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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데스크칼럼]주술을 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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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주술을 깨다

이현희 기자 newslee@ysnews.co.kr 입력 2016/11/15 09:27 수정 2016.11.16 09:27
대한민국 모든 권력의 시작은 ‘국민’
“대통령 위기가 국가 위기”라는 주술
주술 깨고 국민이 열어가는 새 시대
긴호흡의 대장정은 이제 막 시작됐다














↑↑ 2016년 11월 1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김진석 사진작가/사진제공
ⓒ 양산시민신문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최근 국민 사이에 가장 많이 회자되고 있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다. 대한민국 주권자가 누구인지 밝히는 헌법정신은 대한민국 기본이 무엇인지를 망설임없이 규정하고 있다.


헌법 전문을 살펴보면 ‘권력’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것은 헌법 제1조가 유일하다. 나머지 조항을 살펴보면 모두 ‘권한’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대통령이나 정부 모두 권력이 아닌 권한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국민이 가지고 있는 권력을 위임받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이 전부다.


최근 언론에서 나오는 ‘권력실세’라는 말은 헌법정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오만해진 현 정권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는 말이다. 국민에게 위임받은 권한을 권력으로 착각하고 자신 이익을 위해 사용한 것이다.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는 수많은 촛불이 타올랐다. 누구는 백만명이 모였고, 누구는 수십만명이 모였다고 한다. 하지만 오늘 그 숫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많지 않다.


이심전심(以心傳心).


국민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불거진 정권실상에 다 함께 분노했다. 하지만 흥분한 군중이 아니라 질서정연한 주권자로 정권에 경고를 날렸다. 헌법이 규정한 이 나라 주권자가 누구이며, 주권자가 원하고 꿈꾸는 나라를 스스로 만들어가겠다며 한목소리로 외쳤다.


박근혜 대통령이 분노한 주권자에게 할 수 있는 일은 이제 많지 않다. ‘실수’라고 말하며 얼버무리기엔 너무 많은 의혹이 대통령을 에워싸고 있다. 이미 대통령으로서 국민 권력을 위임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말았다.


현 시국을 수습하기 위해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거국중립내각, 대통령 2선 후퇴, 하야, 탄핵…. 어떤 형태든 첫 단추는 명확하다. 바로 대통령이 국민에게 위임받은 모든 ‘권한’을 내려놓는 일이다.


그런데 대통령과 청와대는 책임총리 운운하며 아직도 정국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잘못한 이가 어설픈 사과와 함께 잘못을 수습하겠다며 버티는 꼴이다. 어려운 경제와 북핵 문제 등을 거론하며 국정혼란이 국가 미래를 망칠 수 있다며 국민을 협박하고 있다.


더 이상 대통령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국민은 두려워하지 않는다. 국민은 대통령과 청와대, 정부가 말하는 국정혼란 본질을 충분히 이해하고, 이를 수습할 역량을 가지고 있다. 국민이 위임한 권한을 국민 몰래 나눠가진 대통령이 국정혼란을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가 바로 국정혼란이다. “대통령 위기가 국가 위기”라는 주술로 국민을 속이려 하는 모습은 더 이상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이의 올바른 태도는 ‘처분’을 기다리는 일이다. 옛말에 “방귀 뀐 놈이 성낸다”는 말이 있다. 지금 대통령이 이짝이다. 사사로운 잘못으로 국정혼란을 불러와 놓고 ‘사과’라는 껍데기를 쓰고 자신이 수습하겠다며 국민을 협박하고 있다.


“이제 아무 것도 하지 말라”


국민은 대통령에게 단 하나를 말하고 있다. 혼란 수습을 위한 어떤 노력도 대통령에게 기대하지 않고 있다. 그냥 국민이 위임한 권한을 내려놓고 국민이 치열하게 고민하며 해결책을 찾을 테니 그만 내려오라고 말하고 있다.


주말 서울 광화문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타오른 촛불은 ‘끝’이 아닌 ‘시작’을 알리고 있다. 단지 대통령이 물러나는 일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헌법질서와 정치환경을 만드는 일에 주권자인 국민 스스로가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그것은 기존 정치권 역시 오늘의 혼란을 방임한 책임을 함께 묻겠다는 주권자 의지기도 하다.


이제 국민에게 말한다. 우리는 지난 과거 국민 힘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었던 경험을 기억하고 있다. 부정부패로 가득한 정권을 끝장낸 4.19 혁명이 있었고, 군사독재정권 오만함을 심판한 87년 6월 항쟁이 있었다. 하지만 4.19 혁명 뒤 우리는 군사독재정권을 맞이해야 했고, 6월 항쟁의 피땀 어린 결실을 새로운 기득권 세력에 내줘야 했던 아픔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대통령 한 명 물러나는 것이 촛불의 목표여서는 안 된다. 혐오로 가득한 우리 정치가 탈바꿈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두려워하지 말자. 광화문에 모인 많은 국민과 이를 지켜보며 이심전심으로 마음을 모은 모든 국민이 함께 하고 있다. 주권자로 국민 권리를 찾는 대장정은 이제 막 첫걸음을 내딛었을 뿐이다. 긴 호흡으로 서두르지 말고 ‘순실의 시대’가 아니라 ‘국민주권시대’로 함께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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