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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올해를 ‘기억의 해’로 기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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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를 ‘기억의 해’로 기록하자

이현희 기자 newslee@ysnews.co.kr 입력 2017/01/10 08:58 수정 2017.01.11 08:58
지진과 태풍… 지난해는 재난의 해
안전불감증이라 불리는 ‘망각’의 덫
재난극복 위한 시작은 기억하는 일
알고 있는 기본부터 다시 실천해야













 
↑↑ 이현희
본지 편집국장
ⓒ 양산시민신문 
6일 새벽, 고이 꿈나라를 헤매다 귓가에 파고드는 날카로운 경고음에 깜짝 놀라 잠을 깨고 말았다. 국민안전처에서 보낸 지진 발생 재난문자가 난데없이 날아들었기 때문이다. 그 뒤로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잠을 설치고 일어난 아내는 출근 준비를 하면서도 조그맣게 몸을 웅크리고 스마트폰으로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나 검색하기 여념 없었다.


경주에서 또 다시 지진이 발생했다. 지난해 9월 관측사상 최대 규모 지진이 발생한 후 많은 사람들이 더 이상 대한민국이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몸으로 깨달았다. 가족과 함께 집밖으로 우르르 몰려나온 사람들은 무엇을 해야 할 지, 어디로 가야할 지조차 알지 못한 채 불안한 밤을 보내야 했다.


그리고 추석이 지나고 태풍이 휘몰아쳤다. 범람한 하천은 집안으로 물을 쏟아 부었다. 차들이 잠기고, 도로는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물이 빠져나간 자리는 진흙과 풀들로 뒤범벅이었다. 지역 곳곳을 파헤치던 공사현장에서 넘쳐 흘러나온 빗물이 진흙과 뒤섞여 사람 사는 공간까지 차지해버렸다.


지진에 이어 태풍까지…. 지난해는 유독 ‘재난’이라는 말을 자주 듣고 했던 것 같다. 특히 양산지역은 한 번도 고민해 보지 않았던 재난이 겹치면서 말 그대로 ‘재난의 해’로 많은 사람들이 기억할 지 모른다.


지진과 태풍 이후 사람들은 대책을 요구했다. 하지만 아직 그때와 달라진 것은 없다. 양산시는 올해 지진대비 매뉴얼을 새롭게 정비하고, 수해를 대비해 양산천 관리방식을 재검토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시민 불안감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다. 나동연 양산시장 역시 신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올해 시정방침 가운데 하나로 ‘안전’을 내세웠다. 지난해가 ‘재난의 해’였다면 올해는 ‘재난 극복의 해’로 기록되는 것이 당연하다.


천재지변(天災地變), 자연이 내리는 어쩔 수 없는 재해라며 위안 삼기엔 우리 스스로 저지른 과오가 너무 많다.


화려한 신도시를 상징하는 아파트 단지는 사실 지진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주차장마다 들어차 있는 자동차는 재난 상황에는 요긴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기름을 가득 채운 폭발물로 변할지 모른다. 사람이 살기 위해 하천을 막아 제방을 쌓아올린 신도시는 언제든 분노한 하천이 넘쳐흐를 수 있다. 좋은 일자리를 위해 산을 깍아 만든 산업단지는 더이상 빗물을 품지 못한다.


재난이 과거보다 무서운 것은 우리 스스로 재난에 취약한 도시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더 무서운 것은 ‘망각’이다.


사람들은 쉽게 잊고 산다. 시시콜콜 모든 일을 기억하는 것처럼 스트레스 받는 일은 없다. 사람들이 건강하게 사는 이유는 불안과 어려움을 잊고 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일마저 때로는 너무 쉽게 잊고 사는 것이 문제다. 불과 몇 개월 전 흔들리는 건물 밖으로 나와 불안에 떨던 일, 집안까지 차오르는 물을 바라보며 망연자실했던 일….


흔히 ‘안전불감증’이라고 진단하는 사회현상은 바로 망각에서 시작한다. 비단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안전사고도 망각이 그 원인이다.


기억하자. 건널목을 건널 때면 귀밑까지 팔을 바짝 붙이고 총총 걸음을 옮기는 어린아이들처럼 우리가 알고 배운 것부터 하나씩 실천하는 한해가 되자.


기억하자. 지진과 태풍으로 불안에 떨며 정부와 지자체에 대책을 요구하던 순간을, 어쩔 수 없는 천재지변이었다며 위안 삼기보다 인재(人災)가 아닌지 꼼꼼히 살펴보던 마음을….


잊지 말자. 흔들리는 집밖을 나와 불안에 떨며 서로 의지하며 바라보던 눈빛을, 혼자가 아니어서 다행스럽게 생각했던 그 순간을….


잊지 말자. 닥쳐온 재난에 망연자실할 때 손을 내밀어준 도움의 손길을, 굵은 땀방울 흘려가며 복구를 위해 애쓴 이들이 바로 우리와 함께 있다는 사실을 떠올려보자.


재난을 극복하는 일은 비단 정부와 지자체만의 몫은 아니다. 그들이 제대로 역할하기 위해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대책을 내놓겠다는 약속을 기억하고 지켜봐야 한다.


우리가 대수롭지 않게 넘긴 수많은 일이 바로 우리에게 닥칠 수 있는 재난으로 다가온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한해가 되길 기대한다. 올해가 ‘재난 극복의 해’로 기록되기 위해 가장 먼저 실천해야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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