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한 일간지에서 한ㆍ미 양국이 기존에 거론되던 사드 후보지가 아닌 영남권 제3지역에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를 배치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양산지역이 벌집 쑤신 듯 요동쳤다. 지난달 23일 기장지역에 신고리 원전 5ㆍ6호기를 추가 건설하겠다는 결정이 내려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전해진 사드 배치설에 양산시민은 ‘설마’하면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문제는 양산지역이 사드 배치 후보지로 거론된 것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반도 내 사드 배치 논의가 시작될 무렵 천성산에 있던 공군기지가 사드 배치 부지로 언급된 적이 있다. 이날 일간지 보도에서도 “한반도 동남쪽 후방 지역의 한국군 기지, 특히 방공기지(미사일기지)가 유력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여권과 정부소식통 전언을 인용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들은 반신반의하면서도 만약 양산에 사드 배치될 경우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한 진보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사드 배치 자체에 의문을 표시하며 단순히 양산지역이 아니라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와 함께 연대 움직임도 나왔다.
지역정치권, 강경한 반대 입장
지역정치권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윤영석 국회의원(새누리, 양산 갑)은 양산 천성산 공군기지 사드 배치설이 보도되자 이날 국방부 장관과 외교부 장관을 잇달아 만나 항의했다.
윤 의원은 “사드 배치 지역 결정은 밀실에서 할 것이 아니라 충분한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며 “배치지역 선정에 있어 시간을 두고 적합성을 면밀히 평가하는 동시에 해당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윤 의원은 외교통일위원회 결산심사 전체회의에서 “사드 배치는 수도권을 비롯한 인구ㆍ산업 밀집지역을 방어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사드 사정거리인 200km를 벗어난 지역에 배치되는 것은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윤 의원은 한민구 국방부 장관 항의 방문에서 “추측성 보도이며 사드 배치 지역은 현재로써는 확인할 수 없다”는 장관 답변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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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윤영석 국회의원은 사드 양산배치설이 보도되자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항의 방문해 일부 보도가 추측성 이며, 사드 배치 지역을 현재 확인할 수 없다는 장관 답변을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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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형수 국회의원(더민주, 양산 을) 역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입장을 밝혔다. 서 의원은 “양산은 고리 원전으로부터 직선거리로 불과 15km 이내에 근접해 있고, 신고리 5, 6호기 신규 건설계획까지 확정돼 무려 10기의 원전이 몰린 세계 최대 원전 집적지”라며 “신규 원전계획과 관련 다수호기 위험성 진단도 거치지 않은 고리 원전 인근에 북한의 타격 원점이 될 사드를 배치하는 것은 주변 주민뿐만 아니라 한반도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서 의원은 “사드 양산 배치는 사드 사정거리 200km를 감안하면 서울이나 수도권은 물론 육군본부가 있는 계룡대 등 지역을 보호하는 데 효과가 없으며 단지 후방 미군시설이나 장비를 보호하는 역할에 불과할 것”이라는 전문가 의견을 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서 의원은 지난 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예산결산 심사회의에서 윤성규 환경부 장관을 상대로 ‘사드 국내 배치 시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할 것인가?’라고 질의한 후 윤 장관이 생략할 수도 있다고 답하자 한국의 지형, 주거, 생업조건 등에 맞게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환경영향평가를 생략할 수도 있다고 답한 윤 장관의 답변은 주민의 건강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해야 할 주무장관의 발언으로는 부적절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양산시도 긴급회의를 가졌다. 비공식으로 진행한 회의에서 나동연 양산시장은 지역 출신 국방전문가인 신인균 (사)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를 초청해 현재 사드 배치 진행 상황과 양산지역 배치 반대 논리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산시의회도 11일 오후 4시 정경효 양산시의회 의장과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가지고 양산지역 발전을 저해하는 사드 배치에 동의할 수 없다며 시민과 함께 반대투쟁에 나설 것을 경고했다.
↑↑ 정경효 의장을 비롯한 양산시의회 의원들은 사드 배치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양산은 물론, 부산ㆍ울산지역 주민과 연대해 반대 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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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ㆍ시민단체도 반발
불교계도 발끈하고 나섰다. 후보지로 언급된 천성산이 불교성지기 때문이다.
통도사측은 “천성산은 원효대사가 화엄경을 설법해 1천명 성인이 탄생한 곳이라는 불교적ㆍ역사적 배경이 있는 불교 성산이자 민족 영산”이라며 “원효대사의 화쟁사상은 분쟁이나 다툼이 생기면 대화와 화합을 통해 중생 분열을 막는다는 뜻으로, 화쟁사상 성지인 천성산에 살상무기인 사드를 배치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며 통도사뿐만 아니라 조계종 종단 차원에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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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합참 무기체계발전세미나에서 사드 생산업체인 미국 록히드마틴사가 발표한 양산 천성산지역에 사드를 배치할 경우 방어능력 예측도. 양산지역에 사드를 배치할 경우 수도권이 방어구역에서 벗어나 사드 배치 목적에 벗어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사)자주국방네트워크 자료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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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신인균 (사)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양산 천성산은 사드 배치 목적인 수도권ㆍ미군기지 방어라는 측면에서 실효성이 없는 곳”이라며 “정부와 미군이 양산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은 사드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 중국과 패권 경쟁을 하겠다는 미국 의도를 드러내는 결정으로 중국과 외교적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 대표는 “단순히 지역 내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는 논리가 아니라 목적과 부합하지 않고 외교적 갈등이 유발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 양산 배치를 막아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