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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희 본지 편집국장 | ||
ⓒ 양산시민신문 |
9월 30일부터 10월 2일까지 3일 동안 열린 2016 삽량문화축전이 막을 내렸다. 축제가 시작되기 전 들린 비 소식에 축제를 준비해온 많은 이가 걱정했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들이 준비한 것들이 헛되게 끝나지는 않았다. 축제에 참여한 모든 이들 역시 비록 오락가락하는 궂은 날씨에도 축제를 즐겼다.
2006년부터 해마다 가을이면 우리 곁을 찾아오는 삽량문화축전, 벌써 10년째 이어오고 있다. 10년 전 ‘삽량문화제’라는 이름으로 실시하던 체육행사 중심 축제를 탈피하고, 지역 대표 문화축제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삽량문화축전이 첫걸음을 내디뎠다. 제대로 된 축제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조직을 개편하고, 전문가도 영입했다.
처음 삽량문화축전을 시작하고 난 뒤 지금까지 축전이 남긴 가장 큰 성과는 바로 ‘양산천의 재발견’이다. 그동안 양산천 둔치는 황량하게 내 버려진 곳이었다. 삽량문화축전이 양산천을 무대로 열리기 시작하면서 이곳은 시민에게 사랑받는 공간이 됐다. 양산시 역시 제방을 정비해 산책로를 만들고, 둔치에 볼거리, 즐길거리를 하나둘 만들어갔다.
봄이면 유채꽃이, 가을이면 코스모스가 양산천을 찾는 시민을 반긴다. 넓은 둔치는 삽량문화축전이 열릴 때면 다양한 공연과 전시부스를 설치할 수 있는 특별한 무대로 변신한다.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광장이 없는 양산지역에서 양산천은 말 그대로 광장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삽량문화축전을 10년 동안 이어오는 동안 지역 정체성을 살릴 수 있는 프로그램도 하나둘 생겨났다. 양산 옛 지명 ‘삽량’을 축전 이름 앞에 두고 신라시대 충신 박제상 공 사당에서 고유제를 지내 축전 시작을 고하는 것에서부터 박제상 일대기를 뮤지컬로 만들어 시민에게 선보이기도 했다.
올해는 삽량(신라)시대 김서현 장군과 그 아들 김유신 장군이 화랑으로 양산지역에서 성장한 것을 모티브 삼아 삽량 출정식을 재현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해마다 삽량문화축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정체성이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백화점식으로 너무 많은 프로그램이 나열돼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말이다.
그리고 지나치게 소비적인 행사로 그친다는 점도 문제다. 개막공연에 등장하는 유명 가수들 공연 때만 사람들이 몰릴 뿐 나머지 공연이나 전시 프로그램은 사람들 주목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곧잘 벌어지곤 한다.
축제 본질은 먹고 마시고 즐기는 것이다. 축제에 아무리 큰 의미를 부여한다고 해도 결국 축제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 즐기는 일이다.
삽량문화축전이 안고 있는 일종의 고질적인 문제는 축제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 차이에서 비롯한다. 어떤 이는 먹고 즐기는 축제 본질 자체에 방점을 두고, 어떤 이는 축제를 통해 무언가 교훈을 남길 방안이 없을까 고민한다.
무엇보다 지자체에서 축제를 기획하면서 고민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많은 예산을 투입한 축제가 낭비라는 지적을 받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삽량문화축전이 끝나고 나면 으레 관람객이 몇만명을 넘었고, 경제적 파급효과가 수억원에 달한다는 보도자료를 보내오곤 한다. 이번에도 예외 없이 축전 성과를 알리는 보도자료가 메일함을 채우고 있을 것이다.
삽량문화축전 시작부터 축제가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적하고, 문제점을 해소할 방안을 제시하는 보도를 이어왔다. 국내외 우수축제를 소개하고, 양산지역 특성에 맞는 축제 방향을 제시하는 노력이 지역언론으로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에서다.
굳이 삽량문화축전을 변명하자면 축제는 축제 본 모습으로 즐기자는 것이다. 축제는 본질이 소비지향적이다. 여기에 어울리지 않는 옷처럼 경제적 파급효과 따위를 늘어놓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축제 본질에서 벗어난 이도 저도 아닌 모습으로 곁길로 빠지기 십상이다.
오히려 어떻게 먹고, 어떻게 마시고, 어떻게 즐기는 것이 가장 좋은 일인지 뾰족하게 고민하는 게 낫다. 특히 양산지역처럼 해마다 다양한 생각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는 지역에서 축제는 양산을 알리고, 함께 살아가는 곳이라는 공 동체 의식을 만들어내는 통로로 역할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굳이 외부관광객을 의식할 필요 없이 우리끼리 먹고 즐기는 일을 부끄러워할 필요 없다는 생각이다.
양산은 ‘낯선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삽량문화축전이 낯선 사람들을 낯익은 사람,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공동체 의식을 잠시라도 불어넣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올해도 축전이 끝나고 난 뒤 축전을 평가하는 자리를 가질 것이다. 그때 외부 경제적 파급효과가 얼마나 컸고, 축전이 어떤 효용성을 보여줬는지에 대한 설익은 평가 대신 30만 양산시민이 얼마나 즐겁게 축제를 즐겼는가에 대한 평가가 구체적으로 나와야 한다. 수억원을 들여 진행한 축전이 소외된 시민 없이 제대로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는가에 대한 반성이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