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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으로 기쁨 주는 작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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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으로 기쁨 주는 작가 되고 싶어요”

김민희 기자 minheek@ysnews.co.kr 입력 2016/07/19 10:36 수정 2016.07.19 10:36
■ 일본어 번역가에서 웹툰 작가로 새롭게 시작한 이공 씨
지난 2월 봄툰 ‘사랑스러워’로 웹툰 작가 데뷔
“포기 안 하고 만화 끝까지 잡고 있으니 꿈 이뤄”

“무슨 일을 하든 제 마지막 직업은 ‘만화가’라고 생각했어요”


웹툰작가 이공(35, 평산동) 씨는 아직 대중에겐 생소한 이름이다. 이 씨는 이제 막 일본어 번역 일을 정리하고 웹툰 작가로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만화가에 대한 꿈이 있었는데, 운 좋게 지난해 말 연재 제의가 들어왔어요. 평소 눈여겨보던 웹툰 사이트였는데 막상 연락을 받으니 느낌이 색달랐죠”


초등학생 때 봤던 ‘베르사유의 장미’로 이 씨는 만화가 꿈을 키웠다. 그림을 정식으로 배우진 않았지만 손재주가 있어 친구들 캐릭터 등을 쉽게 그리는 재능이 있었다. 그래서 정식으로 배워볼까도 했지만, 집안 사정으로 그러지는 못했다.


“제일 좋아하는 게 그림 그리는 거였어요. 누군가를 그렸을 때 그 사람이나 주변에서 ‘닮았다!’고 말해주는 게 신기했죠. 저를 인정받는 거 같기도 했고요. 그래도 상황이 안 되니까 본격적으로는 하지 못했어요. 대학 진학도 그림 관련해서 하고 싶었지만, 그림 다음으로 좋아하는 일본어를 배우자 했죠. 일본어도 어떻게 보면 만화가 계기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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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번역 일을 했지만, 이 씨는 늘 만화를 꿈꿨다. 틈날 때마다 작품을 그렸고 공모전에 나갔다. 하지만 인연이 없었던지, 모든 공모전에서 떨어지곤 했다.


“공모전만 7번 나갔어요. 그런데 줄줄이 떨어지더라고요. 그냥 취미로만 해야 하나 싶으면서도 만화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죠.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이니까요”


이 씨는 공모전뿐만 아니라 웹툰 회사, 만화책 편집부 등에도 원고를 보냈다. 때로는 원고에 대해 날카로운 지적을 받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런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제 작품에 대해 전문가 평가를 들으면 ‘내가 너무 만화가란 직업을 만만하게 봤구나’하고 반성하게 돼요. 내가 내 작품에 대해 자만하고 있었다는 것도 느꼈고요. 제가 독자였을 때 알지 못했던 만화가의 고충을 그대로 깨닫는 시간이었죠”


그런 담금질의 시간이 있어서였을까. 지난해 10월께 이 씨는 웹툰 플랫폼 ‘봄툰’으로부터 연재 제의를 받았다. 공모전에서 떨어졌던 원고인 ‘사랑스러워’라는 작품을 다듬어 연재하자는 것. 그리고 지난 2월, 본격 연재를 시작했다.


“사실 30대 중반이면 대부분 안정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제 주변에는 아무도 그런 말을 하지 않았어요. 어떻게 보면 늦은 나인데, 나잇값 못한다는 얘기 없이 부모님도 친구들도 묵묵히 응원해주는 사람들뿐이었죠. 정말 고마웠어요. 그리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만화를 잡고 있던 제 지난날이 헛된 시간은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이 씨 데뷔작인 ‘사랑스러워’는 일본 유학을 다녀온 여대생과 한국으로 유학 온 일본인 유학생이 만들어가는 사랑 이야기로, 연재 시작부터 로맨스 부문 상위 랭킹에 올라올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플랫폼 구조 상 초반 몇 화만 무료로 제공되고 나중에는 유료 결제를 해서 봐야해요. 그래서 부담도 됐죠. ‘과연 이 작품을 돈 내고 보는 사람들이 있을까’하고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유료 독자가 꾸준히 있었어요. 그 독자들을 떠올리며 돈이 아깝지 않은 재미있는 만화를 그려야겠다고 다짐했고요”


봄툰은 독자들이 웹툰에 대한 댓글을 달 수 없게 해놨다. 그래서 직접 작품에 대한 반응을 확인하기는 쉽지 않았다. 조회 수로 잘 되고 있구나 하는 걸 짐작할 뿐이었다. 그러나 20회를 연재하던 중 딱 한 번, 독자 한 명이 이 씨에게 글을 보내왔다. 좋은 작품을 연재해줘서 고맙다는 짧은 응원의 글은 이 씨에게 무엇보다 큰 기쁨을 줬다.


“8개월 동안 작품을 준비하고 선보이면서 제일 신기한 순간이었죠. 다행스럽기도 했고요. 부족한 점도, 아쉬움도 많은 작품이지만 누군가에게 재미를 선물한다는 게 좋았어요. 앞으로도 그랬으면 좋겠고요”


지난 6월 20화를 마지막으로 첫 작품 연재를 마친 이 씨는 올가을에 새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그는 데뷔 작품이었던 로맨스 웹툰과는 180도 다른 파격적인 웹툰을 그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봄툰이라는 플랫폼 자체가 여성이 좋아할 만한 작품을 모아놓은 플랫폼이에요. 그러다 보니 여성들이 접하기 쉬운 로맨스를 데뷔작으로 선보였는데, 차기작은 조금 도발적인 성인용 콘텐츠를 선보이고 싶어요”


이 씨는 첫 작품을 통해 자신의 가능성을 보게 됐다며 앞으로도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만화가가 되겠다고 말했다.


“제가 만화책에서 받았던 기쁨을 독자들이 제 작품에서 받게 된다면 그보다 좋을 건 없을 거 같아요. 이제 시작이니까 정말 그런 만화가가 될 수 있도록 저를 더 갈고닦을게요.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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