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해방됐을 때 내가 13살이었다 아이가. 그때는 증산에 살았는데 ‘해방’이란 말에 온 동네가 야단이었다. 이제 살았다 싶었다. 증산에 일본 사람이 많이 살았다. 그래가 일본 사람들은 도망을 다 가고 촌사람들은 연장이란 연장 다 들고 뛰댕겼다.
만세도 부르고. 그동안 일본 사람들 때문에 얼마나 어렵게 살았는데. 농사 지어가지고 공출은 공출대로 다 주고 우리 먹을끼라고 숨겨놔도 한 톨까지 다 가져가뿐다. 젊은 사람은 다 군대로 데려가 놓고 남은 사람끼리 힘들게 쌀 지어놨드만 그래 다 가져간다이가. 우리 아부지는 일본말 배우면 니도 일본에 뺏길지 모른다고 학교도 못 가게 했다.
내는 그때 나이가 어려가 위안부는 안 갔지. 그때 15~16살 돼야 갔는데 내가 쪼매 어렸다이가. 증산 동네는 그거 안 보낼라고 언니들도 시집을 다 일찍 갔었다”
-원동면 신곡마을 정필이(85) 어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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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1주년을 기념해 양산평생교육원(원장 김시현)이 광복을 경험한 어르신의 기억을 모았다. 양산평생교육원이 진행하는 ‘2016 양산시 평생학습 마을학교’에서 ‘일제 강점기와 8.15 광복에 대한 기억 나누기’ 수업을 하는 것.
평생학습 마을학교는 지역 내 70~90대 어르신을 대상으로 하며 25개 마을 경로당에서 진행, 어르신 400여명이 8주 동안 생활과 건강, 인지 교육, 치매 예방 치료 교육 등을 받는 프로그램이다. 양산평생교육원은 8월 둘째 주와 셋째 주에 걸쳐 전체 마을학교 어르신을 대상으로 기억 나누기 수업을 진행하고, 광복 당시를 기억하는 어르신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한다.
또 어르신과 함께 광복절 노래 부르기, 만세 삼창, 어린 시절 고향 그려보기 등 스토리텔링 수업도 함께한다.
양산평생교육원 김시현 원장은 “광복절 이후 태어난 세대는 광복의 의미를 별로 느끼지 못하는데, 광복을 몸소 체험한 어른께 그때 상황을 생생하게 들어보고자 이런 수업을 하게 됐다”며 “어르신에게 일제강점기에 겪었던 기억, 일제강점기 당시 학교에 대한 기억, 광복을 맞이한 상황과 분위기 등을 알아보고 기억을 모아 귀중한 역사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