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점심 식사를 마친 장애인들이 하나 둘씩 양산시장애인복지관 강의실을 채우기 시작했다. 수업 시간은 오후 1시 30분. 1시가 되기도 전에 미리 강의실에서 학생들을 기다리던 사람은 노래강사 최영화(48, 중부동) 씨. 강의실로 들어오는 사람마다 밝게 인사하는 최 씨로 인해 수업 전부터 이미 강의실 안은 웃음이 넘쳤다.
최 씨의 익살스러운 진행과 함께 구성진 트로트를 부르는 장애인들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처음에는 마이크를 두려워했던 이들이 당당하게 마이크를 잡고 시원하게 노래 부르는 모습에 최 씨도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장애인복지관은 올해 3월부터 강의를 시작했죠. 이곳에서 노래한 지는 1년도 안 됐지만, 제일 애착 가는 곳이에요”
최 씨가 노래강사를 시작한 건 3년 전. 한 때는 가게 사장님으로, 한 때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던 그가 더 늙기 전에 내가 해보고 싶은 일을 하자 마음먹고 시작한 것이 바로 노래다.
“노래하면 즐거운 에너지가 나오잖아요. 그 에너지가 좋아서였던 거 같아요. 하던 일도 그만두고 노래강사를 시작하고 행사에서 사회도 보고 그랬죠. 제가 봉사하는 곳이 주로 요양병원 처럼 아픈 어르신, 혹은 장애인들이 있는 곳이라 건강박수도 공부했습니다. 노래하는 꿈 하나를 위해 웃음치료, 실버체조, 레크리에이션, 스피치 등 다양한 분야를 익혔죠”
최 씨는 자신 재능을 무엇보다 먼저 봉사하는 데 썼다. 사람이 그리운 사람들, 아프거나 장애가 있어 공연장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사람들, 마음껏 노래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목청을 열었다. 그가 노래하면 손뼉 치며 따라 부르는 사람들이 생겼고 웃는 사람이 많아졌다. 아무 것도 아닌 노래 하나에 울고 웃는 사람들을 보며 최 씨는 오히려 새로운 삶을 선물 받았다.
“많은 사람이 행복을 느끼기보다 불평과 불만을 많이 해요. 남들보다 부족한 걸 더 크게 받아들이고 스스로가 괴롭게 사는 거죠. 저도 그렇게 살았어요. 그런데 제 노래를 좋아해주는 분들을 보며 저를 반성하게 됐죠. 거기다 ‘노래 잘 한다’, ‘덕분에 잘 놀았다’하는 칭찬까지 들으며 따뜻한 마음까지 선물 받고요”
물론 처음부터 노래 봉사가 쉽지는 않았다. 사람이 많이 왔다갔다하는 병원에서는 일회성 공연도 많다보니 짧은 시간에 정을 나누는 것도 쉽지 않았다. 특히 몸이 불편하거나 장애가 있는 분을 대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할 것도 많았다. 말 하나, 행동 하나가 그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알기 때문이다.
“장애인들도, 어르신들도 처음에는 다가가기 어렵지만 누구보다 따뜻하고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그분들에게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많죠. 꾸준히 가서 웃을 일을 만들어 드리고 싶고 안 보면 저도 보고 싶어지고요. 이제는 표현도 잘하세요. 인사도 잘 해주시고”
최 씨가 머무는 곳은 항상 웃음과 감동, 정이 넘쳐 흐른다. 그는 자신 삶 모든 부분에 감사하며 살기 때문에 주변 사람에게도 인생 행복과 웃음을 전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작은 재능으로 많은 사람이 재미를 느끼고 기쁨을 누린다면 몸은 힘들어도 다시 활동할 에너지가 생긴다며 웃었다. 다만 내년에는 장애인복지관에서 노래교실이 확실하게 정해지지 않아 혹시라도 이런 자리가 없어지면 어떡하나 고민도 된다고 말했다. 최 씨는 장애인들에게 일주일에 한 번, 확실하게 웃을 일 하나 만들어주는 자리가 오래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내기도 했다.
“아직 노래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인터뷰까지 하게 돼 부끄럽다고 생각합니다. 저보다 더 봉사하는 분들이 많거든요. 그래도 이런 기회가 있다는 것 자체에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는 상이 아닐까 싶어요. 이제 양산에서 저를 행복하게 하는 노래, 남을 행복하게 하는 노래를 부르고 싶어요. 제 노래가 누군가에게 희망이 된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 삶이 어디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