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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학교 밖 청소년에서 그들을 위한 선생님이 되다..
사람

학교 밖 청소년에서 그들을 위한 선생님이 되다

김민희 기자 minheek@ysnews.co.kr 입력 2017/01/24 09:16 수정 2017.01.24 09:16
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 봉사자 김승빈 씨

2년 동안 매주 월요일 2시간씩
학교 밖 청소년 위한 국어 교사로 활동

자신도 학교 밖 청소년이었기에
이해와 사랑으로 검정고시 학습 지원

“학생이 공부로만 꿈 펼치는 것 아냐
청소년에게 친절한 양산 됐으면”

매주 월요일 오전, 김승빈(24, 강서동) 씨는 양산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로 향한다. 10개 남짓한 책상과 화이트 보드가 있는 작은 강의실에서 아이들을 기다리는 국어 선생님이 되는 것이다. 수업을 듣는 아이들을 하나하나 살피며 능숙하게 강의를 진행하는 모습에서 한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소속 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 학업복귀 프로그램에 참여한 지도 벌써 2년, 김 씨는 평범한 대학생에게 이런 기회를 준 센터에 오히려 감사하다며 웃었다.

“시작은 청소년지도사를 꿈꾸는 대학 선배가 봉사 한 번 같이 나가자고 해서였어요. 가면 술 사준다 길래요. 그렇게 했던 봉사가 비행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거리 상담이었어요. 큰 생각 없이 따라간 봉사활동이었는데 저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혹시 양산에는 이런 봉사활동이 없나 찾던 중에 꿈드림을 알았어요. 그렇게 시작한 게 2015년 3월이었는데 2년이 다 돼 가네요”















ⓒ 양산시민신문



꿈드림은 연중 내내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학업복귀 프로그램이다. 만 9세부터 24세까지 학업중단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이 프로그램은 학업복귀 동기 강화 프로그램인 기초 과정과 검정고시 준비반, 맞춤형 학습클리닉 등인 심화 과정으로 나뉘어 있다. 김 씨가 재능기부를 하게 된 곳은 학교 밖 청소년을 가르치는 검정고시 준비반. 담당 과목을 정하고 해당 과목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인데, 김 씨가 봉사를 시작할 때 남아있던 과목이 국어와 과학이었다. 



“과학은 자신 없어서 국어를 하게 됐죠. 제가 따로 시간 내서 열심히 공부해야 할 정도 난이도는 아니기도 했고요”


하지만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공부하는 환경 자체가 강압적인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결석하는 아이들도 있었고, 프로그램 자체가 연중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중간에 들어오는 아이들도 있었다. 이미 가르친 것을 새로 온 아이를 위해 다시 알려주면 ‘배운 걸 또 알려준다’며 원래 있던 아이들이 결석하는 등 우여곡절도 있었다. 그때 그를 잡아준 것이 장 자크 루소의 책 ‘에밀’이었다.


“이 책도 저를 봉사하게 한 그 선배가 선물로 준 거예요. 루소는 제가 좋아하는 사상가기도 했지만 책을 읽으면서 교육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기도 했어요. 제 꿈이 청소년 또는 교육과 관련된 건 아니었지만, 저를 일깨우는 구절들이 있더라고요”















ⓒ 양산시민신문



선한 본성을 잃지 않게 하는 교육에 대해 말하는 루소를 보며 김 씨도 친구 같은 선생님이 되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특히 아이들과 자신이 다르지 않았기 때문에 더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저도 고1 때 학교를 자퇴했어요. 그렇다고 제가 뭐 탈선하거나 그런 건 아니고 평범하게 공부하고 성적 나오고 그랬죠. 그런데 고등학교에 가고 처음으로 ‘우울하다’는 감정을 알았어요. ‘좋은 대학을 못 가면 불행한 삶을 산다’, ‘공부를 해야 행복할 수 있다’며 연신 우울한 미래만 말하던 학교에 더는 가고 싶지 않아서 자퇴서를 냈어요. 학교에 있으니 있던 꿈도 없어지더라고요”


막상 학교 밖 청소년이 되니 김 씨를 향하는 주변 시선이 달라졌다. 당장 집에서부터 그를 다르게 봤고, 그래서 자꾸만 밖으로 나가고 싶어졌다. 하지만 나가도 만날 수 있는 건 한정된 사람들이었고, 이렇게 계속 가다간 답이 없겠다 싶어 검정고시를 준비해 대학에 진학했다.


“사실 꿈드림에 오는 아이들은 어느 정도 자신의 방향에 대해 생각해 본 아이들이라 생각해요. 학교 안에서든 학교 밖에서든 이리저리 치이는 건 마찬가지일 테고 새로운 준비를 하려고 여기까지 왔다 생각해요. 그래서 제 작은 힘이라도 보태주고 싶었거든요”


김 씨는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선생님’으로 통한다. 쉽고 재미있게 국어를 알려주고 친구처럼 함께 공부하는 선생님이 되려고 노력한 결과다. 하지만 그 역시 자신 꿈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이기에 2년간 활동을 마무리하게 됐다. 이달까지만 봉사를 이어가기로 한 그는 아쉬운 마음이라며 웃었다.


“저도 이제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다 보니 꿈드림을 그만두게 됐는데 아쉽죠. 제가 도움이 됐나 싶기도 하고요. 저도 아이들과 같은 상황이었고 그런 시기를 다 겪은 입장에서 양산시에 대한 아쉬움이 좀 있어요. 청소년이 뭘 할 수 있는 곳이 없잖아요. 모든 학생이 꼭 공부로 꿈을 펼쳐야 하는 것도 아닌데 당장 학교만 봐도 양산은 전부 인문계 고등학교뿐이에요. 각자 하고 싶은 게 다르고, 할 수 있는 게 다른 데 하나만 강요하는 현실이 안타까워요. 보기엔 모든 게 다 갖춰져 있는 듯한데 청소년에게는 너무 불친절하다는 게 단점이에요. 청소년에게 조금 더 자유로운 환경을 주고 차별 없는 시선을 보낸다면 꿈을 펼치기에 좋은 양산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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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에게 꿈과 희망을”
양산시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

양산시상담복지센터 소속 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은 학교 밖 청소년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새로운 출발을 돕기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서비스 대상은 학교 밖 청소년(만 9세~24세)로, 학교를 다니다가 제적, 퇴학, 자퇴한 청소년, 초ㆍ중ㆍ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은 청소년, 학업 중단 숙려자, 학교생활 부적응, 진로 고민 등 자립 지원이 필요한 청소년이다.


▶세상을 두드림(사회 진입 프로그램으로 직업 탐색, 자격 취득 등을 지원) ▶꿈을 두드림(학업 복귀 프로그램으로 검정고시 준비와 맞춤형 학습 클리닉 진행) ▶나를 두드림(자기 계발 프로그램으로 문화예술, 체육 체험, 향토산업 체험, 무료 건강 검진 등을 지원) 등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각 프로그램은 연중 운영하고 있으므로 별도 신청 기간 없이 센터를 방문해 상담을 받으면 된다. 참가 청소년은 물론, 각 프로그램을 도와줄 재능기부 봉사자도 상시 모집하고 있다.

운영 시간 : 월요일~금요일, 오전 9시~오후 6시
주소 : 양산시 양주3길 36 2층(중부동, 청소년회관)
        양산시 웅상대로 1009-2 지하(덕계동, 웅상도서관)
전화 : 1388 / 372-2000(양산) / 367-1318(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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