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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돈키호테처럼 꿈에 한 번쯤 미쳐서 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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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처럼 꿈에 한 번쯤 미쳐서 살고 싶었다”

김민희 기자 minheek@ysnews.co.kr 입력 2017/01/17 08:56 수정 2017.01.17 08:56
도예공방 동키호테 운영하는 한미경 씨

취미에서 전공, 전공에서 직업으로
흙과 함께하는 게 행복한 천상 도예가
“올해 가기 전 개인전 여는 게 목표”

소설 ‘돈키호테’를 보면 주인공 돈키호테는 기사도 소설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이다. 좋아하다 못해 자신을 기사라고 믿어버리고 광적인 모험을 떠나버린다. 흔히 ‘미쳤다’고 설명하는 돈키호테를 보며 한미경(47, 물금읍) 씨는 그와 같이 살아보고 싶음을 느꼈다. 



좋아하는 것에 미쳐서 한없이 그것에 빠져보는, 남들이 보기엔 미쳤다지만 좋아하는 것에 열정적으로 빠져드는 삶 말이다. 그래서 잘하고 있던 옷 가게도 팔아버렸다. 몫도 좋고 장사도 잘되던 가게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도예공방을 하겠다고 하니 주변에서 다 한 씨를 ‘미쳤다’고 했다. 하지만 개의치 않았다. 젊었을 때부터 취미로 해왔던 도예가 그에겐 꼭 이루고 싶은 꿈이 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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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 눈에는 이상해 보일 수 있는 돈키호테지만 현실 속에서도 꿈과 이상을 잃지 않는 모습이 제겐 너무 깊게 남아 있었어요. 그래서 공방 이름도 그와 비슷하게 ‘동키호테’로 했죠”



한 씨가 처음부터 도예의 꿈을 키운 건 아니었다. 그 역시 현실을 위해 학과를 결정했고 옷 가게를 운영했다. 일주일에 2번, 부산과 서울을 오가며 발에 감각을 못 느낄 정도로 동대문 시장을 돌아다니며 ‘장사 잘되는 가게’를 운영했지만, 버는 돈과는 별개로 아쉬움을 느꼈다. 그래서 찾은 취미가 바로 도예였다. 흙을, 자연을 만지는 것이 좋아 공방을 다니며 도예를 배웠다. 


“공방을 시작한 건 3년 정도인데, 그 전에 배운 것까지 합치면 15년 가까이 되네요. 처음엔 저도 공방 수강생이었어요. 제가 배우고 있던 선생님도 도예과를 나오지 않고 취미로 하시면서 공방까지 차리시게 된 거죠. 근데 그분이 제게 그러셨어요. 도예과에 입학해 정식으로 배워봐야 겠다고요. 저도 그분 덕분에 용기를 냈어요. 늦은 나이지만 도예과에 입학하게 됐죠”


늦깎이 미대생으로 학교를 다녔던 한 씨 별명은 ‘깡패’였다. 모르는 걸 아는 척하지 않고 물었을 뿐인데 이런 별명이 붙었다고 했다. 


“모르는 걸 아는 척한다고 저한테 도움되는 게 있나요. 저는 배우러 갔을 뿐이고 그렇기 때문에 당당하게 요구했더니 ‘깡패같다’며 교수님들이 놀리시더라고요. 모르는 것에 당당해지니까 더 빨리, 많은 걸 배울 수도 있는 거 같고요. 어쩌면 제가 정말로 원하는 분야의 배움이었기 때문에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대학에서 도예를 공부하고 그때 연을 맺은 교수님들 공방에서 일하면서도 한 씨는 일 대신 도예를 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만의 공방을 갖고 싶다’는 또 다른 꿈이 그에게 생겼다. 


“남편도 처음에는 좀 반대했죠. 그런데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란 뒤였기 때문에 당장 일을 그만둬도 생활에 지장이 가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남편도 제가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지 옆에서 봐왔기 때문에 나중에는 허락했죠. 3년 전 공방을 준비하면서 저희 공방 마스코트인 돈키호테도 제 손으로 직접 만들었는데 그때 정말 많이 설렜고 행복했죠.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한 씨는 다른 공예와 달리 작품의 끝을 작가가 보지 못하는 것이 도예의 특이한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공예도 해봤지만, 유일하게 작가 손에서 마무리를 짓지 못하는 것이 도예라며 이런 점 때문에 다시 태어나도 도예를 할 것이라고 애정을 표현했다. 


“인간이 살려면 4개의 기(氣)가 있어야 해요. 공기와 화기(불), 수기(물), 지기(땅)가 바로 그것인데, 이 4가지를 모두 가진 것이 바로 도예에요. 흙과 물이 만나서 조형하고 공기로 작품을 말려 단단하게 하고 화기가 마지막으로 작품을 완성하는 거죠. 실패할 때 그 아쉬움과 씁쓸함도 물론 있지만 가마를 열기 전 그 두근거림이 설레요. 자연에서 시작해 자연이 완성하는 예술, 정말 멋있지 않나요?”

















↑↑ 도예공방 동키호테 주인 한미경 씨는 그릇 등 생활자기는 물론 도예로 인형과 조형물 등을 제작하며 새로운 것에 계속 도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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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씨에게 공방은 말 그대로 그의 놀이터다. 작업이 하고 싶을 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흙만 만질 때도 있지만, 흙이 보기 싫을 땐 공방에서 음악을 듣고 커피를 내리며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공방과 함께 카페를 운영하고 주말까지 도예 교육을 진행했지만 지금은 일주일에 월요일과 화요일 이틀만 수업하고 나머지는 한 씨만의 시간을 가진다.


“일하던 버릇 어디 안 간다고 처음엔 욕심을 많이 냈어요. 수업도 무리한다 할 정도로 잡았었고, 또 사람들이 내 작품을 부담 없이 보면 좋겠다고 생각해 했던 카페까지 했는데 금방 과부하가 걸리더라고요. 제 작업을 위해서 만든 공방이었는데, 작업은 꿈도 못 꿨고요. 그래서 딱 공방 월세 낼 만큼만 벌자. 나머지는 나를 위해 쓰자고 마음먹었어요. 그러니 마음도 편해지고요”


이제 작품을 위해 시간을 마음껏 쓸 수 있게 된 한 씨는 올해가 가기 전 그만의 개인전을 여는 게 새로운 목표가 됐다. 폐암 투병 중에도 ‘이걸로 먹고 살 수 있냐’며 걱정하던 아버지께 딸이 꿈을 펼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다. 더불어 그가 현재 활동하고 있는 ‘수수마켓’을 시민에게 더 많이 알리는 것도 그가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그동안 단체전에는 작품을 내 본 적 있지만 저만의 전시는 해 본 적이 없어 올해가 가기 전 제 공방에서든 꼭 전시회를 하려고요. 그리고 도예로도 계속 새로운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꼭 그릇, 병, 식기 이런 것만 하라는 법 없잖아요. 인형도 만들고 가방도 만들고 다른 소재와 섞어서 새로운 도예도 해보고 이런 도전을 계속할 거에요. 그것과 동시에 지역 공예가들이 함께하는 수수마켓도 더 활성화되도록 꾸준히 참여할 거고요. 낮은 곳에서 많은 사람과 작품으로 소통하는 것, 그게 제 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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