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이현희 본지 편집국장 | ||
ⓒ 양산시민신문 |
양산 역시 다르지 않다. 양산은 언제부터인지 ‘명품도시’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 기업하기 좋은 도시에서 문화와 역사가 살아 있는 명품도시로 양산을 육성하겠다는 각오가 남다르다. 그도 그럴 것이 양산은 전국에서도 가장 성장 속도가 빠른 도시다. 전국 대부분 지자체가 인구 감소를 걱정하고 있는 마당에 양산은 하루가 다르게 인구 증가가 일어나고 있다. 신도시지역을 중심으로 빽빽하게 늘어선 아파트들은 양산 변화 속도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물론 외형적인 성장이 품격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다. 성장이 빠르다 보니 일어나는 각종 문제도 많다. 양산은 지금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넘어가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른바 성장통을 앓고 있는 셈이다.
본래 품격이란 단어는 사람에게 자주 사용한다. 사람 된 바탕과 타고난 성품을 뜻하는 품격은 그 사람의 사회적 가치와 관계를 나타낸다. 도시는 수많은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이다. 결국 도시의 품격은 그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품격이 모여 이뤄지는 것이다.
무더위가 이어지자 사람들은 시원함을 찾아 떠나기 시작했다. 양산에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산과 계곡이 많다. 먼 곳으로 떠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사람들은 인근 공원을 찾기도 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떠난 그곳은 항상 쓰레기가 빈자리를 채우곤 한다.
여름철 지역 내 피서지를 점검해보니 쉽게 예상했던 대로 무질서와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지난해부터 공원에 설치해 운영 중인 물놀이장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물론 피서지나 물놀이장 모두 몰려드는 사람에 비해 편의시설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부족한 편의시설 탓만 하기엔 왠지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앞서 말한 것처럼 도시의 품격은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 시민의 품격에 달려 있다. 곧게 뻗은 도로, 즐비하게 늘어선 아파트, 도시의 밤을 밝히는 화려한 조명, 넓고 쾌적한 공원 등과 같이 도시기반시설을 잘 갖추는 일은 지자체 몫이 분명하다. 그리고 잘 조성한 도시기반시설을 채울 문화ㆍ역사 콘텐츠를 마련하는 일 역시 지자체가 도시의 품격을 높이려 노력해야 할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다.
그렇지만 품격 높은 도시는 잘 갖춘 도시기반시설이나 제도를 넘어서야 가능하다. 외형적 성과를 더욱 돋보이게 해줄 시민의식이 도시 품격을 좌우한다. 다른 이에 대한 배려,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질서, 도시 미래에 대한 공감대와 자부심.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소통으로 물 흐르듯 시민 개개인 삶으로 이어질 때 우리는 우리가 이 도시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 하고, 우리 도시를 바라보는 다른 도시 사람들에게 양산을 살기 좋은 곳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 수 있다.
양산은 유입 인구가 많은 지역이다. 따라서 시민 개개인은 여전히 낱개의 상태로 머물러 있다.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지역 정체성을 형성하지 못했고, 굳이 지역 정체성을 공유해야 할 필요도 잘 느끼지 못한다. 서로 이어지지 못하고 낱개로 머물러 있다 보니 당연히 공동체로 도시를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의 희망은 무더위를 식히는 반가운 비 소식처럼 찾아오기 마련이다. 최근 대형유통점 주차장 유료화를 둘러싼 논란을 해결하는 과정은 지역 갈등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를 보여주는 긍정적 사례다.
시민 스스로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공감할 수 있는 주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공론화하는 과정을 거쳐 소통을 통해 서로 다른 입장을 조율한 일은 지금까지와 다른 변화자 성과다. 갈등이 갈등에 그친 채 성과를 낳지 못하고 흐지부지 없었던 일처럼 수면 아래로 가라앉기 일쑤였던 과거와 사뭇 다른 양상이다.
또한 신도시 엄마들이 원도심지역인 북부동 상인들과 손잡고 프리마켓을 열어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협약을 맺은 일도 눈에 띈다. 양산의 성장 이면에 그늘처럼 남아 있는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려 지자체가 아닌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새로운 사업을 도모하는 일은 아직 결과를 알 수 없지만 그 시도만으로 의미 있다. 더 이상 낱개가 아닌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이 양산지역에서 그 싹을 틔우고 있다는 사실이 반갑기만 하다.
도시의 품격은 누군가 그저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품성을 갈고닦는 오랜 과정 속에 얻을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는 겪기 마련이다. 포기하지 말고 우리가 살고 있는 양산을 품격 있는 도시로 만들겠다는 꿈을 함께 했으면 좋겠다.
우리 도시, 양산은 오늘 우리가 함께 살아가고 만들어 가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