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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신도시의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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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의 완성

이현희 기자 newslee@ysnews.co.kr 입력 2017/02/21 09:48 수정 2017.02.21 09:48
새로운 양산을 상징하는 신도시
많은 사람만큼 많은 문제도 반복
눈에 보이는 기반시설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잇는 공감 있어야













 
↑↑ 이현희
본지 편집국장
ⓒ 양산시민신문 
과거 양산을 상징하는 곳이 통도사라면, 오늘날 양산을 상징하는 곳은 신도시다. 넓은 부지에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 아파트 단지, 시원하게 뻗어있는 도로 그리고 그 속에 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 신도시는 농촌지역에 불과했던 양산시가 도시지역으로 눈부신 속도로 변화한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많은 이들이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양산을 선택한 이유는 각각 다를지 모른다. 그들 가운데 일부는 새로운 터전으로 양산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을 수도 있고, 또 다른 이들은 선택에 만족하며 양산을 새로운 터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분명한 것은 점점 양산을 만족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10여 년간 취재를 하면서 양산으로 이주한 이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취재 주제와 상관없이 이들에게 “양산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드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곤 한다. 초기만 하더라도 마음에 드는 장점을 이야기하기보다 불만족스러운 이야기를 먼저 들려주곤 했다. 몇 해 전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양산을 선택한 일을 긍정적으로 이야기하는 이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말 신도시가 준공했다. 1994년 12월 첫 삽을 뜬 지 22년 만에 일이다. 도저히 완성되지 않을 것만 같았던 드넓은 부지에 어느 새 빽빽하게 늘어서 있는 아파트 단지를 보면 상전벽해(桑田碧海)란 말이 실감난다. 양산으로 터전을 옮긴 지 얼마 되지 않은 이들은 비어 있던 황무지를 떠올리기 쉽지 않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신도시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짧은 시간 내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다보니 자연스레 생긴 문제도 있고, 계획도시인 신도시가 처음부터 잘못된 계획으로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도 있다. 

상업지역이나 택지지역마다 반복하는 주차난은 이제 일상이 돼 버렸고, 아직 개발 중인 지역에는 쓰레기가 넘쳐나는 곳도 있다. 행정력이 미치지 못한 곳은 교통신호체계가 미흡해 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고, 대중교통이 마련되지 않아 불편을 겪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늘어난 사람만큼 다양한 시민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공공ㆍ문화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 불만을 털어놓는 이들이 많다. 젊은 세대가 많이 유입된 만큼 늘어난 학생 수를 감당하지 못하는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오랜 기간 신도시를 조성하면서 발생한 문제는 사실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넓은 부지 위에 아파트와 택지가 조성되면서 발생한 문제는 새롭게 조성한 지역 역시 문제가 반복돼 왔다. 양주동 택지에서 경험한 주차문제와 쓰레기 투기는 범어와 석산지역 택지지구에서도 고스란히 재현됐다. 계획도시이면서도 거미줄처럼 얽힌 택지지구 내 도로 탓에 아직도 길을 헤매는 경우도 많다.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몰려왔다는 이유를 변명으로 내세우기엔 너무 많은 실수가 반복돼 왔다. 
 
오늘 신도시를 살아가는 이들 앞에 함께 놓인 문제다. 앞서 잠시 언급한 것처럼 신도시가 안고 있는 문제는 단순히 많은 사람들이 좁은 공간에 모여 살기 때문에 생기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잘못된 계획 탓에 생긴 문제가 더 크다. 

주차난만 하더라도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신도시 분양을 위해 사실상 상업지구 기능을 하고 있는 택지 내 주차수요를 도시계획에 반영하지 않은 구조적인 문제에서 시작한다. 처음 주거지역으로 계획해 놓고 IMF 이후 토지 분양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주차장 설치기준을 완화하고, 근린생활시설 비중을 높여 버린 것이다. 여기에 돈이 되지 않는 공영주차장이나 공공시설을 추가하지 않은 탓에 사람과 차만 포화상태가 된 셈이다. 

최근 학교문제로 논란이 끊이질 않는 지역 역시 학교부지를 선정하는 위치 자체가 잘못된 경우를 살펴볼 수 있다. 동면 석산지역 경우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지역에 초등학교와 중학교 부지를 나란히 배치해놓고 상대적으로 학생 수가 적은 택지지역에 또 다른 초등학교 부지를 계획한 것은 도시계획을 얼마나 엉성하게 진행했는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양주동택지, 범어ㆍ석산ㆍ증산택지 모두 조성 시기에 따라 순차적으로 같은 문제를 되풀이하고 있지만 정작 신도시를 조성한 한국토지주택공사에 책임을 떠넘긴 채 수수방관한 양산시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현상이 아니라 본질을 함께 바라봐야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공공의식’이기도 하지만 ‘문제의식’이 뒤따라야 한다. 지금까지 신도시가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조성돼 온 것은 낱개 상태로 신도시로 이주해온 이들의 공공의식이 부족한 데다 문제의식을 공유하지 못한 탓이다. 신도시의 완성은 눈에 보이는 기반시설을 빈 부지에 채워 넣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살아가야 할 곳에 대한 문제의식을 함께 공유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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