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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바늘구멍으로 하늘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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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구멍으로 하늘 보기

이현희 기자 newslee@ysnews.co.kr 입력 2016/07/19 09:30 수정 2016.07.19 09:30
사드 논란이 우리에게 남긴 것
점점 신뢰를 잃어가는 정부 정책
교훈 얻지 못한 정부의 시행착오
제헌절 되돌아보는 국가의 의미













 
↑↑ 이현희
본지 편집국장
ⓒ 양산시민신문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만의 창(窓)으로 세상을 본다. 창의 모양과 크기는 제각각이고, 창이 깨끗하게 닦여 있는가 하면 흐린 채로 내버려두고 세상을 바라보기도 한다.


지난주 양산은 난데없이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정부 발표를 앞두고 양산 천성산이 유력한 배치 후보지로 거론되면서 말 그대로 양산이 발칵 뒤집혔다. 대부분 시민은 사드 양산 배치설에 마음을 졸이며 천성산에 사드가 배치돼서는 안 된다고 한목소리로 반대했다. 시민단체와 지역정치권이 앞다퉈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양산시는 범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사드 양산 배치를 대비했다.


하지만 불과 이틀 만에 모든 일이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당초 이달 말 예정됐던 사드 배치지 발표는 양산 배치설이 나온 지 이틀 만에 경북 성주로 최종 발표한 것이다. 정부 발표 후에야 양산시민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양산 배치설이 나온 후 양산시민 대부분 한목소리로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가운데 또 다른 입장 차를 우리는 확인할 수 있었다. 국가안보를 위해 사드가 필요하지만 양산이 최적지가 아니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사람들과 사드가 국가안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사드 자체를 반대한다는 사람들이 ‘양산 배치설’에 함께 반응했다.


한 지역구 국회의원은 국방부 발표 후 양산에 사드를 배치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는 표현을 써 곤욕을 치렀다.


또 다른 국회의원은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시민단체 회원에게 사드 배치를 찬성하면서 양산에 배치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 님비(NIMBY, Not In My BackYard(내 뒷마당에는 안 된다)의 줄임말, 지역이기주의 현상의 일종)가 아니냐며 질타를 받기도 했다.


사드가 양산에 배치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다행이지만 마냥 좋아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비단 양산만의 문제는 아니다. 정부 발표 후에도 전국이 사드에 대한 입장 차로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그동안 묶여 있었던 다양한 정보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찬반 양쪽이 감정적 갈등으로 치닫고 있다.


국가안보를 위해 사드 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인 정부는 대통령이 앞장서 “불필요한 논쟁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사드 배치 과정이 워낙 위중한 국가 안위와 국민 안전이 달린 문제라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건 쉽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런 해명에도 쉽게 정부 주장에 동의하기 어려운 까닭은 비공개로 진행한 사드 배치 문제가 온통 베일에 싸여 있다 군사작전 하듯 최종결론에 이른 과정 때문이다. 불필요한 논쟁을 멈춰야 한다는 말이 힘을 얻지 못하는 이유도 불필요한 논쟁을 정부가 자초했기 때문이다.



국가안보와 관련해 워낙 위중한 상황이라 공개적인 논의가 어렵다는 말 역시 사드 배치로 국가적 혼란이 계속되자 군 스스로 군사기밀을 공개하는 상황을 보면 납득하기 어렵다. 여기에 총리가 경북 성주를 방문한 이후 국민 모두를 애국과 비애국으로 나누고 반대 입장을 단순한 님비현상으로 몰아가려는 정부와 일부 언론 모습도 마땅치 않다.


논란을 스스로 만들어 놓고 논란을 스스로 멈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정부 태도는 모든 국민에게 바늘 하나를 주고 그 바늘구멍으로 세상을 보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바늘구멍 바깥세상은 마치 없는 것인 양 정부가 원하는 바늘구멍으로 세상을 바라보라고 국민을 다그치고 있다.


사드에 대한 입장은 저마다 가진 창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어떤 가치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우선순위가 달라질 수 있다. 문제는 뻔히 논란이 예상되는 문제를 쉬쉬하다 정부 스스로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내버려둔 것이다.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자 정부는 왜 진심을 믿어주지 않냐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제 사드 배치 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사드가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하냐, 필요하지 않냐를 묻기 이전 정부는 무엇인가를 되돌아보게 하는 시점이다.


때마침 지난 17일은 제헌절이었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헌법 정신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공공이익, 국가안보 등 공동체 유지를 위한 중대한 사항에 국민 권리를 제약할 수 있다는 논리를 국민 앞에 들이대고 있다. 국민 권리를 제약하는 일은 ‘최소한’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헌법 정신은 뒤로 숨긴 채 말이다.


이번 사드 배치 논란은 앞서 부안 방폐장, 평택 미군기지, 제주 강정 해군기지, 밀양 송전탑 등 지역갈등을 넘어 국가적 갈등으로 번진 일련의 사건 속에서 정부가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한 채 여전히 바늘구멍으로 국민을 바라보고 있다는 씁쓸한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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