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신도시가 불안하다
오피니언

신도시가 불안하다

이현희 기자 newslee@ysnews.co.kr 입력 2016/10/11 09:12 수정 2016.10.11 09:12
재난에 취약한 신도시 태생적 한계
연약지반ㆍ저지대 문제 대책 필요
지진ㆍ홍수 모두 대비 못 하는 현실
문제를 바로 알고 경각심 가져야













 
↑↑ 이현희
본지 편집국장
ⓒ 양산시민신문 
태풍 차바로 양산 전역이 몸살을 앓고 있다. 얼마 전 지진으로 불안감에 휩싸였는데 예상치 못한 수해로 많은 사람이 피해를 당했다.


늘 재난은 예상치 않게 우리 곁에 찾아온다. 그래서 재난을 대비하는 자세는 항상 최악을 염두에 두고 보수적으로 임해야 한다.


이번 태풍으로 신도시지역은 부분적으로 도로 침수와 정전 등 피해가 있었지만 다행히 큰 피해 없이 넘어갔다. 상대적으로 큰 피해를 본 상북지역에 비하면 신도시는 별일 없었다는 표현이 어울릴 지경이다.


하지만 신도시지역은 사실 재난에 취약한 곳이다. 재난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연약지반’과 ‘저지대’라는 태생적 문제를 안고 있다.


양산에 오래 산 사람들은 누구나 알고 있다. 화려한 불빛과 고층 건물이 즐비한 신도시지역이 불과 20여년 전만 해도 논이었다는 사실을…. 양산천이 범람할 경우 유수지(遊水池, 평지나 넓은 강물에서 일시적으로 홍수량 일부를 저수하는 곳) 역할을 하던 곳이 바로 현재 신도시지역이다. 이제 아파트 단지가 즐비한 물금지역은 과거 메기가 뛰어논다는 의미를 가진 ‘메기들’이란 지명을 가졌던 곳이다.


물금 워터파크에서 교동 방향으로 보이는 허리가 반쯤 잘려나간 야산에는 신도시지역 매립을 위해 석재를 채취한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다. 신도시지역이 연약지반이다 보니 지반을 다지기 위해 막대한 양의 석재가 필요했다. 원래 계획은 그 산 하나를 다 파헤치는 것이었지만 천성산 KTX 터널 공사에서 나온 석재를 이곳 신도시에 쏟아붓고서야 아파트를 세울 수 있었다.


예전에 상북지역 어르신을 취재하다가 재미있는 표현을 들은 기억도 난다. 양산지역 노거수를 취재하던 중이었는데 난데없이 어르신이 상북지역이 살기 좋은 곳이라며 자랑을 늘어놓았다. 그러다 상북 아래 현재 신도시지역을 가리키며 ‘바다’라는 표현을 쓰는 게 아닌가.


대대로 양산지역에 살아왔다는 어르신 눈에는 논으로 가득했던 신도시지역에 아파트가 세워진 것이 불안해 보였던 것이다. 언제든 물이 들어차는 지역에 아파트를 세웠으니 불안한 마음에 당신은 살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번에 또 침수피해를 입은 상습침수지역인 교동 역시 조선 초 ‘경상도속찬지리지’(1469년, 예종 원년)에 따르면 과거 지명이 구읍포(仇邑浦)라 불리며 포구가 있었던 곳으로 기록돼 있다. 양산천이 지금은 건천으로 강물이 많지 않지만 과거 바다로 불리고, 포구가 있을 정도로 큰 하천이었다는 사실을 각종 문헌을 통해서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심지어 나룻배가 통도사까지 양산천을 타고 올라갔다는 문헌이 남아 있을 정도다.


원래 강이었던 곳을 개발하기 위해 제방을 쌓은 것이 불과 일제시대 때 일이다. 그때만 해도 농토를 확보하기 위한 일이었지만 강 유역을 논으로 남겨두고 혹시 모를 홍수에 대비한 것이다.


지금은 그 유수지 역할을 하던 논 위에 수많은 아파트가 들어차 있다. 이제 막 양산으로 이사한 사람들은 이 같은 사실을 믿기 어려울지 모른다. 1990년대 신도시 계획을 수립해 진행하기까지 온통 논이었던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신도시지역은 커다란 변화를 겪어왔다.


장황하게 신도시지역 변천사와 옛 문헌을 일일이 언급한 것은 신도시의 화려한 변화에 잠시 잊고 있었던 문제점을 환기해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신도시가 근본적인 문제점, ‘연약지반’과 ‘저지대’라는 태생적 한계는 쉽게 해소할 수 없는 문제다. 그만큼 재난대책을 수립하기도 쉽지 않다. 오히려 그래서 신도시 재난대책을 꼼꼼하게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보자. 이번 태풍으로 비가 조금만 더 내렸다면 양산천은 범람했을지 모른다. 또한 양산천 하류와 맞닿아 있는 낙동강 상류지역에 많은 비가 와 낙동강 수위가 크게 높아졌다고 해도 양산천 강물이 빠져나갈 곳을 찾지 못하고 상류로 역류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었다.


양산천이 범람하면 현재 흙으로 쌓은 제방은 유명무실하다. 신도시 전체가 물에 잠기는 끔찍한 상황이 벌어지는 셈이다.


지진 역시 마찬가지다. 신도시지역을 만들기 위해 기존에 있던 논에 돌을 메워 지반을 다져야 할 만큼 연약지반이다. 연약지반 위에 세워진 건물은 결국 지진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문제를 제대로 알았을 때 해법도 나오기 마련이다. 최근 신도시에 이주한 사람들은 신도시지역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이미 세워진 숱한 아파트 단지와 하나둘 자리를 메운 상가 건물이 즐비한 현재 모습만을 기억할 뿐이다.


먼저 반성부터 해야겠다. 신도시지역이 재난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정작 신도시 재난대책에 대해 취재ㆍ보도하기를 게을리했던 지역언론으로 태만을….


앞선 지진과 이번 태풍을 계기로 신도시 주민들 역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지금 당장 재난이 일어날 수도, 아니면 먼 미래에 우리 아이들에게 재난이 닥칠 수도 있다. 쓸데없는 공포심을 조장하는 말이 아니다. 재난은 영원히 신도시를 피해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재난은 가장 보수적으로 판단하라는 말처럼 곧 다가올지 모를 재난에 모두 함께 머리를 맞대고 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살펴야 한다.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