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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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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어른

이현희 기자 newslee@ysnews.co.kr 입력 2017/01/17 09:16 수정 2017.01.17 09:16
선거연령 하향조정 문제 본질은
우리 사회 성숙도에 대한 성찰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교육부터
어른이 먼저 반성해야 할 문제













 
↑↑ 이현희
본지 편집국장
ⓒ 양산시민신문 
최근 정치권에서 논의하고 있는 선거연령 하향 조정을 둘러싼 찬반 논란을 보고 있노라면 머릿속에 ‘어쩌다 어른’이라는 말이 자꾸 맴돈다. 

현재 19세 이상으로 돼 있는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겠다는 것인데 찬성하는 쪽은 18세가 되면 부모 동의 없이 결혼도 가능하고, 군대에 입대할 수 있으며 운전면허를 따는 것도 법적으로 보장돼 있는데 유독 선거권만 없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즉, 18세가 되면 법적인 책임과 의무만 있고 민주시민으로 권리는 인정하지 않는 모순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반면, 18세에게 선거권을 줄 수 없다는 반대 의견은 정치적 판단능력이 부족해 부모나 선생님 등 보호자 영향에 따라 독자적인 판단이 아닌 타인의 영향을 받아 판단 내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반대 의견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결국 18세 청소년이 ‘미성숙’하기 때문에 선거권을 허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18세에게 선거권을 허용하느냐 마느냐 문제는 ‘성숙’과 ‘미성숙’, ‘어른’과 ‘아이’를 구분하는 잣대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물리적 숫자에 불과한 ‘18’이라는 나이를 어른으로 인정하는 기준점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은 뒤로 하더라도 과연 ‘어른’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가 우리 사회에서 진지하게 다뤄지고 있는지 먼저 의심이 든다. 


물론 선거연령 하향 문제를 다투는 여야 정치권 속내는 새로운 유권자가 어느 손을 들어줄 것인가를 놓고 셈법이 복잡하다. 선거연령 하향 문제는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우리 사회 ‘어른’의 기준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공론화하는 계기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양산을 대표하는 독립운동가인 우산(右山) 윤현진(尹顯振) 선생 일대기를 살펴보면 이미 10세 때 경서에 능통했다고 전해진다. 이후 15세 때 숙부 윤상은이 부산에 세운 구포 구명학교를 제1회로 졸업했다. 선생은 17세 되던 해 중국 남경과 북경, 상해 등을 돌아보면서 외국 여러 인물을 만나 국제정세를 익혔고, 특히 북경에서 청나라 내분을 보면서 새 시대에 적응하려면 그 시대에 맞는 식견과 학문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한다. 불과 30세 나이로 세상을 뜬 윤 선생의 10대는 독립운동가로 치열한 삶을 살게 한 시기라 할 수 있다.


비단 윤 선생뿐만 아니라 독립운동사를 살펴보면 수많은 열사들이 이미 10대에 조국 현실을 이해하고, 독립운동의 길로 뚜벅뚜벅 걸어갔다는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범위를 넓혀 한국위인전기를 들여다봐도 10대에 뜻을 세우고 관직에 나가 국가경영에 참여한 위인은 셀 수 없이 많다. 과거 평균연령이 낮아 부득이하게 어린 나이에 사회로 진출하는 것이 당연했다고 폄하할 일이 아니다. 또한 위인으로 기록된 이들이 특별해서도 아니다. 


오히려 과거보다 교육 기회가 보편화되고 확대된 상황에서 청소년을 미성숙한 존재로 바라보는 일은 단지 그들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그때보다 미성숙한 탓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18세 선거연령 하향 문제에서 ‘미성숙’을 이유로 반대하는 쪽에서 처음 나와야 하는 목소리는 청소년 자질에 대한 우려가 아니라 우리 교육, 우리 사회 성숙도에 대한 우려여야 한다. 


먼저 교육에 대한 이야기다. 


근대교육 목표는 1차적으로 바른 인성을 가진 사회인을 키워내는 것이다. 이러한 기본을 바탕으로 사회적으로는 공동체 구성원으로 기본 소양과 소통 방식을 배우는 일이다.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 사회체제에 걸맞은 능력, 곧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 사회 구성원으로 올바른 정치적 판단을 할 수 있는 민주시민을 길러내는데 있다. 


그런데 우리 교육은 경쟁력을 갖추는 일에만 집중한 나머지 민주시민으로 살아가는 일에는 인색하기 짝이 없다. 토론 없는 수업방식, 사지선다형으로 정답만을 강요하는 입시제도…. 예전에 비해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아이들에게 민주시민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은 탓에 20세가 넘은 성인조차 자신만의 정치적 판단 기준을 마련하기까지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게 현실이다. 


다음은 교육에 이어 우리 아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환경에 대한 이야기다. “애들 앞에서 찬물도 못 마신다”는 옛말이 있다. 아이들 교육에 있어 찬물을 마시는 평범한 일조차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는 의미다. 


선거연령 하향문제 본질은 결국 아이들이 속한 사회가 성숙하냐 성숙하지 못하냐 문제다. 물리적 나이만 먹고 ‘어쩌다 어른’이 된 이들이 숱한 사회에서 아이들에게 성숙하지 못하다고 꾸짖는 태도가 과연 성숙하다고 볼 수 있을까? 선거연령 하향을 논의하는 과정은 아이들 성숙도를 이야기하기 전에 우리 사회 성숙도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 


100년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우리는 민주주의를 받아들이고 수많은 땀과 피를 흘리며 지금까지 이어왔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가 바로 민주주의 원칙이다. 그 가운데 선거는 현대 민주주의의 꽃이다. 그 꽃을 보다 풍성하고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우리 어른들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 꽃이 지고 난 뒤 어떤 결실을 되돌려주려 노력했는지 먼저 반성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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