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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이제 바람과 바람의 대결이다..
오피니언

이제 바람과 바람의 대결이다

이현희 기자 newslee@ysnews.co.kr 입력 2016/11/22 10:40 수정 2016.11.22 10:40
촛불을 꺼뜨리려 부는 기득권의 바람
기득권의 바람 앞에 맞선 국민의 바람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려 놓기 위한
나 ‘혼자’ 아닌 우리 ‘함께’ 하는 싸움













 
↑↑ 이현희
본지 편집국장
ⓒ 양산시민신문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진다”

새누리당 김진태 국회의원(춘천)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시작한 촛불집회를 폄하하는 발언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자발적으로 ‘권력 사유화’에 맞서 헌법정신과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모인 수많은 국민에 대한 분명한 도발이다. “민중은 개, 돼지”라는 한 공위공직자 말이 이 말 위로 겹쳐진다. 


20일 검찰 중간 수사 결과 발표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사실상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했다.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대국민 담화 따위는 아랑곳 없이 변호사 뒤에 숨어 “우리나라 국민성이 ‘우’ 하는 게 있다”며 “조금 국민이 차분해졌으면 싶다”며 속내를 드러냈다.

이 또한 도발이다. 국민이 바라는 진실 규명은 어느 새 뒷전이고, 국민을 가르치려 하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느닷없이 등장한 ‘오보, 괴담 바로잡기-이것이 팩트입니다’라는 코너는 대통령이 바라보는 국민이 어느 지점에 있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다시 “민중은 개, 돼지”라는 말이 떠오른다. 

“촛불은 촛불일 뿐 바람이 불면 꺼진다”는 말이 노골적으로 나온 이 순간 이제 바람과 바람의 대결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지켜보며 수많은 국민이 분노한 까닭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누구나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산산이 부서버렸기 때문이다. 억울하면 부모를 잘 만나라고 비웃는 그들이 수많은 피와 땀으로 지켜온 민주주의 시스템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았다는 현실을 마주하며 국민은 ‘자괴감’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국민은 자괴감에 빠져 손을 놓지 않고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해 촛불을 들었다. 누군가 한 사람이 들어 올린 촛불은 옆 사람에게 전해져 전국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바람 앞에 꺼진다는 촛불은 국민의 바람을 타고 오히려 횃불처럼 불타오르고 있다. 

이제 그 앞에 또 다른 바람이 불고 있다. 헌법정신을 훼손하고도 뻔뻔하게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기득권의 바람이다.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우리 사회 기득권층 민낯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자신 이익을 위해서라면 ‘국가’마저도 사사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가감 없이 국민 앞에 밝힌 셈이다. 더구나 추악한 욕망을 만천하에 드러내고도 당당하다. 김진태 국회의원이 말한 촛불 앞 바람은 바로 기득권의 바람이다. 지금 국민의 바람이 ‘냄비’ 속 물처럼 끓어오르다 불이 사라지면 곧 식을거라 확신하고 있다. 


확신에 가득한 기득권의 반격이 시작되고 있다. 

헌법정신과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한 대통령이 헌정중단을 이야기하며 민주주의 절차에 따라 버티기에 들어갔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돈을 갖다 바쳤던 재벌은 희생자 흉내를 내며 동정을 구하고 있다.
앞 다퉈 권력에 줄을 섰던 고위공무원들은 상명하복(上命下服)이었을 뿐이라며 다시 복지부동(伏地不動)한 채 진실에 입 다물고 있다. 형광등 100개를 켜 놓은 듯 한 아우라를 풍기고 있다며 대통령을 칭송해온 언론은 이제 하이에나떼처럼 대통령을 물어뜯으며 잘못을 벗어나려 한다. 

얼핏 보면 기득권 세력이 와해되고 있다는 착각마저 불어 일으킬 정도다. 하지만 기득권의 바람은 지금 현재 상태를 유지하고픈 것일 뿐이다.

분노한 국민 앞에 잠시 머뭇거렸을 뿐 ‘냄비근성’을 이야기하고, 선동에 휘둘리는 어리석음을 지적질하며 다시 본성을 숨기지 않고 있다. 그들은 “시간은 우리 편”이라며 팔짱을 끼고 키득거리고 있을 지도 모른다. 기득권의 바람은 국민이 든 촛불을 꺼뜨리기 위해 더욱 세차게 불 것이다. 

바람과 바람의 대결은 지루하게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법을 무시해온 그들이 오히려 법의 보호를 받는 역설적인 상황에 허탈해질 수도 있다.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진다”는 말처럼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리려 국민이 들어 올린 촛불은 지금 풍전등화(風前燈火) 처지다. 어느 하나 놓치지 않고 지금까지 누려온 기득권을 지키려는 그들의 바람 앞에 놓여 있다. 그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염치와 체면도 없이 활활 타오른 촛불을 꺼뜨리려 하고 있다. 
 
하지만 두려워하지 말자. 지치지 말자. 오늘날 대한민국을 만든 이는 유력한 정치인이나 재벌이 아니라 바로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삶을 지켜온 모든 국민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정신은 낡은 책에서나 들어볼 수 있는 말이 아니라 오늘 우리 곁에 어둠을 밝히는 촛불처럼 살아있다. 그리고 이 말에 영원한 생명력을 주려 수많은 국민이 거리로 나서고,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다. 나 ‘혼자’가 아닌 우리가 ‘함께’ 바라고 있다. 

비록 긴 겨울이 시작됐지만 이런 국민의 바람이 모여 기득권의 바람에 맞서 촛불을 지켜내고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희망의 봄으로 이어질 것이다. 

바람과 바람의 대결은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다. 다시 한 번 더 되뇌여본다. 
 
두려워하지 말자. 지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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