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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대통령에 대한 오해 혹은 진실..
오피니언

대통령에 대한 오해 혹은 진실

이현희 기자 newslee@ysnews.co.kr 입력 2016/11/01 09:12 수정 2016.11.01 09:12
불통(不通) 아니라 대상 달랐을 뿐
소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오해
‘설마’가 사람 잡는 시대, 대한민국
마지막 기대, 오해로 그치질 않길













 
↑↑ 이현희
본지 편집국장
ⓒ 양산시민신문 
설마 했던 일이 현실로 다가온 순간, 모두 머릿속이 뒤엉켜버리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국가와 국민과 결혼했다는 대통령이 오늘날 보여준 현실은 무엇이 오해고, 무엇이 진실인지 모든 것이 불분명하다. 어쩌면 처음부터 우리는 대통령을 오해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후 받은 가장 많은 비판 가운데 하나가 바로 불통(不通)이었다. 국민과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은 정부 인사와 정책 추진과정에서 빠지지 않은 단골 메뉴기도 하다. 여기에서 우리는 첫 번째 오해에 빠지게 된다. 대통령이 사람들과 소통하지 않은 채 독단적으로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는 오해는 정부 인사와 정책 추진과정을 올바로 바라보지 못 하도록 했다.


대통령은 영문도 모른 채 밤하늘 별이 된 세월호 아이들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피를 토하며 외친 학부모들과 국민 바람을 듣지 않았을 뿐이다. 차가운 겨울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세월호 부모들이 삼보일배하는 동안 대통령은 뚜렷한 직업도 없이 어떻게 수백억 재산을 모았는지 모를 강남 아줌마와 함께 수시로 소통하며 연설문을 고치고, 국무회의를 주재해왔다.


경영 실패로 인한 구조조정 탓에 수많은 노동자가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 거리에서 ‘생존’을 외칠 때도 대통령은 소통을 멈추지 않았다. 절박한 노동자 목소리 대신 정체도 분명치 않은 재단에 수십억씩 기금을 낸 기업들과 마음을 나눴다. 그 결과 평범한 주부에서 졸지에 국내 최대 해운회사 경영자로 둔갑한 사람은 경영 실패를 인정하고서도 회사 정상화를 위한 사재 출연은 더 이상 힘들다며 눈물을 쏟아냈고, 정부는 또다시 국민 혈세를 쏟아부을 준비를 하고 있다. 대통령이 선택한 소통은 이번에도 우리가 기대하는 방향과 결을 달리했을 뿐이다.


시간에 쫓겨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지하철 스크린도어 수리에 나섰던 한 청년이 사망했을 때도 대통령은 소통했다. 청년이 세상을 떠나고 난 뒤 주인 잃은 가방에 컵라면 하나 덩그렇게 놓여 있을 때 부모 잘 만난 어느 승마 선수는 “돈도 실력, 너희 부모를 원망해”라며 SNS를 통해 대통령과 소통하고 있었다. 청년 일자리 정책을 고민하던 정부가 청년들을 해외오지로 보내 도전정신을 길러야 한다고 말하자 대통령 연설문을 고치던 엄마와 함께 외국으로 떠나 마음껏 도전정신을 펼치던 그녀는 이제 엄마도 없이 도전의 삶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그동안 대통령이 소통하지 않는다는 오해는 결국 진실이 아니었다. 대통령은 우리가 모르는 수많은 사람과 “민중은 개, 돼지”라고 부른 고위공직자 말을 주고받으며 “별 틀린 말도 아닌데…”라고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았을지 모른다.


그냥 국민이 오해했을 뿐이다.


국민이 진실을 깨닫고 분노하자 대통령은 사전녹화한 ‘95초 사과’를 통해 다시 국민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통령이 소통하지 않는다는 첫 번째 오해에 이어 두 번째 오해가 시작하는 순간이다. ‘순수한 마음’으로 잘못을 시인한 대통령 대국민사과로 그동안 가려져 있던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는 기대는 두 번째 오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대통령이 소통하지 않는다는 오해가 이미 밝혀진 탓일까? 두 번째 오해가 풀리기까지 걸린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국민은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으로 시작한 소통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믿기 힘든 현실을 질의응답을 생략한 사과 기자회견부터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마치 군사작전을 펼치듯 대통령 사과 후 벌어지는 일들을 보고 있자면 대통령이 무엇을 사과한 것인지, 사과는 한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지금까지 머리카락조차 보이지 않던 의혹 당사자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자청해 검찰 조사를 받고, 야당 사퇴 요구에도 꿈쩍 않던 청와대 수석이 모두 사표를 내고 물러나는 석연치 않은 일이 순식간에 벌어지고 있다. 이 와중에도 청와대는 검찰 압수수색에 응할 수 없다며 필요한 자료를 알아서 건네준다고 한다. 그리고 새로운 검찰 출신 민정수석을 청와대에 들였다. 이유와 상황이 어떻든 한 농민이 국가공권력에 의해 생명을 잃었던 가운데에도 1년 넘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과 사뭇 다른 광경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다시 ‘혼란’을 이야기하고 있다. 국민 혼란을 조기에 수습하고 국정 운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를 위해 인적 쇄신을 시작으로 적극적인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혼란이 시작한 의혹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이 없다. 형식적으로나마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모양새도 갖추지 않은 채 ‘사태 수습’만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혼란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이들은 바로 국민이다. 지금 ‘대통령 하야’를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는 국민은 분노가 아닌 부끄러움을 이야기하고 있다. 집회에 등장한 “이건 나라도 아니다”, “어쩌다 대한민국이 이 지경이 됐느냐”는 구호는 ‘설마’가 사람 잡는 시대에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가는 슬픔을 나타내고 있다.


대통령은 그 부끄러움과 슬픔을 제대로 봐야 한다. 이 기대가 마지막 오해가 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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