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청소년지도사를 꿈꾸는 대학 선배가 봉사 한 번 같이 나가자고 해서였어요. 가면 술 사준다 길래요. 그렇게 했던 봉사가 비행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거리 상담이었어요. 큰 생각 없이 따라간 봉사활동이었는데 저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혹시 양산에는 이런 봉사활동이 없나 찾던 중에 꿈드림을 알았어요. 그렇게 시작한 게 2015년 3월이었는데 2년이 다 돼 가네요”
꿈드림은 연중 내내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학업복귀 프로그램이다. 만 9세부터 24세까지 학업중단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이 프로그램은 학업복귀 동기 강화 프로그램인 기초 과정과 검정고시 준비반, 맞춤형 학습클리닉 등인 심화 과정으로 나뉘어 있다. 김 씨가 재능기부를 하게 된 곳은 학교 밖 청소년을 가르치는 검정고시 준비반. 담당 과목을 정하고 해당 과목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인데, 김 씨가 봉사를 시작할 때 남아있던 과목이 국어와 과학이었다.
하지만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공부하는 환경 자체가 강압적인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결석하는 아이들도 있었고, 프로그램 자체가 연중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중간에 들어오는 아이들도 있었다. 이미 가르친 것을 새로 온 아이를 위해 다시 알려주면 ‘배운 걸 또 알려준다’며 원래 있던 아이들이 결석하는 등 우여곡절도 있었다. 그때 그를 잡아준 것이 장 자크 루소의 책 ‘에밀’이었다.
“이 책도 저를 봉사하게 한 그 선배가 선물로 준 거예요. 루소는 제가 좋아하는 사상가기도 했지만 책을 읽으면서 교육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기도 했어요. 제 꿈이 청소년 또는 교육과 관련된 건 아니었지만, 저를 일깨우는 구절들이 있더라고요”
선한 본성을 잃지 않게 하는 교육에 대해 말하는 루소를 보며 김 씨도 친구 같은 선생님이 되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특히 아이들과 자신이 다르지 않았기 때문에 더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저도 고1 때 학교를 자퇴했어요. 그렇다고 제가 뭐 탈선하거나 그런 건 아니고 평범하게 공부하고 성적 나오고 그랬죠. 그런데 고등학교에 가고 처음으로 ‘우울하다’는 감정을 알았어요. ‘좋은 대학을 못 가면 불행한 삶을 산다’, ‘공부를 해야 행복할 수 있다’며 연신 우울한 미래만 말하던 학교에 더는 가고 싶지 않아서 자퇴서를 냈어요. 학교에 있으니 있던 꿈도 없어지더라고요”
막상 학교 밖 청소년이 되니 김 씨를 향하는 주변 시선이 달라졌다. 당장 집에서부터 그를 다르게 봤고, 그래서 자꾸만 밖으로 나가고 싶어졌다. 하지만 나가도 만날 수 있는 건 한정된 사람들이었고, 이렇게 계속 가다간 답이 없겠다 싶어 검정고시를 준비해 대학에 진학했다.
“사실 꿈드림에 오는 아이들은 어느 정도 자신의 방향에 대해 생각해 본 아이들이라 생각해요. 학교 안에서든 학교 밖에서든 이리저리 치이는 건 마찬가지일 테고 새로운 준비를 하려고 여기까지 왔다 생각해요. 그래서 제 작은 힘이라도 보태주고 싶었거든요”
김 씨는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선생님’으로 통한다. 쉽고 재미있게 국어를 알려주고 친구처럼 함께 공부하는 선생님이 되려고 노력한 결과다. 하지만 그 역시 자신 꿈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이기에 2년간 활동을 마무리하게 됐다. 이달까지만 봉사를 이어가기로 한 그는 아쉬운 마음이라며 웃었다.
“저도 이제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다 보니 꿈드림을 그만두게 됐는데 아쉽죠. 제가 도움이 됐나 싶기도 하고요. 저도 아이들과 같은 상황이었고 그런 시기를 다 겪은 입장에서 양산시에 대한 아쉬움이 좀 있어요. 청소년이 뭘 할 수 있는 곳이 없잖아요. 모든 학생이 꼭 공부로 꿈을 펼쳐야 하는 것도 아닌데 당장 학교만 봐도 양산은 전부 인문계 고등학교뿐이에요. 각자 하고 싶은 게 다르고, 할 수 있는 게 다른 데 하나만 강요하는 현실이 안타까워요. 보기엔 모든 게 다 갖춰져 있는 듯한데 청소년에게는 너무 불친절하다는 게 단점이에요. 청소년에게 조금 더 자유로운 환경을 주고 차별 없는 시선을 보낸다면 꿈을 펼치기에 좋은 양산이 되지 않을까요?”
양산시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
양산시상담복지센터 소속 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은 학교 밖 청소년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새로운 출발을 돕기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서비스 대상은 학교 밖 청소년(만 9세~24세)로, 학교를 다니다가 제적, 퇴학, 자퇴한 청소년, 초ㆍ중ㆍ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은 청소년, 학업 중단 숙려자, 학교생활 부적응, 진로 고민 등 자립 지원이 필요한 청소년이다.
▶세상을 두드림(사회 진입 프로그램으로 직업 탐색, 자격 취득 등을 지원) ▶꿈을 두드림(학업 복귀 프로그램으로 검정고시 준비와 맞춤형 학습 클리닉 진행) ▶나를 두드림(자기 계발 프로그램으로 문화예술, 체육 체험, 향토산업 체험, 무료 건강 검진 등을 지원) 등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각 프로그램은 연중 운영하고 있으므로 별도 신청 기간 없이 센터를 방문해 상담을 받으면 된다. 참가 청소년은 물론, 각 프로그램을 도와줄 재능기부 봉사자도 상시 모집하고 있다.
운영 시간 : 월요일~금요일, 오전 9시~오후 6시
주소 : 양산시 양주3길 36 2층(중부동, 청소년회관)
양산시 웅상대로 1009-2 지하(덕계동, 웅상도서관)
전화 : 1388 / 372-2000(양산) / 367-1318(웅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