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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거울에 얼굴을 비쳐보다
오피니언

거울에 얼굴을 비쳐보다

이현희 기자 newslee@ysnews.co.kr 입력 2016/12/27 09:14 수정 2016.12.27 09:14
다사다난한 올해를 마무리하는 질문
‘선거의 해’ 우리는 어떻게 선택했나
‘재난의 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했나
서로에게 묻고 답하는 시간이 필요













 
↑↑ 이현희
본지 편집국장
ⓒ 양산시민신문 
다사다난(多事多難). 

이맘때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 가운데 하나다. 돌이켜보면 별일 없이 순탄하게 흘러간 한 해가 있을까마는 올 한 해는 유독 개인이나 국가 차원에서 크고 작은 일이 많은 듯하다. 

올해는 육십간지(六十甲子) 순서상 좋지 않은 어감으로 느껴지는 병신년(丙申年)이었다. 장애인을 비하하는 말과 음이 같은 탓에 지난해 연말부터 새로운 한 해에 대한 기대감보다 왠지 불길한 우주의 기운마저 감지된다는 이야기가 나돌곤 했다. 그래서일까 한 해가 마무리되는 지금 이 시점에도 우리는 유종의 미를 이야기하기 주저하고 있다.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어수선한 정국 탓에 개인 삶 역시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올해는 양산시가 시(市)로 승격한 지 20년이 되는 해다. 이미 지난해 11월 인구 30만명을 넘어선 양산은 스스로 놀랄 만큼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양산 발전에 대한 장밋빛 미래도 기대감이 크다. 물론 빛이 강하면 어둠도 짙다는 말처럼 빠른 성장에 따른 부작용도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특히 신도시와 대비돼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원도심과 농촌 문제는 앞으로 양산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모든 지역이 고루 잘사는 양산은 꼭 해결해야 하는 새로운 목표다. 

올해는 ‘선거의 해’였다. 연초부터 선거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양산은 인구 30만명을 넘어 처음으로 국회의원 2명을 선출하게 된다는 기대감이 컸다.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1명 더 생기면 양산 발전이 더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결정은 늦었다. 4월 13일 선거를 앞두고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양산을 2개 국회의원 선거구로 나누기로 뒤늦게 확정한 것이다. 후보자도 유권자도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늦은 만큼 더 꼼꼼히 우리를 대표할 후보자를 검증하고, 선택했는지 되돌아본다. 

선거 결과 24년 만에 양산지역에서 야권 후보가 당선하는 변화가 있었다. 또한 함께 치러진 양산시의원 재선거에서도 야권 후보가 당선했다. 여당 일색이었던 지역정치지형이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은 긍정과 기대를 낳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우리 삶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아직 감이 오지는 않는다. 

올해는 많은 양산시민에게 ‘재난의 해’로 기억될 게 분명하다. 지진과 태풍. 그리고 올해 막바지 양산을 덮친 AI….

올해 우리는 생각지도 못한 재난을 경험해야 했다. 7월 12일 오후 8시 32분 경주 인근에서 발생한 5.8 규모 지진은 순식간에 우리 삶을 바꿔놓았다. 대한민국이 지진안전지대라는 근거 없는 환상이 산산이 깨진 순간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대비하지 못했던 재난 앞에 시민도, 행정도 모두 속수무책이었다. 놀란 가슴으로 가족과 함께 어두운 밤거리로 뛰쳐나오긴 했지만 어디로 가야할 지, 무엇을 해야 할 지 아는 이 없었다. 그저 집 안에 있기 두려워 몰려나온 이들과 함께 불안에 떨 수밖에 없었다.

국가나 지자체 모두 지진을 대비해 마련했다는 안전대책 매뉴얼은 탁상 위 종잇조각에 불과하다는 현실을 똑똑히 바라보며 많은 이들이 시민안전을 보장할 대책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외쳤지만 여전히 대책 마련은 거북이걸음이다.

세월호 사건 후 우리는 국가가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당연한 믿음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올해 모두를 놀라게 한 지진은 더 충격으로 와 닿는다. 

놀란 가슴을 채 다스리기도 전 10월, 양산을 덮친 태풍 차바는 막대한 피해를 남기고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올해 태풍은 한동안 수해를 경험하지 못한 양산시와 시민 입장에서 당황스러운 일이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잊고 있었던 사실을 깨닫게 했다. 오늘날 양산 발전을 상징하는 화려한 신도시가 사실 재난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상습침수지역으로 과거 논으로 이용하던 지역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차 있다는 사실. 비가 오면 물을 담는 유수지 역할을 해야 할 곳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사실. 넓은 하천을 좁혀 제방을 쌓아 물길을 좁혀놓았다는 사실…. 사라진 것이 아니라 없어진 것이 아니라 지금도 유효하다는 사실을 잊고 지냈을 뿐이다. 

또한 태풍으로 가장 많은 피해를 당한 상북지역에서는 개발의 어두운 면을 돌아보게 했다. 산을 깎아 산단과 골프장을 만들고, 하천을 좁혀 집과 상가를 만든 일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따져봐야 한다.
과거를 기억하는 일은 내일을 기대한다는 말이라고 한다. 거울을 비추듯 지난 일을 되돌아보고 거쳐 온 시행착오를 바로 잡는 준비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 우리는 어떤 실수를 저질렀고, 어떤 교훈을 얻었을까? 아니 여전히 숨 가쁘게 돌아가는 일상에 자신 얼굴을 거울에 비춰보는 일조차 잊고 사는 건 아닌지 자신에게 물어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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