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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최대 규모 지진 발생… 모두 다 속수무책..
사회

최대 규모 지진 발생… 모두 다 속수무책

이현희 기자 newslee@ysnews.co.kr 입력 2016/09/13 13:57 수정 2016.09.14 13:57
12일 관측 사상 가장 강한 규모 5.8 지진 발생
건물 흔들리고 물건 떨어지고… 무방비 상황 반복

“아무 일도 할 수 없었고,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대한민국 지진 관측 사상 가장 강한 지진이 발생하면서 전 국민이 공포에 떨어야 했다. 양산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12일 오후 7시 44분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9㎞ 지점(진앙 북위 35.76도, 동경 129.19도 지점)에서 규모 5.1(자동계기분석 결과)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진 발생 후 양산지역은 진도 5 크기 진동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고층건물이 흔들리는 것을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고, 건물 내부에 있던 시민들은 전등이 요동치고, 선반 위 물건이 떨어지는 탓에 순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정신을 채 차리기도 전인 오후 8시 32분 규모 5.8 추가 지진이 발생했다. 진원은 처음 지진 발생지점에서 1km 가량 떨어진 경주시 남남서쪽 8km 지역(북위 35.77도, 동경 129.18도)이었다. 첫 지진 발생에 따른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1978년 기상청 지진 관측 이래 가장 큰 규모 지진이 잇달아 덮친 것이다. 


↑↑ 지난 12일 오후 7시 44분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9㎞ 지점(진앙 북위 35.76도, 동경 129.19도 지점)에서 규모 5.1(자동계기분석 결과)의 지진이 발생했다.(사진 왼쪽) 이어 지진 관측 이래 최대인 규모 5.8 지진이 오후 8시 32분 발생했다. 진원은 처음 지진 발생지점에서 1km 가량 떨어진 경주시 남남서쪽 8km 지역(북위 35.77도, 동경 129.18도)이다.(사진 오른쪽)
ⓒ 양산시민신문



“정부도 지자체도 믿을 곳 없다”

진동이 느껴지자 시민들은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였다. 일부 시민은 건물 밖을 빠져 나와 공터나 공원으로 향하기도 했고, 일부 시민은 갈 곳을 몰라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정부나 지자체에서는 지진 발생 후 대처요령을 제때 전달하지 못했다.



↑↑ 지진이 발생하자 건물이 흔들리는 모습이 육안으로도 보이고, 건물 내부 선반이나 책장 등이 쓰러지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일부 상점에서는 진열한 물건들이 쏟아져 피해를 입은 사례도 있다.
ⓒ 양산시민신문



국민안전처는 첫 지진이 발생한 후 8~9분이 지나서야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했지만 지진 발생 사실만을 알렸을 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전혀 언급이 없었다. 심지어 대처방법을 찾기 위해 국민안전처 홈페이지에 접속한 시민들이 급증하자 홈페이지가 접속장애현상을 보이며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


방송국 역시 최대 규모 지진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정한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그대로 방영하면서 안전 불감증을 그대로 보여줬다. 특히 재난방송 주관방송사인 KBS는 드라마를 그대로 방영하면서 자막으로 지진 발생 사실만을 속보 형식으로 전달할 뿐 지진 대피 요령이나 행동수칙과 같은 정보는 제공하지 않았다.


그 사이 시민들은 건물에서 빠져나와 갈팡질팡하며 공포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또한 지진이 발생하자 시민들이 가족, 친지 등에게 안부를 묻기 위해 통화량이 급증해 일부 통신사 서비스가 원활하지 않았고, 메시지를 전하는 이용자들의 트래픽이 급증하면서 ‘카카오톡’ 메신저가 2시간여 동안 장애가 발생해 시민들을 발만 동동 굴릴 수밖에 없었다.


↑↑ 불안감에 휩싸인 시민들이 건물 밖으로 쏟아져 나왔지만 정작 안전한 대피처를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마을마다 아파트마다 재연됐다. 일부 시민들은 구조물이 없는 공원으로 나와 어둠 속에서 공포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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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하기는 지자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양산시는 지진이 발생하자 시청에 상황실을 가동하고, 8시 55분 지진 관련 마을 방송과 문자를 발송했다. 이어 지역 내 지진 피해 상황을 파악하는 한편, 주요 시설과 대형공사현장에 대한 점검에 들어갔다. 또한 양산시는 SNS를 통해 비상근무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등 재해 대비 태세에 들어갔다.


하지만 지난 7월 5일 오후 8시 33분 울산 동구 동쪽 52km 지점 해역에서 규모 5.0 지진이 발생한 지 70일이 지났지만 정작 시민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재난 대비 시스템은 제자리걸음이다.


이번에도 지진이 발생하자 마을 또는 아파트 관리실에서 지진 관련 방송을 내보냈지만 “건물 밖을 빠져나와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는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만 반복했을 뿐이다. 건물 밖을 빠져나올 때 주의사항이라곤 승강기를 사용하지 말고, 계단을 이용하라는 정도를 알릴뿐 건물 밖에서 유의해야 할 사항이나 지진을 피할 수 있는 가까운 안전한 장소(대피소)가 어디인지 알려주는 곳은 없었다. 결국 시민 스스로 알아서 안전한 곳을 찾아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 양산시는 지진 발생 후 비상근무체계로 돌입했지만 정작 시민에게 필요한 행동요령이나 대피방법 등을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못해 재난대비 메뉴얼을 시민 위주로 개편해 운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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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매뉴얼, 시민 위주 대응책 재검토 필요

앞서 7월 5일 지진 발생 후 본지는 지진에 대비한 양산시 위기대응 능력을 점검한 바 있다.
<관련기사 2016년 07월 12일자 “현실로 나타난 우려 양산시 지진 대책 있나?”>



이 당시에도 양산시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진을 포함한 자연재난 대비 표준행동 매뉴얼을 갖추고 있지만 지진 규모별 유관기관 협조체제 구축과 주민 지원방안 등 재난안전대책본부 운영을 규정하고 있을 뿐 재해 발생 때 실제 시민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은 빠져 있었다.


양산시는 읍ㆍ면ㆍ동사무실을 통해 이ㆍ통장, 아파트 대표 등을 대상으로 관련 내용을 교육하고 있긴 하지만 정작 마을, 아파트별로 상황에 따른 대처 방안, 대피장소 등 구체적 사안을 안내할 수 있는 방송 매뉴얼과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상태다.


한편, 양산시는 지진 발생 후 시장, 시의회 의장, 시의원, 관계 공무원이 함께 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비상근무체계에 들어갔지만 재난대응 콘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 양산시청이 내진설계가 돼 있지 않아 실제상황에서 매뉴얼대로 운영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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