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오후 12시께 비가 그치고 난 직후 종합운동장 앞 양산천 둔치 전경. 수위가 제방 상단 부분까지 차올라 불안한 상황이다. ⓒ 양산시민신문
계절 원인… 웃자란 수생식물
대규모 개발… 골프장, 산단 주목
양산천 준설 필요성 재부각
무분별한 개발행위 신중론 대두
양산천 홍수대비책 재검토 필요
신도시 파급효과까지 고려해야
제18호 태풍 차바(CHABA)가 양산 곳곳에 큰 상처를 입혔다.
지난 5일 정오께부터 비가 멈추면서 곧 복구작업을 시작했지만 워낙 광범위한 지역에 동시다발적으로 피해가 발생해 복구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양산은 최근 수년 동안 태풍 피해가 거의 없었던 지역이라 이번 피해를 더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2003년 9월 13일 태풍 매미로 사망자 1명이 발생했을 때도 피해 대부분은 상습침수지역인 원동면 일부 지역에 국한됐다. 이후에도 크고 작은 수해가 있었지만 대부분 국지적인 피해로 그쳤다.
하지만 이번 태풍 차바는 양산 전역에 걸쳐 피해를 주고 사라졌다. 이날 오전 불과 2~3시간 동안 쏟아진 집중호우가 가장 큰 원인이다.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불가항력’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였다. 5일 정오께 다행히 비가 그치고 난 뒤 거짓말처럼 하늘이 파랗게 맑아져 피해를 당한 시민을 허탈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번 태풍으로 가장 큰 피해를 당한 곳은 상북지역이다. 특히 대우마리나아파트(622세대)는 양산천이 범람하면서 지상 1층까지 물이 차올라 주민이 긴급대피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지하주차장에 세워둔 차량 400여대가 피해를 입었다. 또한 지하 배전설비가 침수돼 정전됐고, 이로 인해 수도 공급마저 끊긴 상황이다.
↑↑ 양산천이 범람해 침수 피해를 당한 상북면 석계지역. |
ⓒ 양산시민신문 |
이곳 주민이 더욱 놀란 것은 1994년 준공 이후 단 한 차례도 침수 피해를 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습침수지역이 아닌 대우마리나아파트가 이번 태풍으로 가장 큰 피해를 당한 것이다.
대우마리나아파트뿐만 아니라 상북면사무소가 있는 석계지역 역시 양산천이 범람하면서 큰 피해를 당했다. 국도7호선 상ㆍ하북 구간은 강물이 도로 위로 넘쳐흐르면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비가 그친 후 이 일대는 강물에 쓸려온 억새와 쓰레기 등이 교량과 구조물 곳곳에 뒤엉켜 폐허를 방불케 했다. 또한 흙탕물이 빠져나간 자리에는 진흙더미가 고스란히 남아 흡사 갯벌을 연상할 정도로 피해가 극심했다.
이번 피해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역시 집중호우다. 더구나 양산천 상류지역인 하북면에는 이날 303mm의 많은 비가 쏟아졌다. 상북면 역시 214mm의 비가 내렸다. 이날 오전 8시까지 양산시가 강우량을 집계한 결과를 살펴보면 하북면 55mm, 상북면 43mm에 그쳤다. 하지만 오전 9시부터 오전 11시까지 불과 2시간 동안 내린 비는 시간당 100mm를 웃도는 양이었다.
계절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낙엽이 지고 수생식물이 가장 크게 자란 10월에 불어닥친 태풍으로 인해 빗물과 함께 각종 부유물이 빗물이 빠져나갈 관로를 막아버렸다. 또한 교량과 하천 구조물 곳곳에 엉겨 붙으면서 일종의 보 역할을 해 수량이 갑자기 불어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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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북면 대우마리나아파트는 강물이 단지 내로 넘쳐 흘러 지상 1층까지 잠기는 등 가장 큰 피해를 당했다. |
ⓒ 양산시민신문 |
집중호우가 천재(天災)에 해당한다면 인재(人災)에 해당할 수 있는 구조적 원인도 간과할 수 없다.
먼저 양산천 상ㆍ하북구간에 대한 준설이 수십년째 이뤄지지 않아 오랜 기간 퇴적물이 쌓이면서 하천 흐름을 방해하고, 하천이 수용할 수 있는 용량이 줄었다는 점이다.
실제 이 구간 곳곳에서 하천 중심부에 퇴적물이 쌓여 그 위로 나무와 수풀이 우거진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같은 지적이 이미 수차례 반복됐지만 하천 관련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까다로운 법규와 환경파괴 우려 탓에 준설작업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
양산천 경우 시가지는 양산시가 관리하고 있지만 상ㆍ하북구간은 국토관리청 소관으로 관리 이원화 문제와 함께 오래된 교량 대부분이 제방 높이 정도여서 부유물질이 쌓여 물 흐름을 방해해 피해를 더 크게 만든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주민은 더불어 최근 진행한 대규모 개발사업에도 주목하고 있다. 상북지역에는 현재 골프장 2곳과 산업단지 1곳이 조성됐고, 산업단지 1곳이 조성 중이다.
주민은 골프장과 산업단지 공사로 인해 수많은 산림이 사라져 홍수 예방 효과가 떨어졌다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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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중호우로 상북면 양주중학교 급식소 뒤편 옹벽이 무너져 내린 가운데 일부 주민이 학교 인근에 조성 중인 석계일반산업단지 공사현장에서 토사가 쏟아져 피해를 당했다며 산단 조성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
ⓒ 양산시민신문 |
공사 진행 중인 제2석계일반산업단지 경우 이번 태풍으로 공사현장 인근 양주중학교 급식소 뒤편 옹벽이 무너져 내리면서 토사와 돌무더기가 쓸려와 아찔한 상황을 연출했으며, 석계지역에 토사를 쏟아내기도 했다. 그동안 수해를 입지 않았던 상북지역에 큰 피해가 발생하면서 이전과 다른 환경, 즉 대규모 개발사업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배경이다.
준설 지연으로 하천 용량이 부족해졌고,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산림이 사라져 홍수 예방기능이 부실해졌다는 주민들 주장을 가볍게 볼 수 없는 것은 자칫 더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마무리 단계인 신도시지역이 양산천 하류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물금 신도시지역은 ‘메기들’이라 불릴 정도로 저지대에 위치해 있으며, 양주동 역시 80년대만 해도 논으로 이용하던 유수지 기능을 했던 곳이다.
이날 비가 그친 뒤 종합운동장 인근 양산천 수위는 제방 상단 바로 아래까지 차올라 있었다. 30분만 더 비가 내렸다면 신도시 안전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양산천 수해대책을 전면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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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민은 상북지역 침수피해 원인으로 수십년째 준설하지 않아 높아진 강바닥으로 하천용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
ⓒ 양산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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