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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수재민 겨울이 따뜻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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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재민 겨울이 따뜻하도록

김민희 기자 minheek@ysnews.co.kr 입력 2016/11/15 10:27 수정 2016.11.15 10:27













 
↑↑ 김민희 기자
minheek@ysnews.co.kr
ⓒ 양산시민신문 
때아닌 물난리를 겪은 지 한달이 훌쩍 지났다. 태풍으로 어지러워진 주변은 봉사자들의 따뜻한 손길로 얼추 제자리를 찾았고, 우리 일상도 어김없이 돌아가고 있다. 시청에서는 연일 태풍 피해를 입은 이들을 위해 누군가 성금을 전달했다는 보도자료를 보내고, 언론에서도 이를 보도하며 아직 우리 사회가 따뜻함을 알렸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 따뜻함이 수재민에게는 닿지 못했다.

이전에 쓴 적 있지만, 양산에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던 곳이 우연히도 내 할머니가 계신 곳이었다. 다행히 할머니는 태풍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가깝던 이웃이 수재를 당했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할머니와 절친한 분인데, 다행히 태풍이 있었던 날엔 아들네 집에 가 있어 화를 면했다고 한다. 하지만 장대비는 모든 가전과 가구, 옷가지와 이불 등 모든 살림살이를 앗아갔고 손 쓸 방도를 찾지 못해 여전히 아들네에게 신세를 지고 있다고 했다.

“안 그래도 집이 추워가꼬 가을부터 전기장판 때던 친군데 집이 다 잠겼으니까 뭐 아무것도 안 된다고 카데. 돈이 있어야 집을 고치던가 하지. 그래도 주변에 아들내미 있어가 다행이다. 아들 마저 없었으면 그 할마시 어데 가 있었을 끼고? 도와주는 사람도 없는데”

막대한 피해에도 당장 어떻게 할 돈이 없어서 다가오는 겨울을 바라보고 있을 수재민은 이뿐만이 아닐 것이다. 봉사자들의 따뜻한 발걸음으로 일차적인 상처는 아물었지만,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기에 아직 수재민이 겪어야 할 고통은 결국 ‘돈’에서 온다.

한달 동안 2억이 넘는 성금이 모였다. 십시일반으로 모은 이 성금은 수재민에게는 실의를 조금이나마 달래줄 희망이다. 하지만 이를 전달하기에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지자체가 이 금액을 자체 집행하는 것은 처벌 대상이 되기 때문에 모금회를 통해 집행해야만 한다. 지자체가 전달한 대상자 명단을 모금회에서 심의하고, 이후 성금을 전달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시간도 상당히 소요된다. 평균적으로 두달 남짓, 길어질 때는 1년이 넘는 경우도 있다.

나동연 시장은 지난주 열렸던 한 행사 자리에서 “수재민 돕기를 위한 시민 정성이 계속 모이고 있는데, 물론 피해에 상응하는 금액은 되지 못하겠지만 시름을 털 수 있도록 하루빨리 수재의연금을 전달하겠다”는 발언을 했다. 하지만 ‘하루빨리’라는 말과 다르게 여전히 배분위원회 소집은 감감 무소식이다. 모금이 이어지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양산시는 모금 기한을 10월 말에서 11월 말로 변경했다. 이와 함께 11월 중 수재의연금을 집행하겠다는 계획 역시 미뤄졌다. 빠르면 12월, 늦으면 해가 넘어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 날은 추워지고 있다. 올해는 사상 최악의 추위가 올 거라는 예상도 있다. 이미 수재로 마음을 한번 다친 이들이다. 당장 돈이 없어서 제대로 된 복구를 못해 또 한번 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수재민들에게는 그야말로 ‘생명수’와 같은 성금 아니겠는가. 집행할 수 있는 부분은 먼저 전달해 그들이 겨울이 따뜻하도록, 아픔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도록 지금이야말로 행정이 나서줄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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