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오늘도 소소하게 #탕진잼..
오피니언

오늘도 소소하게 #탕진잼

김민희 기자 minheek@ysnews.co.kr 입력 2017/01/17 09:11 수정 2017.01.17 09:11












ⓒ 양산시민신문















 
↑↑ 김민희 기자
minheek@ysnews.co.kr
ⓒ 양산시민신문 
‘탕진잼’이라는 말을 아는가? 위 사진에서도 볼 수 있는 ‘탕진잼’은 최근 내 SNS에 자주 보이는 단어로, 재물 따위를 다 써서 없앤다는 뜻의 ‘탕진’과 재미를 의미하는 ‘잼’을 합친 말이다. 비싸지 않은 물건으로 소소한 사치를 즐기는 요즘 청춘들 모습을 일컫는 신조어다. 


‘탕진’이라는 부정적인 단어와 ‘재미’라는 긍정적인 단어가 함께 붙은 모순적인 이 말은 실제로 뭔가 큰돈을 쓸 수 없는 팍팍한 현실이지만 몇 천원, 몇 만원으로나마 사치하며 자신을 달래는 청춘의 웃기고 슬픈 현실을 담아낸 단어다.

실제로 젊은 세대가 많은 번화가에 가면 줄지어 있는 인형뽑기방과 코인노래방 등 적은 금액으로 즐길 수 있는 놀 거리가 많아졌다. 쇼핑 역시 저렴한 가격에 많은 제품을 살 수 있는 다이소나 드러그 스토어, 로드샵 화장품 브랜드 등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천원을 넣으면 두 번 기회가 주어지는 인형뽑기, 4천원이면 1시간 동안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는 노래방, 싸고 질도 괜찮은 제품들이 수없이 늘어진 다이소에서 즐기는 쇼핑…. 이런 ‘작은 사치’를 통해 요즘 세대는 팍팍한 삶에서 작은 즐거움을 찾고 있다.


‘반드시 갖고 싶은 물건’을 사는 것이 쇼핑이었던 이전과는 달리, 지금 청춘들은 자기 삶의 필요한 모든 물건을 쇼핑한다. 양치할 때 쓰는 컵 하나를 사도, 집에서 신을 슬리퍼를 사도 아무거나 사지 않고 내가 가진 모든 정보를 동원해 딱 하나를 선택했을 때 그 뿌듯함. 적은 비용으로 합리적인 소비를 했다는 만족감이 잠시나마 나를 ‘부자’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당장 나를 생각해도 그렇다. ‘어서 돈을 모아 집을 사야 하는데’, ‘내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데’ 같은 생각은 이미 접은 지 오래다. ‘티끌 모아 티끌’이라는 말처럼 어차피 모아봤자 집도 못 사고 노후도 책임 못 질 적은 돈, 나를 위한 소비로 당장 나를 위로하는 게 더 현명하지 않은가. 그래서 내일을 위한 저축보다는 오늘 소비를 가열차게 하고, 내일 안정보다는 오늘 행복을 선호하는 게 나를 비롯한 청춘의 일상이 됐다. 



누군가 그랬다.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물가는 뉴욕, 집세는 런던, 최저시급은 6천470원인 나라에 태어났는지 모르겠다고. 평균 월급은 낮고, 취업하지 않은 청년도 ‘학자금 대출’이라는 빚에 허덕인다. 하물며 경기 침체는 장기화한 지 오래고, 사회 분위기도 여전히 불안한 게 현실이다. 오늘도 불확실한 시대를 살며 작은 사치로 자신을 위로하는 청춘들에게 ‘탕진잼’은 암울하게 보일 수 있는 상황을 재미로나마 위로하려는 작은 노력일 지 모른다.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