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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귀갓길 불안 덜어준다? 써보니 효과는 ‘글쎄…’..
사회

귀갓길 불안 덜어준다? 써보니 효과는 ‘글쎄…’

김민희 기자 minheek@ysnews.co.kr 입력 2016/11/29 10:18 수정 2016.11.29 10:18
골목길 안전지킴이 체험기
위험 ‘즉각’ 대처 가능하다 했지만
신고 방법, 통신망, 핸드폰 기종 등
실제로 앱 사용해보니 제약 많아

늦은 시간 길을 걷기 무서운 요즘이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묻지 마’ 범죄는 물론, 자신보다 약한 사회적 약자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화풀이’ 범죄 또한 쉽게 접하는 뉴스가 됐다.



이에 여성과 청소년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할 안전망 구축이 뜨거운 화두로 오르면서 각 지자체는 사회적 약자 안전대책 강화를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


양산시도 마찬가지다. 지난 21일부터 ‘양산시 골목길 안전지킴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여성과 청소년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해 밤길 안전을 지킨다는 취지다. 양산시는 현재 북정근린공원과 북정동 원룸촌 일대, 삼호동 원룸촌 일대 등 모두 10곳에 긴급 사이렌 울림과 비상등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조성했다.


사이렌과 비상등, 블랙박스 녹화 등 현장에서 제공받을 수 있는 서비스는 10곳에서 이뤄지지만, 위험 신고 자체는 전국 어디서나 가능하다. 또한 전원을 4회 이상 눌렀을 때 보호자와 경찰서에 위험 상황을 알리고, 신고자 근처에 있는 경찰이 현장으로 출동해 위급 상황에 즉각적인 대처가 가능하다.


여기까지가 양산시가 밝힌 ‘양산시 골목길 안전지킴이’ 서비스다. 스마트폰이 필수품이 된 시대, 시스템 작동만 잘 된다면 두말할 것 없이 좋은 안전 대책일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의문이 들었다. 과연 제대로 작동할 것인가?


지난 24일, 실제 서비스를 이용해보기 위해 북정근린공원을 찾았다. 공원 여자화장실 위 설치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부터 확인하기 위해 비상버튼을 눌렀다.



“긴급 상황입니다”하는 알림과 사이렌이 울리고 경광등이 무사히 작동했다. 10여초 간 울리던 알림이 끝난 뒤 곧바로 스마트폰 전원 버튼을 4번 눌렀다. 아까처럼 울려야 할 시스템이 조용하기만 했다.















ⓒ 양산시민신문


주머니에 넣은 채 눌러서 그런가 싶어 다시 눌렀다. 여전히 묵묵부답. “이거 왜 안 돼?”하며 전원을 20회 넘게 누르고서야 “긴급 상황입니다”하는 시스템 응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후 1시 13분, 현장에서 실험을 시작한 지 10여분이 지나서였다.


어찌 됐든 신고가 갔으니 이제 경찰 대처를 지켜봐야 할 차례였다. 양산시 설명대로라면 북정근린공원 관할 경찰서에 연락이 가고, 경찰관이 현장에 나타나야 했다. 하지만 기다린 지 10분이 지나고 담당 공무원이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경찰 쪽 반응은 없었다.


현장에 도착한 양산시청 관계자에게 작동이 잘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그럴 리 없다며 함께 테스트를 진행했다. 전원 버튼을 4번, 또 4번, 그리고 또 4번을 누르자 작동했다. 이 과정에서 놀랐던 것은 세 번 시도 끝에 알림이 울린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 화면이 켜졌다가 꺼지는 것, 이것을 1회라고 계산하는 방식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제대로 된 신고가 들어가려면 화면이 커졌다 꺼지는 것, 이것을 4회 반복해야 한다는 말이었고 전원 버튼을 8번 눌러야 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위험 상황에 전원 버튼을 8번 누르는 것이 빠를까, 112에 전화를 하는 게 빠를까.


또 하나 당황스러웠던 것은 112에 제대로 접수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본 기자가 모두 4차례 시스템을 테스트했고, 등록한 보호자에게는 모두 문자가 전송됐다.



하지만 112에 전송된 문자는 2건뿐이었으며 그중 첫 신고는 문자 발송 내역은 있지만, 112에 접수된 내용은 없다는 황당한 답변을 듣게 됐다. 만약 이 상황이 테스트가 아닌 실제 상황이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체험 과정을 함께한 한옥문 양산시의원(새누리, 중앙ㆍ삼성)은 “시스템 작동과 별개로 경찰에 위험 상황이 전달되지 않는 것은 심각한 오류다. 왜 경찰로 신고 상황이 접수되지 않았는지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며 “서비스 초반인 만큼 제대로 된 시스템을 구축해 시민에게 제공할 필요가 있으며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쓰는 스마트폰만 지원하고 있는 것을 IOS(애플) 기기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산시는 “당시 통신망 문제로 신고 접수되지 않은 점이 파악됐다. 현재 알림 문자는 장문 형태인데, SKT가 장문 형태 메시지를 보내는 데 오류를 보이고 있어 이용자 불편이 없도록 알림을 단문 형태로 수정하고 있다”며 “다른 통신사는 이용하는 데 문제가 없으며 내년에는 IOS 기기에서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확대하고 앱과 골목길 조명을 연결해 앱 사용자가 이동하면 자동으로 불이 켜지는 시스템까지 개발ㆍ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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