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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말과 글 그리고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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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글 그리고 정치

이현희 기자 newslee@ysnews.co.kr 입력 2017/02/14 09:50 수정 2017.02.14 09:50
말과 글은 생각을 담는 도구
연예인보다 못한 정치인 검증
부실한 검증이 불러온 불행
다시 민주주의 회복을 기대













 
↑↑ 이현희
본지 편집국장
ⓒ 양산시민신문 
정치는 말과 글로 사람을 대하는 일이다. 말과 글은 생각을 담기 마련이다. 정치인은 말로 사람을 설득하고, 글로 공감을 이끌어내 말과 글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일을 한다. 그래서 우리는 정치인의 말과 글에 주목한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대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을 인용할 경우 12월로 예정돼 있는 대통령 선거가 앞당겨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헌법 제68조 제2항에 따르면 “대통령이 궐위된 때 또는 대통령 당선자가 사망하거나 판결 기타의 사유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에 따라 탄핵이 인용될 경우 탄핵심판결결정선고일 기준으로 60일 이내에 대통령 선거를 해야 한다. 즉, 탄핵 후 대선기간은 ‘60일’이다. 

정치권에서는 대선기간이 너무 짧아 후보자를 충분히 검증하기에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래서인지 최근 언론에서는 유력대선주자를 초청해 간담회를 가지는 등 후보검증 시간을 마련하는 일이 늘고 있다. 더욱이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가 토론회를 기피하면서 일부 토론회가 파행으로 진행되는 상황이 벌어진 터라 검증이 소홀해 오늘날과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통령 탄핵 여부와 관계없이 정치인에 대한 검증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정치인의 말과 글을 통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파악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유권자인 국민이 정치인을 판단하는 기준은 여전히 정치인의 말과 글이다. 

그런데 우리는 정치인을 판단하고 검증하는 일을 연예인 사생활을 언급하는 일보다 소극적이다. 특정지역, 특정정파, 특정정치인에 대한 호불호를 ‘묻지마 지지’ 또는 ‘막무가내 반대’식으로 제대로 살펴보기조차 꺼려하기도 한다. 언뜻 보기에 무대 위에서 화려한 삶을 살아가는 연예인들에게 ‘공인’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연예인 병역기피에는 수많은 의견이 쏟아지는 것과 달리 정치인 병역문제에는 오히려 관대한, 이상한 상황이 펼쳐지곤 한다. 연예인이 수십억 건물을 매입했다는 이야기에 흥분하면서도 정치인이 어떻게 재산을 형성했는지에 대해서는 놀랄 만큼 무심하기도 한다. 

정치인을 꼼꼼히 들여다보는 것은 비록 정치가 재미없고 다른 세상 이야기처럼 멀게 느껴질지라도 우리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몇 달째 계속되는 탄핵정국으로 또 얼마나 많은 국민이 답답함과 불안을 느끼고 있는가를 보면 결국 정치는 우리 삶 곳곳을 지배한다.

돌이켜보면 이번 탄핵정국은 대통령 연설문이 민간인에게 유출됐다는 한 언론보도로부터 시작했다. 대통령의 말과 글이 아무런 자격 없는 이에게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에 놀란 국민은 굳이 대통령의 말과 글이 국정운영을 결정짓는다는 사실을 꺼내지 않더라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정치인의 말과 글이 가지는 의미와 비중을 국민 모두 잘 이해하고 있었던 셈이다. 

지역신문에서 일하며 여러 차례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선거를 경험했다. 수많은 후보자들이 시민 선택을 기대하며 출마했고, 그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시민의 대변인으로, 봉사자로 일하길 원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대담과 토론을 진행해왔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이 담당해야 할 너무나 당연한 검증과정이다. 하지만 그 과정이 늘 순탄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당연한 검증과정을 피하려는 후보자를 대하는 일이 더 자연스러웠는지 모른다. 대의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인을 검증하는 방식은 크게 정당과 언론을 통해 이뤄진다. 후보자를 공천하는 과정 자체가 검증이고, 언론이 후보자를 초청해 말과 글을 들어보고 유권자에게 전달하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나라 정당민주주의가 취약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후보자를 제대로 검증해 공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투명하지 못한 공천과정은 정상적이지 못한 검증으로 이어졌다. 심지어 언젠가부터 후보자를 여론조사방식으로 결정하는, 정당 기능을 포기하는 사례를 의심 없이 받아들이기도 한다.

최근 언론에서 쏟아지고 있는 대선주자 검증보도가 반가우면서도 씁쓸함을 주는 이유는 언론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미뤄오다 아무런 반성없이 슬그머니 숟가락을 얹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돌아보게끔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인의 말과 글이 더 다양한 통로로 전달되는 것은 위기를 맞은 우리 민주주의에 다시금 기대를 걸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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