월 6일부터 8일까지 3일간 열린 제2회 양산웅상회야제를 평가하고 문제점을 개선하려고 마련한 자리다. 양산웅상회야제는 서부양산지역에서 열리는 양산삽량문화축전과 달리 웅상지역을 대표하는 축제가 없다는 지역 주민들 요청에 따라 논의를 시작했다.


논의 과정에서 축제 명칭에 ‘웅상’이라는 단어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과, 하나 되는 양산을 위해 ‘양산’을 써야 한다는 의견, 또한 ‘회야’, ‘우불’ 등 웅상 역사와 전통, 문화를 알 수 있는 대표 단어를 넣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결국 ‘양산웅상회야제’로 최종 정리됐다. 세상에서 가장 긴 이름을 가진 아이 이야기와 닮은 구석이 있다.


일부 웅상 주민들은 삽량문화축전에 버금가는 지역 축제를 원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4개동 분동으로 사라진 옛 지명, 웅상(熊上)을 되살려 지역 정체성을 유지하려고 했다. 하지만 축제를 지원하는 양산시 입장에서 웅상지역이 양산시에서 벗어나려는 듯한 인상을 부담스러워 했다. ‘양산웅상회야제’라는 긴 축제 이름이 탄생한 배경이다. 5월 개최한 양산웅상회야제 내용을 평가하기 전 축제 명칭 탄생 배경부터 살펴보는 것은 양산웅상회야제가 안고 있는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축제를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과 욕망은 양산웅상회야제가 누구도 만족시킬 수 없는 태생적 한계를 제공했다. 각 주체들 동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예산만 투입해 축제를 서둘러 추진하다 보니 기존 체육행사와 철쭉제, 그리고 삽량문화축전에서 이뤄지는 일부 프로그램을 짜깁기한 형태로 축제를 진행한 것이다.


지난해 첫 양산웅상회야제를 열고 이 같은 문제점이 지적돼 시는 용역까지 의뢰해 축제 성격을 명확히 하려고 했다. 하지만 용역은 용역으로 그치고 말았다. 당시 용역을 수행한 영산대학교 산학협력단은 천편일률적인 지역축제가 아니라 문화콘텐츠가 있는 지역축제를 개발하자며 ‘야외극 축제’를 제안했다.


하지만 정작 올해 축제에서도 규모는 커졌을지 몰라도 지난해와 다를 바 없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용역 결과를 의식했는지 몰라도 개막식 뮤지컬과 초청 야외극 공연이 추가된 게 달라진 것이었지만 내용과 홍보 모두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용역 결과로 나온 야외극 축제가 정답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축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변해야 한다는 방향에 동의한다. 웅상지역에 새로운 축제를 만들겠다는 의미는 삽량문화축전 아류인 지역축제를 하나 더 늘리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더구나 웅상지역 주민만을 위한 축제여야 한다는 고집을 부려서도 안 된다.


이미 양산 시민 모두를 위한 삽량문화축전을 막대한 예산을 들여 해마다 열고 있다. 굳이 웅상지역 주민만을 위한 축제가 필요하다면 기존 4개동 체육대회를 활성화하는 정도로도 충분하다. 결국 웅상지역에서 열리지만 양산을 대표하고, 웅상 주민 나아가 양산 시민 모두가 자랑스러워하는 새로운 형태의 축제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


곧 밀양에서 연극축제가 열린다. 1999년 연극인 몇 명이 밀양 산골에 모여 연극촌을 연 것이 시작이다. 이후 2001년부터 밀양연극제를 시작했다. 지금은 전국을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매김해 해마다 여름이면 수많은 사람이 연극제를 찾고 있다. 밀양이 오랜 세월 아니 과거에 연극 전통을 가진 도시는 아니다. 하지만 이제 밀양연극제를 통해 밀양은 ‘연극도시’라는 정체성과 전통을 갖게 됐다.


양산웅상회야제가 제 이름값을 하려면 새로운 이름부터 찾아야 한다. 그리고 삽량문화축전 아류에서 벗어나는 새로움이 그 시작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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