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 눈에는 이상해 보일 수 있는 돈키호테지만 현실 속에서도 꿈과 이상을 잃지 않는 모습이 제겐 너무 깊게 남아 있었어요. 그래서 공방 이름도 그와 비슷하게 ‘동키호테’로 했죠”
“공방을 시작한 건 3년 정도인데, 그 전에 배운 것까지 합치면 15년 가까이 되네요. 처음엔 저도 공방 수강생이었어요. 제가 배우고 있던 선생님도 도예과를 나오지 않고 취미로 하시면서 공방까지 차리시게 된 거죠. 근데 그분이 제게 그러셨어요. 도예과에 입학해 정식으로 배워봐야 겠다고요. 저도 그분 덕분에 용기를 냈어요. 늦은 나이지만 도예과에 입학하게 됐죠”
늦깎이 미대생으로 학교를 다녔던 한 씨 별명은 ‘깡패’였다. 모르는 걸 아는 척하지 않고 물었을 뿐인데 이런 별명이 붙었다고 했다.
“모르는 걸 아는 척한다고 저한테 도움되는 게 있나요. 저는 배우러 갔을 뿐이고 그렇기 때문에 당당하게 요구했더니 ‘깡패같다’며 교수님들이 놀리시더라고요. 모르는 것에 당당해지니까 더 빨리, 많은 걸 배울 수도 있는 거 같고요. 어쩌면 제가 정말로 원하는 분야의 배움이었기 때문에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대학에서 도예를 공부하고 그때 연을 맺은 교수님들 공방에서 일하면서도 한 씨는 일 대신 도예를 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만의 공방을 갖고 싶다’는 또 다른 꿈이 그에게 생겼다.
“남편도 처음에는 좀 반대했죠. 그런데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란 뒤였기 때문에 당장 일을 그만둬도 생활에 지장이 가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남편도 제가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지 옆에서 봐왔기 때문에 나중에는 허락했죠. 3년 전 공방을 준비하면서 저희 공방 마스코트인 돈키호테도 제 손으로 직접 만들었는데 그때 정말 많이 설렜고 행복했죠.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한 씨는 다른 공예와 달리 작품의 끝을 작가가 보지 못하는 것이 도예의 특이한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공예도 해봤지만, 유일하게 작가 손에서 마무리를 짓지 못하는 것이 도예라며 이런 점 때문에 다시 태어나도 도예를 할 것이라고 애정을 표현했다.
“인간이 살려면 4개의 기(氣)가 있어야 해요. 공기와 화기(불), 수기(물), 지기(땅)가 바로 그것인데, 이 4가지를 모두 가진 것이 바로 도예에요. 흙과 물이 만나서 조형하고 공기로 작품을 말려 단단하게 하고 화기가 마지막으로 작품을 완성하는 거죠. 실패할 때 그 아쉬움과 씁쓸함도 물론 있지만 가마를 열기 전 그 두근거림이 설레요. 자연에서 시작해 자연이 완성하는 예술, 정말 멋있지 않나요?”
한 씨에게 공방은 말 그대로 그의 놀이터다. 작업이 하고 싶을 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흙만 만질 때도 있지만, 흙이 보기 싫을 땐 공방에서 음악을 듣고 커피를 내리며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공방과 함께 카페를 운영하고 주말까지 도예 교육을 진행했지만 지금은 일주일에 월요일과 화요일 이틀만 수업하고 나머지는 한 씨만의 시간을 가진다.
“일하던 버릇 어디 안 간다고 처음엔 욕심을 많이 냈어요. 수업도 무리한다 할 정도로 잡았었고, 또 사람들이 내 작품을 부담 없이 보면 좋겠다고 생각해 했던 카페까지 했는데 금방 과부하가 걸리더라고요. 제 작업을 위해서 만든 공방이었는데, 작업은 꿈도 못 꿨고요. 그래서 딱 공방 월세 낼 만큼만 벌자. 나머지는 나를 위해 쓰자고 마음먹었어요. 그러니 마음도 편해지고요”
이제 작품을 위해 시간을 마음껏 쓸 수 있게 된 한 씨는 올해가 가기 전 그만의 개인전을 여는 게 새로운 목표가 됐다. 폐암 투병 중에도 ‘이걸로 먹고 살 수 있냐’며 걱정하던 아버지께 딸이 꿈을 펼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다. 더불어 그가 현재 활동하고 있는 ‘수수마켓’을 시민에게 더 많이 알리는 것도 그가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그동안 단체전에는 작품을 내 본 적 있지만 저만의 전시는 해 본 적이 없어 올해가 가기 전 제 공방에서든 꼭 전시회를 하려고요. 그리고 도예로도 계속 새로운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꼭 그릇, 병, 식기 이런 것만 하라는 법 없잖아요. 인형도 만들고 가방도 만들고 다른 소재와 섞어서 새로운 도예도 해보고 이런 도전을 계속할 거에요. 그것과 동시에 지역 공예가들이 함께하는 수수마켓도 더 활성화되도록 꾸준히 참여할 거고요. 낮은 곳에서 많은 사람과 작품으로 소통하는 것, 그게 제 꿈이에요”
전화번호 : 010-5220-16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