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소주동 작은도서관에 20명 남짓한 주부들이 바늘과 천, 실을 가지고 모였다. 옹기종기 모여앉아 천에 곱게 수를 놓는 것, 이들이 이날 한 데 모인 이유다. 그 중심에는 박 씨가 있다. 20년 가까이 생활자수를 비롯해 비즈, 펠트, 리본공예, 종이공예, 손뜨개, 퀼트 등을 익힌 박 씨가 강사로 있으면서 재능기부 모임을 진행하는 것이다.
“요즘은 공방도 많이 생겼잖아요. 그래서 조금 질투 아닌 질투를 받고 있기도 해요. 다른 사람들은 돈을 받고 가르치는데, 왜 저는 재능기부로 하냐는 거죠. 그 마음도 이해는 하지만, 저는 이 일을 돈 벌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아요. 좋아하는 사람들과 같이 나누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이전에는 재능기부로 학교나 자체 모임을 꾸려서 했지만, 올해부터는 조금 더 깊이 있는 강의를 위해 생활자수반을 모집하기도 했다. 3개월 과정으로 진행하는 생활자수반은 네이버 카페 웅상이야기를 통해 모집하고 있다. 배우는 과정도 어렵지 않다. 생활자수 자체가 누구나 손쉽게 수를 놓을 수 있는 기법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평범한 옷에 특징을 주기 위해 생활자수를 활용할 수도 있고 옷이나 쿠션 등을 만드는 바느질에 활용할 수도 있다. 간단한 악세사리 제작과 이불, 커튼 꿰매기 등에도 쓸 수 있으니 특히 주부들에겐 인기 만점이다.
“요즘 바느질 자체를 잘 안 하잖아요. 옷이 조금만 찢어지거나 해도 수선집에 맡겨버리지, 직접 하려고 하지 않아요. 물론 해보지 않아서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고요. 저는 그런 부분을 공유하고 싶었어요. 단추도 직접 달고 옷도 꿰매보고, 그런데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박 씨를 따라 생활자수를 접한 주부들도 바느질 매력에 푹 빠지게 됐다. 바느질은 단순한 작업이지만, 다양한 분야에 접목할 수 있기 때문에 생활자수로 시작한 회원들도 한복 만들기, 규방공예, 손뜨개질 등으로 능력을 넓혀가고 있다. 박 씨는 그런 이들을 볼 때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저도 영업 일을 하면서 머리를 비우고 싶을 때, 쉬고 싶을 때 기분 전환용으로 비즈 공예를 시작했어요. 공예를 하면 집중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잡념이 사라지거든요. 그게 공예의 가장 큰 매력이에요”
작은도서관에서 강좌도 이어가고 있지만, 온라인 카페를 통해 더 많은 사람과 다양한 공예 정보를 나누고 싶은 욕심도 있다. 2009년 다음에서 카페를 운영하다 현재는 네이버에서 ‘늘솜(언제나 솜씨가 좋다)’(cafe.naver.com /handtok)을 운영하며 친목 도모는 물론, 정보 교류와 아트 프리마켓 진행까지 계획하고 있다.
그가 웅상지역에도 꼭 있었으면 하는 것이 바로 아트 프리마켓이다. ‘아트’라고 하면 예술적인 부분만 생각하겠지만, 범위를 조금 더 넓혀서 ‘체험’이 많은 프리마켓을 꿈꾸고 있다. 핸드메이드 제품과 체험은 물론, 여기에 지역 음식 체험까지 결합한 프리마켓 말이다.
“웅상에도 프리마켓이 늘어나고 있죠. 그런데 아직 좀 부족해요. 단순히 판매하는 것을 넘어서 쉽게 할 수 없던 체험까지 프리마켓에서 할 수 있으면 더 좋을 거 같아요. 그런 체험을 제공할 수 있는 분야가 생활자수나 비즈 등 공예, 즉 핸드메이드 분야거든요”
박 씨는 프리마켓은커녕 생활자수 강의 공간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지만, 웅상 발전을 위해서는 문화적인 발전도 필요하다며 양산시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주말에 동네를 돌아다니면 텅 비어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다들 웅상에 있지 않고 부산이나 울산으로 놀러 가거든요. 그런 걸 보면 안타까워요. 웅상에도 즐길만한 거리가, 볼만한 문화가 있으면 지금보다 더 활기찬 동네가 되지 않을까 하고요. 제 공예 활동이 도움될지는 모르겠지만, 양산시에서 그런 계획이 있다고 한다면 꼭 돕고 싶네요. 물론 주부들을 위한 재능기부도 계속해서 이어갈 거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